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사법 리스크' 총선 후보, 잇단 면접…'부패 근절' 공천 무색
'사법리스크' 이재명 면접…여 "국힘에서 공천 못받아" 공세
재판 중인 노웅래·황운하도 면접…"사법리스크 질문 없어"
공관위 도덕성 신사 기준 강조와 달라 부정적 여론 우려돼
[서울=뉴시스] 추상철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1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지역구 후보자 면접을 보기 위해 면접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01.3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사법 리스크'가 있는 더불어민주당 4·10 총선 후보자들이 잇따라 공천 심사 면접에 나서면서 부패 근절 공천 원칙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1심에서 유죄가 확정되거나 재판을 진행 중인 의원들이 국회의원 후보자 면접에 참여하면서 도덕성 논란이 일고 있다.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공천 중점 항목으로 도덕성을 강조했지만 이와 동떨어진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유권자들은 후보자의 도덕성을 가장 중요한 선택 기준으로 삼고 있어 유권자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관측이다.
2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공관위는 지난달 31일부터 후보자 면접을 시작해 이달 5일까지 진행할 예정이다.
지난달 31일 1일차 면접 심사에서는 이재명 대표가 참석했다. 이 대표는 현 지역구인 인천 계양을 출마를 준비 중이다. 이 대표는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대장동·백현동·성남FC 배임 및 뇌물 혐의 등 세 건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한 주 마다 2~3회 법정으로 출석하고 있다.
이 대표는 통상 총선에서 전략공천을 받는 당 대표가 지역구 경선에 뛰어든 이유에 대해선 "당이 나름의 시스템과 당헌당규를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규정에 따라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사법 리스크' 관련 질문 여부에 대해선 "고맙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여당은 사법리스크가 있는 이 대표가 후보자 면접을 치른 것을 겨냥해 민주당의 공천 기준을 문제 삼으며 공세를 가하고 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공금 법카 횡령, 만취 음주운전, 혐오 욕설, 위증교사, 대장동 토착 비리, 백현동 토착 비리, 성남FC 뇌물, 거짓말로 인한 선거법 위반 등 각각 비위를 저지르는 사람은 현실세계에 아주 드물지만 존재한다"며 "이 대표가 정말 놀라운 것은 이걸 다 한 사람이 했다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에서 이 대표 같은 분이 공천을 신청했다면 절대로 공천받지 못할 것이라 확신한다"며 "그런데 민주당 공천시스템은 이를 적격이라 판정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전날(1일)에는 재판을 받고 있는 노웅래·황운하 의원도 면접을 봤다.
서울 마포갑 4선 현역인 노 의원은 지난 2020년 물류센터 인허가 알선, 발전소 납품 사업·태양광 발전 사업 편의제공 등의 명목으로 사업가 박모씨에게서 5차례에 걸쳐 6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 기소돼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그러나 당 공직선거후보자검증위원회는 같은해 11월 노 의원에게 '공천 적격 판정'을 내려 논란을 자초했다.
노 의원은 전날 면접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 관련 준비를 해갔는데 소명서를 내서 그런지 따로 질문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법리스크 문제에 대해 스스로 설명할 의향은 없었냐'는 질문에 "(면접관들이) 얘기를 안 해서 내가 뭐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본인의 기소 관련 내용을 언급한 후보가 있느냐' 질문에는 "그런 건 없었다"고 짧게 답했다.
지난해 11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1심에서 징역 3년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한 황운하 의원 의원도 이날 심사대에 올랐다. 황 의원은 당 검증위도 통과한 상태다.
황 의원은 면접 후 기자들에게 사법리스크 관련 질문은 없었다고 밝혔다. 황 의원은 "생각보다 짧게 봤다"며 "공통 질문으로 검찰 관련 질문을 두 세개 이상 받았다"고 말했다. 출마 선언문에서 밝힌 검찰 개혁에 대해선 "수사권, 기소권 분리만이 이제 유일한 해법"이라고 했다.
임혁백 공관위원장은 본격적인 총선 후보 공천 작업에 들어가기 앞서 도덕성 공천을 강조했다. 그가 당헌·당규에 따라 대법원 판결 전까지 무죄추정원칙을 지키겠다고 했지만 논란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임 위원장은 지난달 21일 기자간담회에서 "성범죄·음주운전·직장갑질·학교폭력·증오발언 등 5대 범죄 항목을 중심으로 심사하라고 공관위원들에게 일러둘 것"이라며 "그 어느 때보다도 혐오범죄를 저지른 인사가 국민의 대표가 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임 위원장은 면접 심사에 앞서 "민주당은 윤석열 대통령 검찰 정권을 심판해 총선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현지 평판조사와 적격성 심사, 도덕성 검증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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