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민사회단체 "한전 송전선로 건설, 생존 위해 반대투쟁"
"지방이 서울·수도권 식민지냐…주민 무시 일방적 한전 계획 반대"
"지방 전력 필요기업 지방으로 오라…그것이 진정한 RE100"
[정읍=뉴시스] 19일 정읍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고압송전탑반대정읍대책위원회가 정읍시의회 앞애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을 무시하는 한전의 일방적 고압선로건설 정읍시민은 반대한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재판매 및 DB 금지
전북 고창에서 있었던 지난 11일 한전의 사업설명회 무산 및 반대집회에 이어 19일에는 같은 사업지구 내에 속해 있는 정읍의 사회단체들이 송전선로 설치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읍지역 15개 사회단체 및 진보정당으로 구성된 고압송전탑반대정읍대책위원회는 이날 정읍시의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민을 무시하는 한전의 일방적 고압 송전선로 건설 정읍시민은 반대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전남해안에서 서울까지 약 400㎞를 수백개의 철탑과 수십만볼트의 송전선으로 뒤덮어야 하는 이 계획은 금수강산을 보존하고 삶을 지켜내기 위해 단연코 반대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천명한다"고 했다. 또 "정도 차이만 있을 뿐 전자파가 해롭다는 것쯤은 삼척동자도 아는 사실"이라며 "한전에서는 주민설명회랍시고 시골 어르신들 앞에서 34만5000V의 송전선로가 '헤어드라이기 정도밖에 안 되는 전자파 수치라서 인체에 무해하다'는 어처구니없는 말로 현혹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수도권에 발전소를 짓든지, 발전소가 있는 지방으로 신재생 전기를 쓸 기업이 내려오든지 해야 공정한 것이며 그것이 바로 지산지소(地産地消)이고 진정한 의미의 RE100(전력 100% 재생에너지)"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400㎞를 송전탑으로 연결하면서 발생하는 엄청난 비용과 무지막지한 탄소배출량, 주민피해까지 계산한다면 이것은 RE100도 아니고 껍데기에 불과하다"면서 "수도권에 발전소를 지을 수 없으면 친환경 전기가 필요한 기업이 지역으로 내려오는 것이 경제성과 효율성 둘 다 우수한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나아가 "이런 합리적 대책이 있음에도 불공평·불공정한 상황이 벌어지니 '지방이 서울의 식민지냐?'는 말이 나온다"며 "돈 되는 시설, 유익한 시설은 서울과 수도권에 두려 하고 해롭고 위험하고 더러운 시설은 지방에 두려 해 나오는 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역이 서울과 수도권의 식민지가 아님을 온몸으로 증명해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내몰려 있다"며 "우리는 내 땅, 내 동네만 아니면 된다는 것이 아니라 우리 지역 공동체의 절박한 생존을 위해 고압송전탑 반대투쟁의 한가운데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정읍=뉴시스] 지난 11일 고창청소년수련관에서 열렸던 사업설명회 당시 한전이 배포한 자료 中. *재판매 및 DB 금지
이들은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전력공급망 구축계획을 이번 갈등의 유발요인 중 하나로 지목하며 "RE100은 고사하고 기초적인 용수와 전력조차 부족한 곳에 클러스터를 지정한 것 자체가 무모했다"고 정부정책을 비판했다. 이어 "지방에서 전력을 끌어오려 십수년 장거리 송전선로를 구축하는 것보다 클러스터 자체를 전력이 여유롭고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새만금 등 남쪽에 조성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갈등을 빚고 있는 한전의 이번 사업은 전남 신안해상풍력단지 생산 전력(8.2GW)을 신장성변전소로, 전북 서남권해상풍력단지 생산 전력(2.4GW)을 신정읍변전소로 잇고 다시 '신장성변전소'에서 '신정읍변전소'를 이은 후 '신계룡변전소'까지 송전선로를 연결하는 사업이다. 전력이 공급되는 최종 송전지는 수도권이다. 이를 위해 한전은 전북 고창군, 순창군, 정읍시, 광주 광산구, 전남 담양군, 영광군, 장성군까지 7개 지역 내 61㎞ 구간에 345㎸의 고압 송전선로와 수백개의 송전탑을 설치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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