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집값 고평가"…정부 '고점 경고' 왜 안 먹히나?
집값 상승→규제→주춤→상승→추가 규제 '학습효과'
LH 사태·공공주택 공급 차질…정부 정책 신뢰도 하락
수급불균형 심화·재건축 기대감 커…"상승 요인 여전"
[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서울 송파구 한 아파트.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정부가 서울 등 수도권 집값을 두고 고점이라며 잇따라 경고했지만, 치솟는 집값은 좀처럼 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경고가 무색할 정도로 서울 집값은 상승세다. 2·4 공급 대책 이후 잠시 주춤했던 가격 상승 폭이 다시 확대되고 있다. 특히 1년 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2주 연속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주택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정부 정책 신뢰도가 하락하면서 부동산시장에 불안 심리가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금과 대출, 청약, 공시가격 현실화 등 총망라한 규제 대책을 내놓아도 대책 발표될 때마다 집값이 일시적인 안정세를 보이다 다시 급등하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규제에 내성이 생겼고, 규제가 강할수록 집값이 급등했다는 '학습효과'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또 정부 여당의 잦은 부동산시장 개입이 오히려 시장을 혼란스럽게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땅 투기 의혹이 일파만파 확산하면서 불신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서울 지역의 주택가격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아 수요자들의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제25차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주(22일) 한은이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서울지역 주택가격이 장기추세를 상회해 고평가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지난달 3일 부동산시장 점검 관계장관회의에서도 집값이 향후 하락할 수 있다고 한 차례 경고한 바 있다.
한국은행이 공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따르면, 향후 과도한 레버리지가 주택가격의 하방 리스크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했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주택가격과 GDP 대비 민간신용 등을 토대로 분석했을 때 소득과 괴리된 주택가격 상승이 장기화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홍 부총리의 잇단 경고에도 집값 상승세는 뚜렷해지고 있다. 1년6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이주에도 같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발표한 지난달 셋째 주(지난 21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와 동일한 0.12% 오르며 지난 2019년 12월 셋째 주(0.20%) 이후 주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고가 아파트가 몰려 있는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 재건축 단지 위주로 집값 상승률이 뚜렷했다. 서초구(0.18%)는 반포·서초동 주요 단지 위주로, 강남(0.17%)·송파구(0.15%)는 재건축 위주로, 강동구(0.13%)는 고덕·명일동 위주로 집값이 상승했다.
[서울=뉴시스] 25일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이번 주(21일 조사)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 지수는 106.9로, 지난주(107.3)보다 0.4포인트(p) 낮아졌다. 2주 연속 하락했지만 여전히 기준선을 웃돌고 있다. (그래픽=안지혜 기자) [email protected]
평균 가격도 훌쩍 뛰었다. 지난 6월 서울 아파트 매매가 평균가격은 11억4283만원으로 5월(11억2374만 원)보다 상승했다. 특히 강북 평균 매매가는 처음 9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5월 8억8822만원보다 1500만원가량 오른 9억29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8억원(8억 359만원)을 넘긴 뒤 불과 7개월 만에 1억원이나 올랐다.
사실상 모든 부동산 거래를 규제할 수 있는 토지거래허가구역 확대에도 신고가를 경신하는 단지들이 잇따르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에 따르면,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4차(전용면적 117.9㎡)는 지난 5월 13일 41억7500만원에 거래됐다. 두 달 전 최고가인 40억3000만원보다 1억4500만원이 상승했다. 또 현대아파트1차(전용면적 196.21㎡)는 지난 4월15일 63억원에 거래됐다. 한 달 전 실거래가격 51억5000만원보다 10억원 이상 올랐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2주 연속 내림세지만 여전히 기준선(100)을 웃돌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2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6.9로 전주(107.3)보다 0.4p(포인트) 낮아졌다.
이 지수가 기준치인 100이면 수요와 공급이 같은 수준이고, 200에 가까우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매매수급지수는 지난 4월 둘째 주 100.3으로 기준선인 100을 넘어선 후 이번 주까지 11주 연속 기준선을 웃돌고 있다. 6월 첫째 주 107.8을 고점을 찍은 뒤 2주 연속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서울 권역별로 보면 강남3구가 포함된 동남권의 경우 이번 주 111.5로 전주(110.9)보다 0.6올랐다.
부동산시장에서는 수급불균형에 따른 집값 상승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집주인이 시장의 주도권을 쥐는 '공급자 우위의 시장'에서 정부의 규제 대책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거나 기존 시세보다 높은 호가를 부르고 있다. 또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과 보유세 부과를 피해 지난 6월 전에 나온 절세 매물이 대부분 소진되면서 집값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내놓은 공공 주택공급 계획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정부가 최근 과천청사 유휴부지에 주택 40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을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철회했다. 또 서울 서울의료원과 태릉골프장 내 공급 계획도 주민 반발에 부딪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수급불균형이 심화한 가운데 신규 주택 공급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을 경우 매매 심리를 자극해 집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4·7 재보궐선거에서 나타난 성난 부동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여당이 각종 보완 대책을 쏟아냈지만, 이 과정에서 잡음과 혼선을 빚은 것도 한몫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매물 잠김 현상에 따른 수급불균형이 집값 상승세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수요보다 매물이 부족하다보니 호가가 계속 오르고 있고, 시세보다 높은 호가에 매물을 내놓아도 추격 매수로 이어지고 있다"며 "매물 잠김 현상이 해소되지 않으면 집값 상승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권 교수는 "오락가락한 부동산 정책으로 부동산시장의 혼란이 가중됐다"며 "매물 부족에 따른 거래 절벽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내년 대선을 앞두고 재건축 규제와 대출 등 세제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겹치면서 집값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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