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전세사기 '건축왕' 2심서 15년→7년 감형…피해자들 반발(종합)
A씨의 혐의 액수 148억원 중 68억원만 편취 금액으로 인정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전세사기 피해가 전국적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인천 미추홀구 한 아파트에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2023.04.20. [email protected]
[인천=뉴시스] 김동영 기자 = 인천 미추홀구 일대에서 수백억원대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된 60대 건축업자인 이른바 '건축왕'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1심 재판부에서는 공소장에 적시된 피해 세대의 기존 전세 보증금을 모두 편취 금액으로 봤으나, 2심에서는 2022년 5월27일 이후를 기준으로 신규 체결된 전세 보증금과 증액된 전세 보증금만을 편취 금액으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2022년 5월27일을 공범들이 건축왕의 사기 행각을 인식한 시점이라고 봤다.
인천지법 형사항소1-2부(부장판사 정우영)는 27일 2심 선고 공판에서 사기, 부동산실명법 위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된 건축업자 A(63)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을 파기하고, 징역 7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공인중개사, 명의수탁자 등 공범 9명에 대해서는 각각 무죄 또는 징역 8개월~1년6개월에 집행유예 2~3년을 선고하고 석방했다.
이날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에 적시된 A씨의 혐의 액수 148억원 중 68억원만 편취 금액으로 인정했다. 또 이들의 공인중개사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로 판단했다.
정 부장판사는 “검사가 제출한 범죄일람표를 살펴보면, 2022년5월27일 이후에 공범들 사이에 ‘A씨의 재정상태가 좋지 못하다’는 인식을 하게 된 것으로 보여진다”며 “5월27일 이후 임대차 계약 건수가 급격히 감소했다는 사정이 보이고, 실제로 신규 임대차 계약보다는 증액 또는 동액으로 체결된 임대차 계약이 훨씬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러한 사정을 종합해보면, A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5월 이후 임대차 계약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보여진다”며 “A씨에 대해서는 2022년1월부터 범행을 인정하고,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서는 같은해 5월27일 이후로 미필적고의를 인정해 유죄로 인정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사가 제출한 공소장에 적시된 범행기간 중에서 신규로 체결된 임대차 계약과 증액이 된 계약금에 한해서 69억을 편취금액으로 인정한다”며 “동액으로 체결된 계약에 한해서는 범죄사실 증명이 없는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의 선고가 끝나자 피해자들은 "사기공화국 대한민국 만세다" "판사님 2022년5월27일이 왜 기준일이 되는겁니까"라며 항의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고, 115억5678만원의 추징을 명령했다. 또 공범들에게는 징역 각 4~13년을 선고했다.
당시 1심 재판부는 "피고인은 나이 어린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70대 노인 등과 같이 경제적으로 취약한 대상을 상대로 범행했다"면서 "범행 동기와 수법이 매우 불량하고, 피해자 수와 피해 규모에 비춰 결과도 중하다"고 판단하면서 A씨에게 사기죄 법정최고형을 선고했다.
A씨 등은 지난 2022년 1월부터 같은해 7월까지 인천 미추홀구에 있는 자신이 소유한 공동주택의 임차인 191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약 148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이후 검찰이 2·3차로 기소해 별건 재판 중인 사건까지 합하면 2021년 3월부터 2022년 7월 사이 건축왕 일당의 전세사기 피해자는 665명, 피해 보증금은 약 536억원으로 늘어난다.
한편 A씨는 지난 2018년 1월 강원 동해 망상지구 도시개발 사업 부지 확보를 위해 자신이 운영하는 건설사의 공사대금 등 약 117억원을 횡령한 혐의(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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