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행…참여율 54.7%

병원 창구서 서류 뗄 필요 없이 '실손24' 앱으로 청구

병상 30개 이상 병원과 보건소 대상 오늘부터 시행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24일 서울시내 한 병원에서 시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2023.07.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김형섭 기자 = 소비자가 실손의료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서류를 떼러 병원을 방문하지 않아도 되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전산화)가 25일 시행에 들어갔다. 다만 대상 병원 및 보건소의 참여율이 54.7%에 그쳐 반쪽짜리로 시작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미참여 병원들과 소통을 강화해 참여를 독려하고 보험업계에는 내년 10월 동네 의원과 약국들의 참여를 위한 설득도 조기에 착수할 것을 주문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날 보험개발원에서 보건복지부와 금융감독원, 보험업계 등과 함께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오픈행사'를 열어 전산시스템 운영 상황과 요양기관 참여 현황 등을 점검하고 향후 추진방향을 논의했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소비자가 요청하면 요양기관(병·의원 및 약국)이 보험금 청구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산으로 전송함으로써 보험금 청구를 위해 의료기관을 방문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앤 서비스다.

병상 30개 이상 병원과 보건소에서는 이날부터, 병상 30개 미만의 의원과 약국에서는 내년 10월25일부터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시행된다.

그러나 병원들의 참여가 저조해 반쪽짜리 출범에 그치게 됐다.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위해 필요한 전자의무기록(EMR) 시스템 도입 비용 부담 문제 때문이다. EMR은 환자 진료기록 등을 전자문서로 작성·보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실손보험금을 전산으로 청구할 수 있게 하려면 병원이 EMR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대형병원의 경우 자체 EMR이 있지만 중소형 병원은 상용 EMR 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그동안 EMR 업체와 보험업계 간 비용 부담 이견으로 상용 EMR을 쓰는 병원들의 참여가 저조했다.

최근 보험업계가 시스템 구축비, 확산비 등에 약 1200억원의 예산을 편성하고 EMR 업체와의 협상에 진전이 생기면서 9월말 이후 400개 이상의 병원이 추가 참여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다만 이달 24일 기준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에 참여를 확정한 요양기관은 대상기관 7725개 중 4223개로 참여율은 54.7%에 그치고 있다. 실손보험금 청구비중 기준으로는 56.9%다.

[서울=뉴시스] 2024년 10월24일 기준 요양기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 참여 현황. (자료=금융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기관별 참여율을 보면 상급종합병원(47개)과 보건소(3490개)는 100% 참여했다. 종합병원은 331개 중 214개가 참여해 64.7%의 참여율을 나타냈다. 일반·요양·정신·치과·한방 등 병원은 3857개 중 12.2%에 불과한 472개만 참여를 결정헀다.

그나마도 전산 준비를 마치고 이날부터 실제 실손보험 청구가 전산으로 가능한 병원은 210개에 그치는 상황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도 이날 오픈행사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는 보험 청구 절차를 간편하게 하고 그간 포기됐던 소액보험금을 보험소비자에게 되돌려주는 제도로서 준비과정 속 다양한 이견 속에서도 국민만 보고 첫걸음을 떼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국민들이 청구 전산화를 온전히 체감하기에는 아쉬운 면이 있다"고 했다.

금융위는 아직 미참여한 병원과 EMR 업체에 대한 소통을 강화해 참여기관을 확대할 방침이다. 참여를 확정한 병원의 경우 실손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는 앱인 '실손24'와의 연내 연계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김 위원장은 "이번 시스템은 국민을 위한 것인 만큼 국민들이 실손 전산 청구 가능 병원을 편리하게 확인하고 병원을 선택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중요하다"고도 했다.

전산 청구 가능 병원 안내를 위해 실손24는 '내 주변 병원 찾기' 기능을 제공하며 주요 마이데이터 사업자(네이버·카카오·토스)를 통한 결제 데이터와 실손24 연계 서비스도 제공된다. 스마트폰 지도 앱과의 연계도 추진 중이다

또 김 위원장은 내년 10월25일부터 7만개 동네 의원과 2만5000개 약국으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가 확대되는 것과 관련해 "병원 연계가 끝나기를 기다리지 말고 보험업계는 별도 전담팀을 지금부터 구성해 의원과 약국 참여를 설득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위도 복지부와 협조해 보험업계, 의료계, EMR 업체 등과 소통하고 의견 조율을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이날 행사에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로 인해 절감되는 보험회사 비용이 국민들의 보험료 경감으로 이어지는 등 청구 전산화에 따른 효익은 오롯이 국민에게 돌아가야 할 것"이라며 "실손 청구 전산시스템은 개인 민감정보가 전송되는 시스템인 만큼 꼼꼼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내년 10월25일까지 의원·약국을 포함한 의료계가 제도 시행에 필요한 전산 개발 등을 실시할 수 있도록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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