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새 집 입주 앞두고 있었는데" 포항 주차장 실종자 유가족
5명이 화장실 1곳 써 불편해하던 동생, 기뻐하던 모습 눈에 선해
[포항=뉴시스] 이바름 기자 = 7일 오후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 포항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 실종 사망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이강덕 포항시장 조기가 설치돼 있다. 2022.09.07. [email protected]
7일 오후 경북 포항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난 A씨는 이제는 고인이 된 자신의 동생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A씨의 동생인 권모(65·여)씨는 지난 6일 오전 7시41분께 포항시 남구 인덕동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실종돼 같은 날 오후 10시2분께 구조됐으나, 이미 숨을 쉬지 않는 상태였다.
4분 간격으로 구조된 남모(68)씨와 권씨는 부부 사이로, 이들은 이날 지하주차장에 주차된 각자의 차량을 이동시키기 위해 지하로 내려갔다가 변을 당했다.
A씨는 사랑했던 동생의 갑작스런 죽음에 대해 "너무 원통하다"고 했다.
평소 부부 내외끼리 여행도 가고, 서울에 사는 언니를 위해 포항에 사는 권씨가 문어를 택배로 보내주는 등 자매끼리 우애가 아주 깊었던 사이라고 A씨는 회상했다.
특히 오는 17일에 강원도 강릉으로 함께 여행을 떠나기로 약속했었기에, A씨에게 동생인 권씨의 죽음은 그야말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슬픔"이다.
A씨에게는 최근 새 집을 장만해 기뻐하던 모습의 권씨가 선명하게 남아있다.
평소 딸 부부와 함께 생활하면서 5명이 화장실 1곳을 사용해 불편해했던 권씨가, 새로운 집에서는 화장실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고 그렇게 기뻐했다고 A씨는 말했다.
그런 권씨가 어젯밤 더이상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는 사실에 A씨는 대화 내내 울먹이며 "허망하다"는 말을 되뇌었다.
A씨는 "어젯밤 수색현장에서 실종자들이 나올 때마다 얼마나 기대했는지 모른다"며 "둘 중 한 사람이라도 살길 바랐는데 이렇게 둘 다 대려가시니 하늘이 원망스럽다"고 한탄했다.
이어 "내 동생만 다시 돌려준다면 다른 무엇도 필요없다"며 "지금 이 상황을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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