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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흔들린다⑤]사건 터질 때마다 묻지 마 경질→재발 악순환

등록 2021.06.08 06:00:00수정 2021.06.15 08:4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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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 정신 이유로 참모총장 사퇴 반복

정치권, 사건 터지면 수뇌부 경질 거론

사퇴 후 후속 인사에 장성 관심 집중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31일 공군교육사령부를 방문, 격리장병 숙소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1.05.3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이성용 공군참모총장이 31일 공군교육사령부를 방문, 격리장병 숙소를 점검하고 있다. (사진=공군 제공) 2021.05.3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대로 기자 = 성추행 피해 여군 중사 사망 사건으로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이 물러났다. 이 총장 사퇴를 계기로 군 내 사건·사고 후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수뇌부가 경질되는 관행이 바람직한지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총장은 지난 4일 여군 중사 이모씨 사망 사건에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당시 이 총장은 "아픔과 상처가 조속히 치유되길 바라며 공군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 총장 사퇴는 문재인 대통령 발언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최고 상급자까지 보고와 조치 과정을 포함한 지휘라인 문제도 살펴보고 엄중하게 처리하라"고 지시했다. 군 내부에서는 이 총장 사퇴를 암시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고 이 총장은 이튿날 그만뒀다.

군 안팎에서는 이 총장 사퇴가 이 중사 사망 후 성난 민심을 달래고 공군에 대한 비난 공세를 다소나마 약화시키려는 시도라는 해석이 나온다. 공군 수장으로서 책임지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자리 지키기에 연연한다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의도도 읽힌다.

아울러 이 총장은 향후 수사 과정에서 참고인 등 자격으로 소환될 가능성이 있는 인물이다. 이 총장이 자리를 지킬 경우 이번 사건 수사에 압력을 가한다는 의혹을 살 수 있다. 이 총장이 지휘선상에 있는 경우 추후 발표될 수사 결과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올 가능성 역시 있다.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5일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2014.08.05. (사진=뉴시스 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박주성 기자 = 권오성 육군참모총장이 5일 윤 일병 구타 사망사건과 관련해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2014.08.05. (사진=뉴시스 DB) [email protected]

공군 안팎에서는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총장은 인품과 업무 면에서 평판이 좋았던 인물이다. 이번 사건을 보고 받은 뒤 이 총장은 철저한 수사와 함께 유족과의 원활한 소통을 주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장은 평소 부하들에게 "책임질 일이 있으면 언제든 내가 안고 갈 테니 소신껏 일하라"고 말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장 사퇴는 유족이 바라던 일이 아니었다. 이 중사 아버지는 언론 인터뷰에서 이 총장을 수사 대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이 중사 유족은 추모소를 직접 찾아간 이 총장을 만나주지 않고 돌려보냈다.

일각에서는 이 총장 사퇴가 이 중사 사망 사건의 본질을 흐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총장이 사건 수습까지 마친 뒤 그만두는 것이 바람직했다는 것이다. 이 총장이 이대로 물러나면 '군 내 성폭력 발생은 곧 지휘관 낙마'라는 공식이 성립돼 성폭력 사건을 덮으려는 시도가 더 자주 생길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군에서는 군인 정신이라는 명목으로 이 같은 사퇴·경질이 반복돼왔다.

권오성 전 육군 참모총장은 2014년 선임병들의 집단 가혹행위로 숨진 육군 28사단 윤모 일병 사망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통영함 납품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을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황 전 총장은 지난 2009년 통영함 사업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직원들의 시험평가서 조작 등 비리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 03. 21. since19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영태 기자 = 통영함 납품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을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황 전 총장은 지난 2009년 통영함 사업 당시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재직하면서 부하 직원들의 시험평가서 조작 등 비리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2015. 03. 21. [email protected]

권 전 총장 사퇴는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발언에 의한 것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앞으로 이런 일이 있으면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 확실히 보여주는 차원에서라도 일벌백계로 책임을 물어 이런 사고가 다시 일어날 여지를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고 권 전 총장은 사퇴했다.

황기철 전 해군 참모총장은 통영함 음파탐지기 납품 비리 사건 당시 해군 함정 사업을 총괄하는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이었다는 이유로 2015년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황 전 총장은 구속기소되는 등 비난 여론이 들끓었지만 이후 무죄 판결이 났다. 황 전 총장은 지난해 국가보훈처장으로 임명됐다.

심승섭 전 해군 참모총장도 지난해 잇따른 해군 기지 경계 실패에 도의적 책임을 지고 스스로 물러났다. 해군 기지에 침범한 것은 우리측 민간인이었던 탓에 엄밀히 따지면 경계 실패로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지만 심 전 총장은 쏟아지는 비난 속에 스스로 군복을 벗었다.

사건·사고가 터지면 정치권이 습관적으로 군 수뇌부 경질을 요구하는 점 역시 참모총장 사퇴의 원인 중 하나다.

박근혜 정부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은 각종 사건이 터질 때 군 수뇌부 경질을 요구했다. 현 야당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은 지난 4일 "피해자 사망을 단순변사로 보겠다고 하니 군이라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로 통째로 썩었다"며 이성용 공군 참모총장뿐만 아니라 서욱 국방장관까지 경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전=뉴시스】함형서 기자=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이 2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에서 헌화 및 분향을 마치고 경례를 하고 있다. 2019.01.02(사진=해군본부 제공)photo@newsis.com

【대전=뉴시스】함형서 기자= 심승섭 해군참모총장이 2일 오전 대전 유성구 국립대전현충원 현충탑에서 헌화 및 분향을 마치고 경례를 하고 있다. 2019.01.02(사진=해군본부 제공)[email protected]

일단 자르고 보는 게 능사가 아니라는 것은 참모총장 사퇴 후 군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참모총장 자리가 비면 이를 계기로 장군 인사가 이어진다. 장군들의 관심사가 사건·사고 후속 조치와 군 문화 개선이 아니라 후속 인사에 쏠리게 되는 셈이다.

참모총장 사퇴 후 대중의 관심에서 벗어나면 실제 사건·사고에 책임이 있는 주요 담당자들은 일종의 면죄부를 얻게 된다. 이어지는 인사에서 사건에 연루됐던 인물들은 다른 부대로 흩어지고 책임자 처벌은 없던 일이 된다. 그 결과 비슷한 사건·사고가 몇년 뒤에 또 발생하게 된다.

한 전직 군인은 누리소통망에서 "갑작스런 총장의 사임으로 3명의 중장 중 한명이 대장 진급 및 총장 취임으로 최소 수십명의 장군이 연쇄 인사가 벌어질 것"이라며 "당연히 사고를 수습하고 가해자 및 관련자들을 엄벌해야 할 20전투비행단장과 15전투비행단장 및 예하 지휘관들, 공군본부 법무감과 헌병감 등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는 "인사도 어느 정도 사건이 수습되고 난 다음에 해야 하는데 갑작스런 총장의 사퇴로 사건을 수습할 지휘관들의 관심이 인사로 쏠리게 됐다"고 꼬집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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