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광양 주택매몰 사고, 2년전 인·허가 과정부터 의혹 투성이

등록 2021.07.07 13:40:23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사고지 상부 주택지 허가 당시 "급경사지인데다 지반 무르다" 반대 극심

주민 "누가 봐도 절벽같은 경사지, 건축허가 난 자체가 의혹 아닐 수 없어"

[광양=뉴시스] 김석훈 기자 = 6일 오전 전남 광양시 진상면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민가 4채 중 2채가 매몰되고 2채가 반파됐다. 소방당국이 실종자 1명을 수색하고 있는 한편, 주민들은 터닦기를 마친 다세대주택 신축 현장에서 흙더미가 쏟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1.07.06. kim@newsis.com

[광양=뉴시스] 김석훈 기자 = 6일 오전 전남 광양시 진상면 한 야산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인근 민가 4채 중 2채가 매몰되고 2채가 반파됐다. 소방당국이 실종자 1명을 수색하고 있는 한편, 주민들은 터닦기를 마친 다세대주택 신축 현장에서 흙더미가 쏟아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2021.07.06. [email protected]

[광양=뉴시스]김석훈 기자 = 전남 광양시 진상면 마을에서 발생한 주택 매몰 사고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마을 위쪽 다세대주택 건축 인허가 과정에 대한 의혹이 커지고 있다.

7일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30여 채의 주택이 밀집한 시골 마을 인접 급경사지에 지난 2019년 5월 대지 3420㎥에 다가구주택 3동을 건축하기 위한 허가가 이뤄졌다. 이 건물은 2022년 4월까지 완공 예정이었지만 허가 과정에서부터 마을 주민들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혔다.

주민들은 광양시청에 민원 제기를 통해 60~70도의 급경사지 상부에 3300㎡(1000평) 규모의 건축물 설치는 붕괴 시 대형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심사숙고를 촉구했다.

주민들은 인허가 후에도 터닦이 공사장 규모와 공사장 둘레에 쌓은 석축이 우기시 산사태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으나, 같은해 11월 중순 착공계와 함께 공사가 시작됐다.

터닦기 공사 과정에서도 민원은 계속 됐다. 11월 말께 주민들은 공사장 아래로 낙석·토사 유출 등 안전조치를 요구했다.

광양시청 담당 부서는 서 모 씨 등 22명이 낸 '안전시설 미설치로 낙석 및 토사 유출 등 우려된다'는 민원을 공사업체에 전달하고 현장 보완조치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작년 6월 초 건의서를 광양시청에 제출했다. 지반이 약해서 기존에도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 유실 방지시설 등을 설치해 예방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건축신고 인허가를 취소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광양시 담당 부서는 회신을 통해 배수계획상 부지 내에서 발생하는 우수를 하부 경사지로 나가지 않고 인근 배수로로 나갈 수 있도록 계획됐다고 설명했다.

또 산사태 예방을 위해 사업 부지 경계에 일정 거리를 떨어져 공사하도록 하거나 우천시 현장 확인을 통해 하부 주택지에 빗물 유입이나 토사 유출이 없다고 회신했다. 공사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관리를 철저히 하도록 공사업체에 요청했다는 내용도 회신에 포함됐다.

하지만 우려는 현실로 나타나 지난해 10월 20일 공사 현장의 돌이 아래로 굴러 주택이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시는 다음날 안전펜스 미설치를 확인한 후 공사 중지 명령을 내리고 주택 보수 및 펜스가 설치된 11월 9일 공사 중지를 해제했다.

주민들은 올해 2월 2차 건의서를 접수하고 지반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과 지질평가 조사서, 위험시설 검토서, 환경평가서 등 자료를 요청했으나 법적으로 대상지가 아니라는 사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광양=뉴시스]류형근 기자 = 6일 오후 전남 광양시 진상면 한 마을 경사면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주택 등을 덮쳐 1명이 사망한 가운데 119 등이 추가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07.06. hgryu77@newsis.com

[광양=뉴시스]류형근 기자 = 6일 오후 전남 광양시 진상면 한 마을 경사면에서 흘러내린 토사가 주택 등을 덮쳐 1명이 사망한 가운데 119 등이 추가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다. 2021.07.06. [email protected]

주민들은 사고 한달전인 지난달에도 3차 건의서를 접수해 장마철 공사장이 매우 위험하다는 우려를 전달했고, 시 담당 부서도 같은달 11일 현장을 둘러본 뒤 사면안정성검토 및 배수로 조기 설치를 지시했으나 적절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는 6일 뒤인 17일 건의에 대한 회신으로 사업부지 경계로부터 일정 거리를 떨어져 부지가 조성 중이고, 허가지의 토사 유출 영향은 적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결국 수차례의 주민 건의와 민원제기, 공무원의 현장 점검이 이뤄지는 과정서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음에도 지난 6일 새벽 폭우 속 주택매몰과 인명피해는 피하지못했다.

마을 주민 A 씨는 "허가가 이뤄질 때부터 여러 차례 건의서 접수와 민원제기를 했으나 현장 점검만 했을 뿐 사고를 막기 위한 필요한 조치는 없었다"면서 "광양시청이 위험지역에 허가를 내줬기 때문에 마을이 매몰되고 사람이 숨지는 비참한 사고로 이어지게 된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사고직후 주민들은 "마을 위쪽에서 진행하고 있는 다세대주택 공사가 위험해 보여 여러 차례 민원과 건의서를 제출했다"며 "이번 사고는 명백한 인재"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주민은 "정상적인 시각으로 봤을 땐 급경사지 상부인데다 토양이 물러서 절대로 건축 허가가 날 수 없는 지역인데도 건축허가가 난 것은 반드시 파헤쳐야 할 의혹이 아닐 수 없다"며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속 시원하게 원인을 밝힐 수 있는 제대로 된 수사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광양시 관계자는 "주민 민원 및 건의서 제출 때마다 현장에서 필요한 조치를 했으며, 지난달 17일 건의서를 받고 이달 2일 현장 점검에서 집중호우에 대비한 배수로를 갖출 것을 설계회사 담당자와 현장소장에게 지시했으나 사고 후 배수로는 발견되지 않았다"면서 "시 차원서도 면밀히 조사해 잘잘못을 가리겠다"고 해명했다.

김경호 광양 부시장은 7일 오전 간부회의를 통해 사고 원인 분석 및 문제점을 제대로 찾을 것을 지시했다. 또 허가과정을 자세히 살펴 경찰 수사와는 별개로 시 차원의 철저한 조사를 하도록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