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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우민호 감독 "안중근을 오락영화로는 못 하겠더라고요"

등록 2024.12.24 11:2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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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영화 '하얼빈'으로 돌아온 우민호 감독

'남산의 부장들' 이후 4년만에 신작 내놔

안중근 이토 히로부미 저격 그린 역사물

"안중근 자서전 읽고 느낀 마음 영화로"

"안중근 장군 두려움과 고뇌 시각화했다"

300억원 투입한 대작 6개월 3개국서 촬영

"고독하면서도 스펙터클하게 찍으려 해"

[인터뷰]우민호 감독 "안중근을 오락영화로는 못 하겠더라고요"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우민호(53) 감독은 몇 해 전 서점에 갔다가 우연히 안중근 자서전을 발견했다. 그 책을 사들고 온 우 감독은 안중근의 말에 큰 힘을 얻었다고 했다. 끝까지 가자, 포기하지 말고 나아가자, 우리가 원하는 걸 이루기 위해 100년이라도 앞을 향해 나아가자, 라는 그의 말에 위안을 얻었다. 자신이 느낀 이 마음을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았다.

그때 우 감독은 앞서 봤던 '하얼빈'이라는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우 감독에게 제안이 왔지만, 거절했던 작품이었다. 안중근을 다룬다는 게 큰 부담이었다. 역시나 아직도 연출자를 구하지 못한 상태였다. 이젠 우 감독이 역으로 제안했다. 우 감독 표현대로라면 "순수오락영화"였던 원래 시나리오를 다 뜯어 고쳐서 안중근 자서전을 읽고 느낀 그 마음을 묵직하게 전달할 작품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제작사는 수락했다.

"일단 하기로 했지만 부담감이 왜 없었겠어요. 수십번 수백번 생각했습니다. 이 길이 맞는 건가.(웃음) 고민하고 고뇌했어요. 그렇지만 이 길이 맞다, 고 생각하며 끝까지 찍기로 한 겁니다. 안중근 장군님의 말이 다시 힘이 돼 준 거죠."

'하얼빈'(12월24일 공개)은 1909년 10월26일 하얼빈역에서 안중근이 조선총독부 통감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사건을 그린다. 더 정확히 말하면 안중근이 이토에게 총구를 겨누기까지 과정을 담는다. 이 거사를 치르기 위해 안중근과 독립군이 치른 대가와 그로 인해 안중근이 느낀 두려움과 죄책감 그리고 고뇌를 그린다.

이 영화는 우 감독이 여태 만들어온 영화들과는 결이 다르다. '내부자들'(2015) '마약왕'(2018) '남산의 부장들'(2020)이 오락적인 측면에 집중해 속도를 높여 관객을 자극하는 활극이었다면, '하얼빈'은 정반대로 간다. 느리고 육중하며 대체로 건조하고 절제돼 있다. 인물 못지 않게 인물이 감싸고 있는 자연을 집중적으로 담는 것도 전에 없던 특징이다. 우 감독은 "그분들(독립운동가)은 내일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분들의 일상은 오히려 정적일 것 같았다. 그저 줄담배룰 피우고 있는 그 모습으로 그려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도저히 오락영화로는 못 만들겠더라고요. 그럴 거면 이 영화를 안 했을 거예요. 안중근 자서전을 읽을 때 느낀 그 마음 그대로 이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안중근 장군과 동지들이 숭고해 보이길 원했습니다. 광야에 서 있는 그들의 초라하고 고독한 모습을 담으면서도 그 여정과 마음 속에 담긴 스펙터클을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이미 많이 알려진대로 이 영화는 ARRI ALEXA 65라는 카메라로 주로 찍었다. 이 기기를 쓴 게 '듄' 시리즈나 '퓨리오사:매드맥스 사가' 같은 영화들이니까 '하얼빈'이 추구한 이미지가 어떤 것인지 짐작할 수 있다. 이 카메라를 들고 6개월 간 몽골·라트비아·한국에서 촬영했다. 제작비로 약 300억원을 썼다.

우 감독은 '하얼빈'의 안중근을 연기할 배우로 현빈을 점찍었다. 대안은 생각하지 않았다. "될 때까지 시나리오를 주고 또 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현빈 역시 안중근을 짊어져야 한다는 부담감 탓에 처음엔 고사했다. 우 감독은 역시 물러나지 않았다. 현빈의 마음을 돌릴 수 있게 매번 시나리오를 손 봐 보내고 또 보냈다. 그렇게 삼고초려 끝에 현빈에 안중근을 입히는 데 성공했다.

"전 영웅이 아니라 고뇌하는 사람을 그리고 싶었습니다. 대사만큼이나 눈빛이 중요한 역할이었죠. 전 현빈 배우에게서 그 눈빛을 봤어요. 전작들을 보면 따뜻하기도 약하기도 하고 처연한가 하면 어떤 때에는 누구도 꺾을 수 없는 신념의 눈빛이 나오더라고요. 삼고초려해서 안 됐으면요? 사고 오고 육고 칠고까지 갔을 거예요." 우 감독은 "내가 원하는 영화가 나왔다. 현빈씨를 포함해 출연 배우들이 정말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우 감독은 어떤 감독보다 대한민국 근현대사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연출가다. '하얼빈'을 포함해 앞서 언급한 전작 모두 한국 근현대사 특정 사건을 직접 다루고 있거나 특정 시대를 경유하고 있다. 현재 촬영 중인 시리즈 '메이드 인 코리아' 역시 1970년대 정·재계가 배경이다. 우 감독은 "근현대사를 다룬 작품을 할 때마다 다신 안 한다고 말하면서도 또 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었다.

"제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주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그래도 '메이드 인 코리아'를 마치면 정말 안 할 겁니다. 완전 창작된 현대물로 할 거고 예산도 조금 작은 작품을 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되겠습니까. 주어진 걸 하게 되겠죠.(웃음)"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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