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독립 200년만에 첫 여성 대통령…"모든 피의 내각 구성하겠다"
디나 볼루아르테 취임…조기 선거 없으면 2026년 7월까지 임기
호세 마리아 아르게다스 소설 제목 '모든 피' 인용 수락 연설도
여러 인종·계층 다 아울러 내각 구성하겠다는 의지 보였다 해석
'반란 혐의'로 탄핵된 전임 대통령 7일간 구금…내란죄 계속 조사
[리마=AP/뉴시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부통령이 7일(현지시간) 리마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한 후 국회의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페루 의회가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101표, 반대 6표, 기권 10표로 통과시키면서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 취임했다. 2022.12.08.
[서울=뉴시스]김래현 기자 = 페루에서 독립 200년만에 첫 여성 대통령이 나왔다. 전임 대통령이 탄핵당한 데 따른 결과다.
8일(현지시간) 미국 CNN을 비롯한 외신들은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대통령 취임 소식을 전했다.
볼루아르테는 대통령직 수락 연설에서 본인의 첫 번째 임무가 "부패 근절"이라고 밝혔다. 이어 "페루를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피의 내각을 구성하겠다"고 말했다. 이때 언급된 '모든 피'는 페루 작가 호세 마리아 아르게다스의 소설 제목이다. 여러 인종이나 계층이 얽힌 상태로 급속히 변화하는 페루 사회를 다룬 책이다.
볼루아르테는 "같은 지역 출신인 아르게다스를 기억한다"며 "배제된 사람이나 외부인이 차별받지 않도록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또 "2026년까지 민주주의를 수호할 것을 신에게 맹세한다"고 덧붙였다. 정부와 의회가 수년간 갈등을 빚어온 페루 상황을 안정시키기 위해 출신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리마=AP/뉴시스] 디나 볼루아르테 페루 부통령이 7일(현지시간) 리마에서 대통령으로 취임하고 있다. 페루 의회가 페드로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101표, 반대 6표, 기권 10표로 통과시키면서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 취임했다. 2022.12.08.
그는 페루가 독립 200년 만에 맞이하게 된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다. 조기 선거가 진행되지 않는다면 볼루아르테 임기는 2026년 7월까지로 연장될 전망이다.
볼루아르테는 2007년 페루 국가 등기소장 일로 정치 경력을 시작했다. 또 2018년에는 페루 리마 수르키요 시장 후보로 출마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로부터 2년 뒤에는 임시 국회의원 선거에도 나섰지만 낙선했다.
그 후 2021년 총선에서 페루 자유당 부통령 후보로 출마했고 883만6380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부통령직을 수행하던 와중 전임 대통령이 탄핵당해 대통령 자리에 오르게 됐다.
[리마=AP/뉴시스]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이 지난 10월11일(현지시간) 페루 리마의 대통령궁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페루 의회는 7일 세 번째 탄핵 시도에서 탄핵안을 가결, 그를 축출했다. 2022.12.08.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전 대통령은 의회 임시 폐쇄를 위헌적으로 선언했다가 이날 탄핵당했다. 의원들은 카스티요 탄핵 안건을 101대6으로 가결한 후 대통령직을 공석으로 선포했다. 페루 의회는 3번째 시도 끝에 카스티요를 축출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과정은 카스티요 전 대통령이 탄핵을 피하고자 일부 의원들에게 100만 달러를 제안했다는 폭로가 나온 뒤 빠르게 진행됐다.
카스티요는 해당 폭로 이후 "법치주의와 민주주의 확립을 지향하는 비상정부를 수립하기로 결정했다"며 의회 해산을 시도했다. 그는 또 오후 10시 이후 통행금지 조치를 발표했다. 시위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리마=AP/뉴시스] 페드로 카스티요 페루 대통령의 반대자들이 7일(현지시간) 리마에 모여 그의 탄핵을 축하하고 있다. 페루 의회가 카스티요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찬성 101표, 반대 6표, 기권 10표로 통과시키면서 디나 볼루아르테 부통령이 후임 대통령에 취임했다. 시위대는 "볼루아르테도 물러나게 할 것"이라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22.12.08.
이러한 카스티요 전 대통령의 시도는 반란 미수로 평가받았다. 카스티요의 탄핵 변호사를 비롯해 내각 장관들도 이러한 조치에 반발하며 사임했다. 의회는 카스티요가 해산을 시도한 지 2시간 만에 그를 도덕적 무능 혐의로 탄핵했다.
카스티요는 탄핵 당일 감옥으로 이송됐고 다음 날 7일간 구금을 선고받았다. 페루 대법원 판사가 의회 해산 후 내란죄 혐의로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카스티요 구금을 명령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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