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환 지사 역점사업' 싹둑… 충북도-도의회 예산 갈등
상임위 심사서 8개 사업 56억7000만원 대폭 삭감
도의회 내부선 "소통 부재" 지적…예결위 험로 예고
충북도의회 제42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모습. (사진=충북도의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청주=뉴시스] 이도근 기자 = 충북도와 충북도의회가 2회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을 놓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김영환 지사와 같은 국민의힘이 다수인 도의회가 이른바 '김영환 표 예산'으로 불리는 김 지사 역점사업 예산에 줄줄이 삭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도는 예결위에서 관련 예산을 최대한 되살리겠다는 계획이나, 도의회 내부에서는 상임위를 통과한 일부 사업 예산에도 칼질이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사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8일 도와 도의회에 따르면, 도는 당초 예산 7조4467억원보다 1.6%(1167억원) 늘어난 7조5634억원 상당의 2회 추경 예산안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도의회는 상임위원회별로 지난 4~5일 예산안을 심의·의결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넘겼으나, 이 과정에서 김 지사의 역점 사업 등의 사업비를 전액 또는 부분 삭감됐다.
위원회별 삭감액은 정책복지위원회 1378만원, 행정문화위원회 23억8928만원, 산업경제위원회 31억8000만원, 건설환경소방위원회 9600만원 등이다. 이는 도의회의 2회 추경안으로 증액을 계획한 1167억원의 5% 가까이 되는 규모다.
도의회는 레이크파크 르네상스나 업사이클 등 김 지사의 공약·역점 사업 예산을 줄줄이 삭감했다.
괴산군 청천면 후영리 대후초 폐교에서 계속사업으로 진행 중인 충북형 농촌공간 활용 시범사업 부지매입비 25억원과 괴산군 청천면 엽연초 수납소 업사이클링 사업 예산 16억6794만원, 휴양림 숲속의 집 관련 실시설계용역비 9600만원 등이 전액 삭감됐다. 충북아쿠아리움 활성화 사업 예산 18억8000만원 중 6억8000만원도 감액됐다.
도청 본관 복합문화공간 조성 사업 설계비 6억508만원도 전액 삭감됐다. 이 사업은 근대문화유산인 도청 본관을 도민들에게 개방하겠다는 김 지사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데, 내년 7월 도의회 신청사 준공에 맞춰 도청 본관 전체를 그림책 도서관과 전시실, 공연장 등으로 리모델링하겠다는 도의 구상에 차질을 빚게 됐다.
도의회는 이들 사업들의 경제성이 낮고, 추진 과정에서 각종 논란을 빚는 등 시급성이 떨어진다고 보고 있다.
한 도의원은 "도가 과연 이번 추경안을 도민 생활·안전에 중점을 두고 편성했는지 의문이다. 추경안 편성 과정에서 도민 대의기관인 도의회와 소통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도는 예결위에서 삭감된 예산을 적극 살릴 것을 요구할 방침인데, 상임위의 예산 삭감에 대한 일부 불만도 나오고 있다.
도의 한 간부 공무원은 "김 지사와 같은 국민의힘이 다수인 도의회가 추경 예산을 무 자르듯 삭감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이뤄지고 있는 계속 사업비까지 삭감하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같은 예산 갈등은 지역주민들의 민원으로 도의원들이 편성을 요구한 사업 일부가 추경안에 반영되지 않는 등 도와 도의회가 추경안 사전 협의가 부족해 벌어진 것이라는 게 도의회 안팎의 해석이다.
또 최근 산하기관 2곳의 기관장이 검찰수사를 받거나 기소된 것과 관련해 도의 인사시스템 허점이 드러난 데 이어 친명(친 이재명) 지지층이 활동하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한 노동영 변호사를 정책수석보좌관으로 내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도의회 내부에선 소통 부재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일고 있다.
도의회 예결위는 오는 9~10일 2회 추경안을 심의, 11일 제2차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할 예정이다.
다만 일부 예결위원들이 상임위보다 더 강경한 입장을 보이면서 삭감 예산안 부활에 난항이 예상된다. 특히 상임위를 통과한 제천 청풍교 관광자원 업사이클링 관련 예산 등 김 지사의 역점사업이 추가 삭감될 수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도는 추경안과 관련해 도의회와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남은 회기 동안 도의회를 설득하는 등 원만한 해결책을 모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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