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연장 첫날 비까지…"가게 닫아야하나" 한숨
거리두기 9월5일까지 2주 연장, 영업시간 9시 제한
문 열어도 텅 빈 가게 수두룩…상인들 한숨뿐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된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로데오거리의 한 가게가 텅 비어있다. 2021.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2주 연장된 23일 오후 7시께 경기 수원시 수원역 로데오거리, 추적추적 내리는 비에 거리는 한산한 모습이었다.
우산을 쓴 시민들은 퇴근길 발걸음을 재촉했다. 거리에 텅 빈 식당들이 여럿 보였지만, 식당 안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정부는 현행 사회적 거리두기를 2주 더 연장하는 한편, 4단계 지역에서 카페·음식점 등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제한했다. 다만 오후 6시부터 백신 접종 인센티브가 적용돼 백신 접종 완료자를 포함해 최대 4명까지 사적모임이 가능하다.
로데오거리에서 육회 식당을 운영하는 김모(53)씨는 문 앞에 나와 내리는 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손님 하나 없는 식당 안에는 직원 한 명이 앉아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었다.
김씨는 "차라리 셔터 내리고 쉬고 싶다. 다시 오후 9시까지라니 말도 안 된다. 말 그대로 박살난 상태다. 식당 특성상 오후 5시에 문을 여는데 9시에 문을 닫으라면 어쩌라는 거냐"고 하소연했다.
그는 "고통을 감내할 것 같으면 같이 해야지, 식당에만 시간 줄여라 강제적으로 하는 게 말이 되나"라며 "방역수칙 지키라고 해서 열심히 지켰는데 자꾸 자영업자만 규제하니까 불만이 많다"라고도 했다.
예방접종 완료자 인센티브에 대해서는 "2차까지 모두 맞은 사람만 해당된다는데 사실 젊은사람 백신 접종은 이제 시작이라 영향이 거의 없다. 인센티브라고 부를 필요도 없이 우리랑 상관없는 일"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된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로데오거리가 한적한 모습이다. 2021.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근처에서 국숫집을 운영하는 40대 사장님은 "문을 닫아버리고 싶은데 세를 내야 하니까 조금이라도 벌려고 나왔다"라며 텅빈 가게를 둘러봤다.
그는 "가게 문만 열어놓은 것이지 이러다 퇴근할 것 같다. 가게를 내놔도 다들 어려우니까 나가지도 않는다. 비가 오니까 다니는 사람은 더 없고, 장마가 온다는데 걱정이다"고 말했다.
실내 포장마차 형태로 30여 개의 테이블을 보유한 한 대형 술집도 3~4개 테이블만 차 있었다. 이 술집에는 형광색 우비를 입은 배달기사만 드나들었다. 입구에 포장돼 있는 음식봉투를 챙긴 배달기사들은 곧바로 오토바이를 타고 쌩 사라졌다.
버스정류장 앞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에는 테블릿PC를 보는 손님 한 명뿐이었다. 조용한 카페 안에는 노랫소리만 울려 퍼졌다.
점장 김모(33·여)씨는 "보통 점심시간과 오후 7~9시가 피크 시간인데 보다시피 손님이 없다"며 "거리두기로 좌석 띄어앉기 표시를 해놨지만 어차피 손님이 없어서 상관이 없다. 손님이 아무 데나 앉으셔도 거리두기가 충분히 된다"고 말했다.
동네식당은 거리두기 연장에 더 큰 타격을 받았다. 권선구 호매실 상가단지에는 휴가철이 끝났지만 드문 드문 문을 닫은 곳이 보였다. 샐러드 매장에는 "새 단장해서 9월에 찾아뵙겠습니다", 바로 옆 갈빗집에는 "코로나로 잠시 휴업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손님이 있는 식당을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였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된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의 한 가게에 휴업 안내가 붙어 있다. 2021.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멀뚱멀뚱 앉아 TV채널을 돌리고 있던 곱창집 사장 신모(62·여)씨는 오후 3시에 가게 문을 열었지만, 아직 손님을 한명도 받지 못했다.
신씨는 "이제 곧 8시인데 9시에 문 닫아야하니 오늘 장사는 이대로 공치고 가야 할 것 같다. 누가 곱창을 1시간 만에 후다닥 먹으러 오겠나. 굽는 시간도 있는데…"라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어 "낮에는 다닥다닥 붙어서 밥 먹는 사람들 널렸는데 왜 밤장사만 잡는지 모르겠다. 장사 한번 안 해본 사람들이 뭣도 모르고 앉아서 하는 탁상행정의 결과"라고 말했다.
동네 맛집으로 유명한 치킨집도 평소와 달리 한산했다. 아르바이트생 정모(20·여)씨는 "거리두기 연장이 발표되면 곧바로 손님이 줄어든다. 동네 장사는 더 그런 것 같다. 알바생 2명인데 지금 할 일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는 이날부터 다음 달 5일 자정까지 2주 연장됐다. 수도권은 7월12일부터 3번째 연장으로, 8주 동안 4단계가 적용된다.
[수원=뉴시스] 이병희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연장된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의 한 가게가 텅 비어있다. 2021.08.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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