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달라는 아내 감금하고 굶겨 죽게 한 50대 남편 징역형
작은방에 감금·식사 미제공…사망 당시 몸무게 20.5㎏
"사회적 무관심이 함께 더해져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
"우리 사회, 장애인 있는 가정에 더욱 관심 가져야“
[대구=뉴시스]이무열 기자 =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지방법원 전경사진. 2021.04.2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김정화 기자 = 아내를 작은방 안에 감금하고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등 유기·방치한 경증의 지적장애가 있는 남편에게 징역형이 선고됐다.
대구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어재원)는 8일 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A(59)씨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이번 재판에서 배심원 7명은 만장일치로 감금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평결했다. 유기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 5명, 무죄 2명이었고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 5명, 유죄 2명이었다.
양형에 대한 의견은 징역 5년 1명, 징역 4년 1명, 징역 2년 3명, 징역 1년6개월 1명, 징역 1년 1명으로 나뉘었다.
배심원의 의견을 종합한 재판부는 유기치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고 감금, 유기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했다.
A씨는 2022년 11월 중순부터 지난해 1월4일 오전 10시10분께 법률상 배우자인 피해자 B(54·여)씨를 난방이 되지 않는 작은방 안에 사망한 채로 발견될 때까지 감금하고 식사를 제공하지 않는 등 유기해 '고도의 기아 상태에 의한 케톤산증' 등의 합병증이 발병하는 등 방치해 유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장기간 영양 섭취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당시 B씨는 키 145㎝, 몸무게 20.5㎏ 밖에 되지 않았고 건강이 매우 좋지 않아 스스로 거동하기 어려운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가 청각장애가 있어 대화가 잘되지 않고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불만을 품어 왔던 A씨는 피해자가 동네 사람들의 눈에 띄는 것이 싫다는 이유로 출입문을 장롱으로 막아두고 창문틀에 못을 박아 창문을 열지 못하도록 했고 작은 출입문은 자물쇠를 채우고 막아놓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어재원 부장판사는 "장애가 있어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A씨 가정에 대해 아들 및 그 친족들의 무관심과 이웃 주민 등 사회적 무관심이 함께 더해져 발생한 안타까운 사건이다"며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가 장애인이 있는 가정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기를 바란다"고 판시했다.
이어 "장기간의 기아 상태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마지막으로 다급하게 피고인을 불러 도움을 요청했던 것으로 보이는데도 이를 외면했다. 피고인에게 경계성 지적장애가 있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참으로 비정한 남편이다"며 "감금 및 유기의 정도가 중대하고 그로 인한 결과가 매우 참혹한 점, 죄책이 매우 무겁고 비난 가능성 또한 매우 큰 점, 유족인 남동생은 엄벌을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종합했다"며 양형의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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