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친구가 화장실 가지 않았다면"…이태원 여행서 생존한 영국소녀

등록 2022.11.04 12:08:23수정 2022.11.05 11:18:5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친구와 2주 서울여행 중…군중 가까스로 피해

화장실 간다는 친구에 무리에서 피할 수 있어

"엄마, 전화통화에 안도…돌아오지 못했다면"

영국 귀국 "한국서 즐기고 아름다운 것 많아"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남기고 간 추모물품과 메시지가 쌓여 있다. 2022.11.04. sccho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추모공간에 시민들이 남기고 간 추모물품과 메시지가 쌓여 있다. 2022.11.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승주 기자 = "만약 친구가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면 참사에 연루 됐을지도…"

제시카 예토(29)는 3일(현지시간) BBC와 인터뷰에서 지난달 이태원 핼로윈 참사를 극적으로 피할 수 있었던 당시의 상황을 떠올리며 이 같이 말했다. 참사가 발생한 10월 29일 예토도 충돌이 일어난 이태원 해밀턴 호텔 인근 현장에 있었다.

예토는 사건이 벌어지기 전 상황을 묘사하며 "이태원역에서 거리로 나가기까지 꽤 지연됐다. 하지만 힘겹게 역 밖으로 나가 보니 모두가 즐기고 소리치고 웃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태원에 도착한 이들 무리는 한 친구가 화장실에 간다는 바람에 군중에서 잠시 비켜섰다. 이것이 참사를 피할 수 있었던 이유다.

당시만 해도 이들은 이태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지 못했다. 그녀는 "핼러윈 복장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는 모든 사람들의 의상에 감탄하며 흥분했다"면서도 "점점 모든 것이 빠르게 고조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해밀턴 호텔 측 분홍 철제 가벽이 설치돼 있다. 2022.11.01. jhope@newsis.com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에 해밀턴 호텔 측 분홍 철제 가벽이 설치돼 있다. 2022.11.01. [email protected]


예토는 "(처음에는) 누군가가 술에 취했거나 기절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위험에 임박했거나 많은 사람이 다쳤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하지만 10분 뒤 많은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받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심폐소생술을 받는 사람들이 5명에서 10명, 이후에는 점점 늘어났다. 내용은 알지 못했지만 휴대전화에 한국어로 된 알림문자가 왔다고 전했다.

그녀는 "매우 침착하고 행복한 사람들부터 들 것에 실려가는 것까지 (눈에 띄었다)"라며 "그제서야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제서야) 친구가 화장실에 가지 않았다면 우리는 큰 도로에서 더 안쪽에 있었을 것이고, 충돌에 연루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처참했던 당시 상황을 묘사했다. 통곡하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었다. 예토의 친구는 누워있는 사람들 중 화장실에 있던 사람을 발견했다.

당국 조치의 아쉬움도 전했다. 그녀는 BBC에 "참사가 났던 길은 상당히 가파르기 때문에, 당국은 군중(의 움직임을) 더 잘 예상할 수 있었지 않을까"라고 했다.

이번 참사는 예토가 친구들과 2주 간 한국 여행하던 중 발생했다. 이번 휴가는 그들이 4년 동안 꿈꾸던 휴가였다. 참사는 여행 막바지에 발생했지만, 그녀는 무사히 런던으로 귀국할 수 있었다.

그녀는 엄마와 통화하던 때를 전했다. "엄마는 내 목소리를 듣고 안전하다는 것에 안도감을 느꼈다"며 "마침 휴가지에서 돌아오지 않았다면 무엇을 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대규모 행사장에 갈 때 조심할 것"이라면서도 "여행 막바지에 (참사를) 겪었지만, 분명히 (한국여행에서) 즐겼던 부분이 많고 아름다웠다고 생각했던 부분들이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