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적대행위 중지구역 전면 무효화 선언…9·19 군사합의 파기수순
적대행위 중지구역 무효화로 군사 제약 완전히 풀려
합의 파기에는 선 그어…"정부가 공식절차 밟아야 해"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북한이 서해상에서 포병사격을 실시해 연평도 주민 대피령이 내려진 5일 서북도서부대 K-9자주포가 백령도에서 해상사격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제공) 2024.01.0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옥승욱 기자 = 우리 군 당국이 8일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며 9·19 군사합의 파기가 머지 않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국방부는 아직 합의 파기는 아니라며, 이는 군이 아닌 정부 차원에서 절차를 밟아 진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성준 합동참모본부 공보실장은 이날 "북한은 9·19 군사합의를 3600여회 위반했고, 서해 상에서 지난 3일 동안 연속으로 포병 사격을 실시했다"며 "이에 따라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우리 군 당국의 이같은 결정에는 지난 5~7일 사흘간 북한이 서해 상에서 포사격을 실시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북한은 2018년 9·19 군사합의 이후 처음으로 지난 5일 오전 서해 상에서 200여발의 포사격을 진행했다. 이에 우리 군 또한 K-9 등을 동원해 400여발의 포사격을 실시, 사격훈련을 재개했다. 우리 군이 서해 상에서 사격 훈련을 실시한 것 또한 9·19 군사합의 이후 최초다.
9·19 군사합의 1조2항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상대방을 겨냥한 각종 군사연습을 중지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이 서해 연평도 북방에서 포사격을 실시하며 우리 군 또한 대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군이 접경지역에서 사격을 재개하며 적대행위 중지구역은 아무 의미가 없게 됐다"며 "우리 군 역시 국민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해당 지역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북 양측 모두 접경지역에서 사격을 재개하며 9·19 군사합의는 사실상 무의미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적대행위 중지구역이 무효화된 것은 해상 뿐만 아니라 육상에서도 동일하다"며 "그동안 9·19 군사합의로 묶여있던 군사제약이 다 풀린 것이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9·19 남북 군사합의는 2018년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명한 평양공동선언의 부속합의서다. MDL 일대에서 군사 연습과 비행을 금지하고 해상 완충 구역 내 함포·해안포 실사격을 금지하는 등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한다는 내용이 핵심이다.
9·19 합의 파기의 발단이 된 것은 지난해 11월 21일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하면서다. 정부는 다음날인 22일 9·19 합의 1조3항 효력을 즉각 중지했다.
이에 북한 국방성은 23일 오전 9·19 남북군사합의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한다며 사실상 9·19 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최전방경계초소(GP)를 복원하는가 하면 고사총 등 중화기도 반입했다.
이후 판문각 공동경비구역(JSA)에서 권총을 차며 재무장에 나섰고, 지난 12월부터 비무장지대(DMZ) 내 경의선 육로와 육로 인근 감시초소(GP) 일대 등에 지뢰를 매설했다.
경의선 육로는 남북 교류·협력의 상징으로 꼽힌다. 이 곳에 지뢰를 매설했다는 것은 앞으로 남북 관계를 철저히 차단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9·19 군사합의 군사적 제약이 풀렸지만 아직 파기는 아니라는 것이 국방부 입장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군에서 취할 수 있는 효력 정지 등에 나선 것이고 합의 파기는 정부에서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야만 되는 것"이라며 "이러한 절차가 남아있는 만큼, 아직 파기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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