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 과제 산적했는데"…금감원 회계 감독 조직 울상인 이유
[서울=뉴시스]우연수 기자 = 회계 투명성 신뢰도 제고 등 회계 감독 강화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의 회계 감독 체계 개편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감원 회계조직을 총괄하는 전문심의위원의 직급이 지난해 임원 자리에서 빠진 뒤 아직 승격되지 못하고 있어서다.
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달 금융위는 직제 개편을 통해 회계 조직을 부활시켰다. 지난해 초 감사원 지적에 공정시장과 산하 회계팀 조직이 해체됐는데, 행정안전부와 논의해 회계제도팀을 정규화하고 팀장에 전결권을 부여하기로 한 것이다.
금융위가 약 1년 만에 신속히 회계 조직을 되살린 것과 달리 금감원은 지난해 회계 조직 수장 격인 전문심의위원 자리가 임원에서 선임 국장격으로 격하된 뒤 아직 감감무소식이다.
지난해 금감원은 감사원 지적에 부원장보급이었던 금감원 회계전문심의위원을 임원에서 제외했다. 지난해 3월 감사원은 금감원이 임원이 아닌 회계전문심의위원을 사실상 임원으로 대우하면서 집행임원이 1명 초과됐다고 지적했다.
회계전문심의위원은 금감원 회계 관련 4개국(회계감독국·회계감리1국·회계감리2국·감사인감리실)을 총괄한다. 또 회계 감독 조직의 수장으로서 대외 활동을 할 때도 임원급이 아닌 채로 참석하고 있다. 전문심의위원은 금융위 산하 회계 자문·심의 기구인 감리위원회에 당연직으로 참석하고 있으며 한공회 윤리위원회 당연직, 한국회계기준원 이사회 멤버 등으로도 속해있다.
국내 상장사들의 회계 감리, 회계법인에 대한 감독·감리를 맡고 있는 금감원 회계 조직의 직급이 격하되면서 회계 감독과 감리 업무의 위상 악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역대 최대 과징금을 받은 두산에너빌리티 회계 위반 사건에 카카오모빌리티 매출 부풀리기 의혹 등 회계 투명성 이슈가 계속 불거진 바 있다. 또 정부의 밸류업 정책을 둘러싸고 회계 정책까지 인센티브로 거론될 정도로 회계 제도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현 상황과도 상충된다는 지적이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미국은 회계 감독 기구 상장기업회계감독위원회(PCAOB)의 수장은 장관 못지 않은 막강한 권한을 가지는데 반해, 국내에선 회계전문심의위원 직급을 낮췄다"며 "이는 흐름에 맞지 않는 일"이라고 전했다.
또 "금융기관 검사와 달리 회계법인을 감독하는 일은 안그래도 권한이 많지 않아 그립감이 약한 편"이라며 "이 같은 상황에서 직급 격하는 금감원 회계 조직의 힘을 빼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회계 투명성에서 여전히 갈길이 먼 한국은 회계 관련 감독 기관의 역량을 더 강화할 필요성이 크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평가한 회계투명성 순위에서 한국은 여전히 40위권에 머물고 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 역시 독립된 회계 감독 기구를 두고 있다.
전문심의위원을 다시 임원 직급으로 정상화하기 위해선 법을 개정해야 한다. 금융위원회 설치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감원 집행 임원은 15명으로 정해져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위에서도 문제점에 대해선 충분히 인지하고 있다"며 "하반기 법 개정을 추진하기 위해 금융위, 국회와 소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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