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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상한가 이유는...공매도 '청산' 때문

등록 2023.02.20 11:2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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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LB 물적 분할...ENG사업 떼내기로

주식매수청구권 의무 부여이후 첫 물적분할

공매도 청산 움직임에 주가 급등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김경택 기자 = HLB가 선박 및 파이프 사업 부문의 물적분할을 결정하면서 이례적으로 주가가 가격제한폭까지 올랐다. 그간 물적분할이 주가에는 악재로 작용한 것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소액주주를 위해 바뀐 제도가 공매도에 타격을 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와 금융당국은 물적분할 제도가 '알짜회사'를 떼내 특정 대주주를 밀어주는 방향으로 악용되자, 이를 막기 위해 물적분할시 소액주주들에게도 매수청구권을 부여하도록 제도를 개편했다. 따라서 물적분할시 공매도를 한 투자자들은 빌린 주식을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하려는 주주에게 돌려줘야 한다. 강제로 공매도를 청산해야 하는 효과가 나타나는 셈이다. 

20일 오전 11시10분 현재 HLB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8650원(29.88%) 오른 3만76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지난 5월13일(25.74%) 이후 약 9개월만의 최대 상승폭이다. 당시 HLB는 글로벌 권리를 보유한 ‘리보세라닙'의 간암 1차 글로벌 임상 3상에서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다고 발표하면서 주가가 급등했다. 상한가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 2020년 8월13일(29.99%) 이후 2년6개월 만에 가격제한폭을 터치하게 됐다.

HLB의 주가가 뛰고 있는 것은 물적분할을 결정한 영향으로 보인다. HLB는 지난 17일 선박, 파이프 사업을 맡고 있는 ENG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한 후 비상장법인인 HLB ENG(가칭)로 분할 신설하기로 결정했다고 장 마감 후 공시한 바 있다. 분할기일은 오는 5월19일이다. 물적분할이 완료되면 분할신설회사인 HLB ENG의 발행주식은 모두 분할회사인 HLB에게 배정된다.

물적분할은 주가에 악재로 여겨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알짜배기 사업부를 물적분할해 존속법인인 모회사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전기차 배터리 사업 부문을 LG에너지솔루션으로 분리한 LG화학의 주가가 내리막을 걸었던 것이 대표적인 예다.

하지만 HLB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는 평가다. 지난해 말 기준 HLB 전체 매출에서 ENG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10.17% 수준이다. ENG사업부 매출 또한 지난 2020년 423억원을 고점으로 2021년 260억원, 지난해 179억원으로 매해 감소세를 나타내고 있다. 영업이익 또한 2018년 반짝 흑자를 기록한 이후 줄곧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런 이유로 HLB 주주들은 완전한 바이오 기업으로서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해당 사업부의 분할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온 바 있다. HLB 역시 이번 사업분할로 오롯이 리보세라닙의 신약허가신청(NDA) 등 바이오 사업에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주주와 기업 모두 '윈윈(Win-Win)'할 수 있는 경영판단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HLB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 청산이 주가 급등을 가속화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자본시장법 상 주식매수청구권은 합병 이사회 결의가 공시되기 이전에 취득했다는 것을 증명해야 받을 수 있다. 또는 이사회 결의 사실이 공시된 날의 다음 영업일까지 매매계약을 체결하거나 대차계약을 해지한 뒤 행사일까지 보유한 주식에 대해서만 주식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즉 HLB의 주식매수청구권을 확보하려는 기존 주주는 공매도 투자자에게 빌려준 주식을 회수해야 주식매수청구권 행사가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단기 숏커버링이 주가 상승을 일으키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이시각 현재 매수창구에 모건스탠리 등이 상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그외 HLB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한 점도 호재로 작용하는 모양새다. HLB는 지난해 별도 영업이익이 376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흑자전환했다고 밝혔다. HLB의 영업이익이 흑자를 기록한 것은 지난 2018년(17억원) 이후 4년 만이다.

한편 HLB는 이번 물적분할과 관련해 주식매수청구 가격을 3만236원으로 정했다. 만약 물적분할에 반대하는 주주가 있다면 HLB에 보유한 주식을 매수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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