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소방관 옷장에 남은 열정…"항상 노력하던 친구"
동기 소방사 "고된 훈련-출동 마다 않았다" 울먹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30일 순직한 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 노명래 소방사의 옷장을 동료가 지켜보고 있다. 2021.06.30. [email protected]
[울산=뉴시스]박수지 기자 = "항상 노력하는 친구였는데..."
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 노명래(29) 소방사를 기억하는 동료의 말이다.
그는 중구 상가화재 현장에서 인명구조를 위해 불길 속에 뛰어 들었다가 가까스로 탈출했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노 소방사가 30일 새벽 순직했다는 비보에 그가 근무했던 중부소방서는 슬픔으로 가득찼다.
그의 9년 친구이자 동료인 중부소방서 구조대 김태민(27) 소방사는 생전에 그를 회상하며 차분히 인터뷰를 이어갔다.
김 소방사는 "지난 2013년 특전사 동기로 노 소방사와 만났다"며 "울산사람이라는 공통점 때문에 당시에도 많이 친했다"고 떠올렸다.
동료가 기억하는 고인은 어땠을까. 김 소방사의 말을 빌리면 그는 자신의 부족함을 알았다. 그래서 항상 노력했다.
김 소방사는 "노 소방사는 본인이 부족한 부분이 있으면 스스로 노력을 많이했다"며 "잘 안되는 부분은 선배들한테 서슴없이 물었고, 성장하려고 노력했다"고 기억했다.
"구조대 소속인 것에 항상 자부심을 느끼며 일했다"며 "고된 훈련과 출동도 마다하지 않고, 요구조자가 있으면 겁없이 달려들었던 친구다"고 했다.
[울산=뉴시스] 박수지 기자 =순직한 울산중부소방서 구조대 노명래 소방사 옷장에 '수상안전과 인명구조' 책이 남아 있다. 2021.06.30. [email protected]
동료들의 이야기를 증명하듯 노 소방사의 옷장에는 여전히 열정이 남아 있었다. 특히 옷장 가장 위쪽에 보관 돼 있던 '수상안전과 인명구조' 책은 노력의 증거였다.
김 소방사는 "고인이 평소 수영에 많이 취약했는데, 본인의 부족함을 알고 극복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며 "비번때 마다 같이 수영장가서 훈련을 했고, 지난 4월에는 함께 인명구조요원 자격증을 따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삼환 아르누보' 화재 때도 이들은 함께 화마 속으로 달려갔다. 33층 주상복합 아파트를 일일이 수색하며 인명구조에 최선을 다했다.
큰 일을 끝내고 온 뒤에도 서로에게 건낸 말은 그저 "고생했네", "씻자" 정도였다.
김 소방사는 "서로가 힘든걸 알기에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통했고, 평소처럼 말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고인이 소방관의 꿈을 키울 때도 둘은 특별했다. 2년 먼저 임용이 된 김 소방사는 진심으로 친구의 합격을 원했고, 축하해 줬다.
김 소방사는 "고인이 '소방관이 되고 싶다며 먼저 연락왔던게 기억난다"며 "공부는 어떻게 하는지, 면접을 어떻게 보는지 조언을 많이해 줬다"고 했다.
"합격했다고 전화왔을 때 그렇게 기쁠 수 없었다"며 "같은 곳에 발령받게 됐을 때는 너무 반가웠는데, 이제는 볼 수 없게 되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울산=뉴시스] 구미현 기자 = 30일 울산 남구 울산영락원장례식장에 고(故)노명래 소방사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노 소방사는 전날 중구 성남동의 한 상가 건물 3층 화재를 진압하다 2도 화상을 입고 치료를 받던 중 이날 새벽 순직했다. 2021.06.30. (울산소방본부 제공) [email protected]
한편, 노 소방사는 29일 오전 5시 5분께 울산 중구 성남동 상가건물 화재진압 활동 중 급격한 연소확대로 중화상을 입었다.
부산의 한 화상전문병원으로 후송된 노 소방사는 병원에서 치료 중 이날 새벽 안타깝게도 순직했다.
노 소방사의 빈소는 울산 영락원(301호)에 마련됐다. 영결식은 7월 2일 오전 10시 울산시청광장에서 울산광역시장(葬)으로 치를 계획이다.
울산소방본부는 노 소방사에 대해 1계급 특진을 추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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