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더 버티지…벨라루스 국경서 1살 아기 난민 사망
시리아 출신 1살 남아…숲에서 한 달 반 지내
부모도 팔·다리 찢긴 상처에 탈수증 상태
벨라루스-폴란드 난민 갈등으로 총 13명 희생
폴란드 마을선 희생자 장례 대신 치러주기도
[쿠즈니차=AP/뉴시스] 17일(현지시간) 벨라루스 그로드노 인근 벨라루스-폴란드 접경 지역의 쿠즈니차 검문소 부근에 '죽음'이라는 글을 이마에 쓴 한 난민 어린이가 서 있다. 2021.11.18.
폴란드의 비정부기구(NGO) '폴란드국제구호센터'(PCPM)에 따르면 이날 국경 인근 숲에서 시리아 출신 1세 남아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영국 가디언과 시리아 현지 언론 등이 보도했다.
이 단체는 트위터를 통해 "오전 2시26분께 1명 이상이 의료 지원이 필요하다는 보고를 받았다"며 "현장에 도착했을 때 3명이 부상을 입은 상태였다"고 밝혔다.
이어 "이들은 한 달 반 동안 이 숲에 있었다"며 "남성은 팔에 열상을, 여성은 다리 아래쪽에 자창을 입었고 이들(부부)의 한 살짜리 아이는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구호팀이 도착했을 때 이들 가족은 극심한 탈수 증세를 보였으며 제대로 먹지 못해 굶주린 상태였다고 했다.
한 살 배기 아이의 사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최근 몇 주 간 난민들은 벨라루스-폴란드 국경에서 영하의 혹한과 굶주림 등에 시달려 왔다. 이로 인해 이제까지 총 13명이 목숨을 잃었다.
폴란드 북동부의 한 마을에선 현지 무슬림 공동체가 희생자 2명에 대한 장례식을 치르기도 했다. 지난 15일 폴란드 동부 부크강에서 숨진 채 발견된 시리아 19세 난민의 장례식은 스카이프(Skype)를 통해 그의 가족에 전해졌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희생자는 수영을 할 줄 몰랐지만 벨라루스 군인에 떠밀려 물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폴란드 경찰을 피하려다 교통사고로 숨진 또 다른 시리아 출신 남성의 가족도 그의 시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이 희생자의 친척은 "몇 달 전부터 유럽으로 가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벨라루스를 통해 가는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며 "그 역시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시리아를 떠나 유럽으로 간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최근 난민 사태는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그의 독재정권에 대한 유럽연합(EU) 제재에 보복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난민을 밀어내면서 발생한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EU는 루카셴코 대통령이 시리아, 이라크 등의 중동 난민을 데려와 폴란드, 리투아니아 국경 등으로 보냈다고 비난하고 있다.
그러나 폴란드가 국경수비대를 강화하고 난민 유입을 막아서면서 국경엔 임시 난민촌이 형성되고 난민들은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를 처해졌었다.
폴란드 구호단체는 최근 국경 인근 안전지대 숲에서 의료적 지원을 요청하는 이민 신청자들이 급증했다고 경고해왔다. 이들에 따르면 난민들은 구타로 인한 부상이 가장 많았고 탈수, 영양실조 등도 호소했다고 한다.
이 때문에 난민 위기를 유발한 벨라루스 뿐만 아니라 이를 강경하게 막아선 EU 역시 인도주의적 위기를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벨라루스 당국은 18일 국경 임시 난민촌에 있던 난민들은 국경 인근 물류센터로 옮겼다.
벨라루스 당국은 이들에게 식량과 식수, 옷, 의료 지원과 함께 코로나19 백신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도 지난 17일 이들을 돕기 위해 긴급 구호 자금 70만 유로(약 9억3000만원)를 배정했다.
[그로드노=AP/뉴시스]중동 난민 어린이들이 18일(현지시간) 벨라루스-폴란드 쿠즈니차 국경검문소 인근 물류센터에서 하룻밤을 보내면서 해맑게 웃고 있다. 2021.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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