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대 오른 尹, 처가 의혹 등 검증의 칼날 견뎌낼까
'X파일' 논란 언제든 재점화 가능성 상존
처가 의혹 관련 당사자 폭로전도 예상돼
법적 다툼보다 '도덕적 논란'이 치명적
"근거 없는 마타도어, 국민이 판단할 것"
"팩트 갖고 의혹 제기하면 상세히 설명"
국민의힘 입당해 조직력으로 타개할 듯
[서울=뉴시스]국회사진기자단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오후 서울 서초구 매헌 윤봉길의사 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기자회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2021.06.2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미영 기자 =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9일 '정치인 윤석열'로 대권 링에 올랐다. 이날부터 본격적인 검증 무대에 오른 셈이다.
윤 전 총장의 앞길이 탄탄대로를 걸을 지 가시밭길이 될 지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인데,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 만은 분명하다. '윤석열 X파일'과 '처가 의혹'이 최대 난관으로 꼽힌다.
윤 전 총장은 이날 X파일과 처가 의혹에 대해 무제한 검증을 받겠다고 결기를 드러냈다. 팩트에 기초한 의혹에 대해서는 철저한 검증을 받아 국민의 판단에 맡기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이다.
하지만 그는 이날 X파일에 언급된 자신을 둘러싼 의혹과 처가 의혹에 대해 해명하지 않았다. X파일을 출처 불명의 근거없는 마타도어로 규정하고 무시 전략을 편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전 총장이 X파일에 대해 적극 해명하지 않고 국민의 의구심을 남겨둠으로서 이 문제가 검증 과정에서 언제든지 터질 수 있는 뇌관이 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선제적 대응으로 의혹의 불씨를 꺼는 것이 바람직한 데 변수를 계속 안고 가게 됐다는 것이다.
윤 전 총장은 X파일 실체가 드러난 직후 지지율이 하락세로 반전됐다. X파일에 대해 무대응 하겠다고 했다가 불법사찰이라며 반박하며 대응 방향을 바꿨다. 이는 X파일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대권 레이스가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X파일의 실체를 처음으로 언급한 장성철 공감과논쟁정첵센터 소장에 따르면 X파일은 2개 버전으로 작성됐다. 4월 말에 작성된 파일은 윤 전 총장의 좌우명, 고향, 검찰 재직 당시 근무지, 가족관계 등 윤 전 총장 신변에 대한 기록이다. 6월 초 문건은 윤 전 총장 본인, 배우자, 장모에 대한 의혹의 3개의 챕터로 나눠 구성됐다. 각 항목별로 의혹을 정리하고 그 밑에 정치적 공세가 가능한 내용, 인사청문회 때 소명된 것으로 각주를 달았다.
X파일의 상당부분은 '처가 리스크'와 겹쳐있다. 법치주의 회복을 외치는 그가 가족 문제로 법적 흠결이 드러난다면 '대통령감'으로서는 부적격 판정을 받게 된다.
장모 최씨는 요양병원을 동업자와 설립 운영하면서 요양급여 22억여원을 부정수급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동업자 3명은 모두 실형 또는 집행 유예형을 받았다. 최씨는 7월 2일에 1심 판결을 받는다. 최씨는 은행잔고 증명서 위조와 위조 사문서 행사 혐의도 받고 있다.
부인 김건희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과 김 씨가 운영하는 미술전시기획사 코바나켄텐츠의 보험성 기업 협찬 수수 의혹이다. 보두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서 수사 중이다.
설령 X파일 논란이 잠잠해 지더라도 법적 다툼이 진행 중이어서 대선과정 내내 윤 전 총장이 여권의 공세에 시달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사건 피해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하며 여권의 힘을 빌어 폭로전을 시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법적인 문제 외에도 사생활 등 도덕적 논란이 번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X파일 속에는 부인 김씨의 사생활 부분도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지라시처럼 확산된다면 퍼스트레이디로서 자격이 있느냐도 주요 검증 사안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박상병 인하대 정책대학원 교수는 "X파일은 팩트는 두 번째 문제고 논란 자체가 국민 정서에 맞지 않다"면서 "X파일 내에 부인 부분은 '영부인이 이래서 되나'하는 여론을 만들 거다. 특히 보수층에는 더 안 맞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은 일단 정면돌파를 택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양재동 매헌윤봉길기념관에서 열린 대선 출마 선언 기자회견에서 X파일에 대해 "출처 불명의, 아무 근거 없는 일방적인 마타도어를 시중에 유포한다면 국민들께서 (합당한 지를) 다 판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민 앞에 선출직 공직자로 나서는 사람은 능력과 도덕성에 대해 검증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그러나 그런 검증은 합당한 근거와 팩트에 기초해 이뤄진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도덕성 검증은 당연히 받겠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그러면서 "국정수행 능력이나 도덕성과 관련해 합당한 근거를 갖고 제시하면 국민들이 궁금하지 않으시도록 상세히 설명할 생각"이라고도 했다. 검증에 대한 자신감을 보인 셈이다.
그는 앞서 X파일 실체에 대한 언급 당시에도 "국민 앞에 나서는 데 거리낄 것이 없고, 그랬다면 지난 8년간 공격에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며 정면돌파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윤 전 총장은 이날 처가 의혹과 관련해서도 "검사로 재직 동안이나 그 이후나 법적에는 누가나 예외가 있을 수 없다는 신념으로 일해왔다"면서 "친인척이든 어떠한 지위, 위치든 간에 수사와 재판 과정, 법 적용에 있어 예외가 없어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처가 의혹에 정당한 수사와 재판은 수용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윤 전 총장 측의 판단대로 X파일의 파괴력이 생각보다 약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의 시각이다.
장진영 변호사는 "X파일이 썩 통할 만한 내용은 없다고 봤다. 국민들은 이분 과거보다는 미래, 대한민국의 미래에 관심이 많이 때문에 자기 페이스대로 굵고 치고 나가면서 법적으로 문제가 되는 부분에 대해 하나 하나 해명해가는 모양새를 보이면 판세가 흔들리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윤 전 총장 측은 국민의힘 입당 결심을 굳히기 전까지는 캠프 내 네거티브 대응팀을 중심으로 대응하되, 대권레이스가 본격화하면서 여권의 공세가 거세질 경우 입당을 통해 조직적인 힘을 지원받을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국민의힘 한 의원은 "인물이 크면 클수록 혹독한 검증 과정을 거치지 않겠나. 그걸 어떻게 벼텨 가는지가 중요한데, 윤 전 총장이 오늘 출마 선언식에서 보인 당당하고 확고한 입장을 보면 자신이 있어 보인다"라면서 "국민의힘에 입당을 하게 되면 지금 대응팀보다 훨씬 더 큰 조력을 얻을 수 있고 오히려 역공할 포인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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