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 슈퍼사이클' 탄 대원전선, 한 달 반만에 주가 4배 급등
대원전선, 한 달 반만에 주가 4배 급등
주가 상승에 최대주주 280만주 블록딜
단기 주가 상승 과도…오버행 우려도
[서울=뉴시스] 배요한 기자 = 코스피 상장사 대원전선의 주가가 한 달 반 만에 4배 넘게 급등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따른 데이터센터 확대, 구리 가격 상승, 미국의 노후 전력망 교체 주기가 도래하면서 업황 개선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원전선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한 가운데 최대주주가 대규모 블록딜(시간외 대량 매매)에 나서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로 투자자들은 신규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후 대원전선의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25원(0.51%) 오른 491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대원전선은 장초반 5260원(7.68%) 오른 5260원까지 상승한 이후 등락세를 보이고 있다. 대원전선은 지난달 초 1400원대에서 움직이던 주가가 장중 5450원(5월13일) 치솟으며, 한달 반 만에 4배 가까이 급등했다. 같은 기간 대원전선우도 2700원대에서 8750원까지 급등해 3배 가까이 뛰었다.
이는 데이터센터 증설로 인해 AI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미국 내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구리는 전선 제조 원가의 90% 차지해 제품 판가가 구리 가격에 연동하는 특성을 지닌다. 구리 가격이 오르면 전선 제조사는 판가를 고객사에 전이할 수 있는 셈이다.
이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제조 공장 및 데이터센터 증설로 미국 내 전력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바이든 미국 행정부에서 발표한 '5년간 16만km의 송전선 개선책'은 대원전선의 구조적 개선을 가속화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손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해 전력 산업은 초호황기를 누리고 있다"며 "AI의 등장으로 신규 데이터 센터와 노후화된 인프라 교체 사이클 도래,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등의 요인으로 전력 설비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전선의 핵심 소재인 구리의 수요 증가도 맞물리며 구리 가격도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 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2022년 460테라와트시(TWh)에서 2026년 1050TWh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전력 사용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생성형 AI' 서비스의 전력 소모량은 기존 인터넷 서비스보다도 10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원전선은 전력 및 통신 케이블을 제조한다. 지난해 기준 매출 비중은 절연전선 53%, 전력전선 40% 등이다. 절연전선은 전원의 배선용, 전력전선은 전력배송전에서 사용된다.
대원전선은 업황 호조에 힘입어 실적이 뚜렷하게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1분기 대원전선의 매출액읔 128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30억원으로 75.9% 급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8% 감소한 5154억원, 영업이익은 908% 뛴 131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대원전선의 최대주주는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지분 매각에 나서고 있어 주목된다.
대원전선의 최대주주 갑도물산은 지난달과 이번달 두 차례에 걸쳐 각각 160만주(주당 2552원)와 120만주(주당 3957원)를 블록딜을 통해 대원전선의 주식을 국내외 기관에 매각했다. 금액으로 환산하면 약 88억원 규모이며, 지분율은 발행주식 대비 3.73%에 해당한다.
통상 최대주주나 임원 등 경영진들의 회사 지분 매각은 주가에 악재로 여겨진다. 회사 내부 사정에 밝은 인물들인 만큼 보유 주식을 매도한다는 점이 주가가 고점이라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알테오젠과 화천기계가 최대주주의 블록딜 이후 주가가 급락세를 보인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향후 AI 데이터센터 확대 및 전력 수요와 구리 가격 상승으로 인해 전력 관련주들의 성장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면서도 "실적 반영 속도와 최근 주가 상승세를 비교할 때 과도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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