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 민주당 병립형 회귀 기류에 "윤석열 정권에 호재될 것"
노동·녹색·정의·진보당, 민주당 의총 전 피켓시위
기본소득당 용혜인도 "자당승리가 기준되어선 안돼"
민주 우원식 "더 큰 승리로 윤석열 정권 심판해야"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등 참석 의원들이 2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로텐더홀 계단에서 열린 선거제도 관련 정치개혁공동행동-진보4당 연석회의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4.01.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야권 소수정당들이 더불어민주당 내 병립형 비례대표제로의 회귀 기류를 두고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미완의 정치개혁 상황에서 회귀하는 것은 윤석열 정권에 호재가 될 것이고, '자당의 승리'가 선거제 개편의 기준이 되어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노동당·녹색당·정의당·진보당은 25일 오전 민주당 의원총회에 앞서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피켓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개악이라고 규정하며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병립형으로 회귀한다면 거대양당이 야합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현장 발언에서 "국민의힘의 손을 잡을건가, 촛불의 손을 잡을건가, 거대양당 독식으로 윤석열 정권을 회생을 도울건가, 연동형 연합정치로 윤석열 정권을 심판할건가"라고 따져 물었다.
이어 "지금 민주당 의원들의 선택은 단순히 선거제에 대한 결정이 아니다"라며 "대한민국이 더 후퇴하느냐, 새롭게 전진하느냐의 중대 기로에서 결정적인 선택을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상임대표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제'는 더더욱 안 된다. 모두 알고 있듯이 권역별 병립형과 지역균형은 아무 관련이 없다"며 "알고도 모르는 척 주장하는 것은 비겁한 꼼수다. 국민의 힘이라는 빌런을 핑계삼아 촛불개혁 과제인 준연동형마저 물거품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청래 의원이 '총선이 여유 부리며 의석을 나눠 주는 자선사업이 아니다'라고 했다고 한다"라며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자는 주장을, 소수정당에 시혜를 베푸는 것이라 생각하는 그 인식이 충격적"이라고 지적했다.
윤 상임대표는 "연동형은 민주당의 주장이기도 했다. 자신들의 말을 번복하려면 사과 먼저 하는 게 올바른 태도 아닌가, 그런데 자선사업이라니 아직 국민의 선택도 받지 않은 의석이 민주당 것이라도 된다는 말인가"라며 "참으로 오만한 생각"이라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병립형 퇴행은 정권심판을 위한 야권의 공조에 찬물을 끼얹고, 윤석열 정권에게는 다시 없을 호재가 될 것"이라며 "야권의 힘을 모아 거부권 통치를 저지해야 하는 중대한 시기에 소탐대실의 우를 범하지 말길 바란다. 민주당의 결단만 남았다"고 보탰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가 2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민주진보진영 비례연합정당 추진 방향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4.01.22. [email protected]
민주진보진영 정당들을 향해 비례연합정당 구성을 제안한 용혜인 기본소득당 상임대표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용 의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이 병립형 퇴행에 대해 협상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며 "원조 연동형 비례대표제 파괴정당인 국민의힘이야 늘 똑같은 입장이었고, 국회에서 법률이 통과되었음에도 자신들은 찬성 표결하지 않았으니 지키지 않겠다는 반헌법적 입장에 대해 덧댈 말이 없다. 그러나 주목해야 할 것은 민주당"이라고 강조했다.
용 의원은 "선거제를 결정할 때 '자당의 승리'가 원칙이 될 수 없다"며 "국민이 이기는 것이, 국민의 뜻이 국회에 반영되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이고 그것이 국민의 요구이고, 개혁의 방향"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 길만이 김대중, 노무현의 길이고 지금 이 순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유지하는 것만이, 제22대 국회에서 미완의 개혁을 완수하겠다고 약속하는 것만이 민주주의의 길"이라고 전했다.
용 의원은 "정치개혁을 완수하고, 위기의 시대에 제22대 국회를 무능과 정쟁의 국회로 남겨두는 것이 아니라 개혁하는 국회로 만들어내고, 끝끝내 진보적 정권교체를 만들기 위한 정치를 포기하지 않겠다"라고도 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이러한 정치개혁의 임무완수라는 '대의'에 집중한 목소리가 나온다.
우원식 전 원내대표는 이날 자신의 SNS에 "민주당이 더 큰 승리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며 "저는 뼛속까지 민주당원이고 민주당의 승리만을 위해 살아왔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제가 준연동형제를 유지하면서 '역할분담론'(민주당 주력 지역구정당+비례연합정당)을 주장한 것도 오직 민주당 승리 전략이라 판단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우 의원은 "(이것이)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면서도 민주당이 더 크게 이기는 길이라 확신한다"며 "역할분담론은 윤석열 정권 심판 구도를 극대화하는 구상이다. 단순히 민주당이 소수정당에 의석을 배려하자는 제안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 "오히려 핵심은 소수정당에 비례의석을 일부 양보해, 민주당 주력의 일대일 지역구 출마 구도를 이끌어내자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박빙 지역까지 승리하여 지역구 당선 의석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리자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우 의원은 "무능하고 오만한 윤석열 정권을 제대로 심판하기 위해서, 우리는 총선에서 압도적으로 이겨야한다"며 "그 핵심은 253개 지역구 선거에서 최대치로 이기는 것이다. 여기에 우리가 양보한 소수정당의 비례까지 합쳐지면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 의원은 "우리의 총선 전략은 내일의 대선전략이기도 하다"며 "지난 대선의 0.7% 패배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는 민주진영의 연대연합이 필수다. 이번 총선부터 시작해야하고, 이것이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에 도움이 되는 더 큰 승리의 길"이라고 덧붙였다.
민주당은 당초 이날 의원총회에서 선거제 개편 관련 당내 의견을 수렴하고 끝장토론을 벌일 계획이었다가 안건을 변경해 선거제 관련 논의는 차후에 하는 것으로 미뤘다.
현재 민주당 지도부는 다음달 1일까지 선거제 개편에 관한 당 차원의 단일안을 내놓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아직 민주당 내에도 우 의원을 비롯해 이탄희 의원 등 병립형 회귀에 반대하고 준연동형제 유지 및 위성정당 방지를 통해 정치개혁을 이어가야 한다는 부류가 여전히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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