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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와 도박의 경계선, 홀덤펍 3년새 3배 가까이 늘어 [우후죽순 생겨난 홀덤펍·①]

등록 2023.04.24 15:48:47수정 2023.04.24 21: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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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00여개 2022년 2800여개, 유사업소까지 포함하면 7600여개 추산

"사행성 홀덤펍 아니면 손님 끌어올 수 없어"…업소들 합법영업에 손사래

단속 사각지대 지적도…일반 음식점 신고한 경우 경찰 단속 대상 아냐

[대구=뉴시스] 22일 대구시 북구의 한 홀덤펍에서 참가자들이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2023.04.24. jjik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22일 대구시 북구의 한 홀덤펍에서 참가자들이 게임을 진행하고 있다. 2023.04.2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정재익 이상제 기자 = 전 프로게이머 임요환 등 유명 인사들이 홀덤 대회에서 우승 상금을 타가며 텍사스홀덤의 인기가 급상승하자 합법이라는 인식에 너도나도 발을 들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홀덤은 스포츠라는 인식과 중독성 강한 도박이라는 우려가 공존한다. 실제로는 게임에서 우승해 얻은 시드권을 돈 받고 파는 등 불법적인 거래가 뒤따르는 한편, 상금이나 상품을 걸고 게임을 진행하는 곳도 허다하다. 최근 합법과 불법의 경계가 모호하며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홀덤펍 실태와 전문가 의견을 들어 본다.

"딸그락 딸그락, 레이즈, 폴드"

지난 22일 오후 11시께 대구시 북구의 한 홀덤펍.

매장 내부는 술을 마실 수 있는 바와 카드게임을 할 수 있는 4개의 홀덤 테이블로 구성돼 있었다. 편안한 복장에 게임을 즐기러 온 것 같은 손님, 정장에 넥타이를 맨 회사원 등 다양한 사람들이 방문했다. 음료와 맥주는 따로 제공되지 않았고, 바에 앉아 술을 마시는 손님은 없었다.

홀덤펍 중앙 전면에 설치된 대형 스크린에는 베팅 라운드와 남은 시간이 적혀 있었다. 사진 촬영도 불가능했다.

오픈채팅방을 통해 예약제로만 운영되는 이 홀덤펍은 게임을 처음 접하는 사람은 입장이 불가능하다.

종업원은 "저희 매장은 10만원 이상부터 게임에 참가할 수 있고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는 별다른 교육과 관전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밤 11시40분이 되자 최종 상금 200만 GTD(상금)를 두고 14명의 플레이어가 참여하는 게임이 시작됐다. 끝까지 살아남은 플레이어에게는 등수에 비례한 상금을 주는데, 1등이 지급받는 상금은 100만 GTD였다.

게임 시작 전 시끄럽게 떠들던 플레이어들이 갑자기 조용해지면서 현장에는 긴장감이 맴돌았다.
 
진행자 역할을 하는 딜러는 참가자들에게 패를 2개씩 나눠줬다.

패를 받은 사람은 옆 참가자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왼손으로 조심스럽게 각자의 패를 확인했다.

플레이어들은 본인 앞에 있는 칩을 딸그락거리며 "레이즈, 체크, 폴드 등 전문 용어를 말하며 게임을 진행했다. 조용한 분위기 속 참가자들은 입술을 깨무는 등 초조한 모습을 보였다.

게임은 총 20라운드로 진행됐고 라운드별 칩을 잃고 따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5분 정도였다.

매 라운드 막바지 카드가 공개될 때마다 칩을 따고 잃은 사람들의 표정은 상반됐다. 16번째 라운드에서 패배한 한 플레이어는 "밑장빼기 한 것 아니냐"며 혼자 중얼거리기도 했다.

칩을 모두 잃고 허탈한 표정으로 있던 한 참가자는 "아 오늘도 괜히 했구나"며 한숨 쉬었다.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홀덤펍에서 직원이 영업재개를 앞두고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2021.02.15. dadazon@newsis.com

[서울=뉴시스]김병문 기자 =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완화된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홀덤펍에서 직원이 영업재개를 앞두고 가림막을 설치하고 있다. 2021.02.15. [email protected]



홀덤은 2028 LA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언급될 만큼 국제적인 스포츠 종목으로 자리 잡았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길거리에는 '홀덤'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펍이 눈에 많이 띈다.

24일 한국홀덤스포츠협의회(KHSA) 등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에 1000여개였던 홀덤펍은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로운 놀이문화로 자리 잡으며 우후죽순 생겨나 지난해 7월 기준, 사업자등록을 한 매장은 2800여개로 집계했다.

협의회는 일반음식점이나 보드게임 카페로 등록하고 현금 게임을 하는 곳을 합하면 총 7600개 정도가 더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홀덤펍이 우리나라에서 성행하고 있지만 우승 시 받는 칩을 돈으로 환전하는 등 합법을 가장한 사행성 도박 게임장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홀덤펍이란?

홀덤펍은 일정 비용을 내고 술을 마시면서 '홀덤(Holdem)'이라는 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트럼프 카드를 활용하는 홀덤은 개인 카드 2장, 다 함께 공유하는 공통 카드 5장, 총 7장의 카드 중에서 승부를 낼 5장의 카드 조합을 만들어야 하며, 가장 높은 조합을 만드는 사람이 승리하는 방식이다.

이때 공유 카드는 3장, 1장, 1장 순으로 나눠 공개되고, 게임 중간 베팅을 통한 심리전으로 진행된다.

홀덤펍 이용객들은 최저 1만원부터 10만원 이상의 이용료를 내고 참여권을 얻어 게임에 참가할 수 있다. 다시 게임에 참여하려면 참여권을 또 구매해야 하고, 게임을 통해서 딴 칩이나 포인트는 다른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참여권이나 술, 음료 등 상품으로 교환할 수 있다.

사행성 홀덤펍 성행 이유와 관련 규제들

사행성 홀덤펍이 아닌 기존 합법적인 방법으로 가게를 운영할 시 많은 손님을 끌어올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기존의 고객들도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업주들의 입장이다.

대구 한 대학가 인근 업주 A씨는 "대다수 홀덤펍이 현금성 상품과 환전 등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렇지 않으면 손님을 더 끌거나 유치하기 힘들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홀덤펍이 '단속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도 많다. 일반음식점으로 업종 신고한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관할하게 되는데, 구청 등에서는 쉽게 도박 증거 등을 잡아내기 어려울뿐더러 경찰의 일차적 단속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홀덤스포츠협의회는 이곳에서 이뤄지는 현금 교환은 모두 사행행위규제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내다봤다. 칩을 상품권으로 교환할 수 있는 쿠폰 등을 제공한 업체 대표는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사행행위 등 규제 및 처벌 특례법 제30조 2항에 따르면 사행 기구를 설치·사용하거나 변조한 자 등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형법 제246조는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고, 상습적으로 죄를 범한 사람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사행성 홀덤펍의 불법 여부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돈이나 금품을 통해 게임을 하는 행위를 사행성으로 분류하고 있어 홀덤펍에서 사용하는 칩을 환전하거나 금품으로는 교환하는 것은 불법이다"고 말했다.

이어 단속 여부 및 방법에 대한 질문에는 "규제 위반에 대한 단속을 지속해서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단속된 곳은 없다"며 "단속 방법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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