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의 트럼프 호가호위(狐假虎威)?…막나가는 유럽 극우 지지
英 반이슬람 관련 혐의로 수감된 극우인사 석방 X(옛 트위터) 통해 요구
노동당 의원 “머스크 너무 나갔다. X가 오물구덩이 됐다”
“(극우) AfD가 희망의 불꽃” “獨 대통령은 폭군”
[뉴욕=AP/뉴시스] 일론 머스크가 지난해 11월 16일 뉴욕 메디슨 스퀘어가든에서 열린 행사에 도널드 트럼프 당시 공화당 대통령 후보와 참석해 있다. 2025.01.03.
[서울=뉴시스] 구자룡 기자 =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실세로 떠오른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가 유럽에서 정치에 개입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총선을 앞둔 독일에서 극우 정당을 지지하는 글을 올리고 독일 연방 대통령을 ‘폭군’이라고 몰아붙이며 정치 개입 논란을 빚은데 이어 영국에서는 극우 인사 석방과 조기총선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트럼프 당선 이후 그의 목소리가 높아져 “머스크가 대통령이냐”는 말까지 나오자 트럼프가 나서 “그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않아 대통령이 될 수 없다”고 진화하기도 했다.
머스크가 전기자동차와 우주산업, 인공지능과 X(옛 트위터) 등 다양한 사업으로 위상을 키워하고 있지만 좌충우돌 각 국 정치에 개입 ‘선을 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영국 극우 인사 석방과 조기 총선 요구
머스크가 이제는 영국 국내 정치에도 본격 개입할 태세를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2일 X에 수감중인 극우운동가 토미 로빈슨(본명 스티븐 엑슬리-레논)의 석방을 요구하고 키어 스타머 총리가 아동 강간범을 기소하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로빈슨은 반이슬람 강경주의를 표방하는 극우단체 ‘영국수호리그(EDL)’의 창설자로 지난해 10월 수감됐다.
그는 2021년 한 시리아 난민 출신 남학생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에서 패한 뒤에도 이 남학생에 대한 거짓 주장을 되풀이해 징역 10개월을 선고받았다.
머스크의 글이 올라오자 집권 노동당 의원들 사이에 분노를 불러일으켰고 많은 의원들은 정부에 X에 글을 올리는 것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한 의원은 “머스크가 너무 나갔다. X는 정말 빠르게 오물 구덩이가 되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러 장관들은 정부가 X를 떠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영국의 각료들이 X를 떠나면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서 맡은 역할을 감안할 때 외교적 사건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고 영국 가디언은 2일 전했다.
英 강간 사건 대응 미흡 비난과 조기 총선 요구
머스크는 “영국에서 강간과 같은 심각한 범죄는 경찰이 용의자를 기소하려면 왕립 검찰청의 승인이 필요하다. 강간 갱단이 정의에 직면하지 않고 어린 소녀들을 착취하도록 허용되었을 때 누구였나. 바로 키어 스타머”라고 지적했다.
그는 필립스 장관이 강간 조직에 대한 수사를 거부하는 진짜 이유는 당시 검찰총장이었던 스타머가 비난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가디언은 머스크는 영국개혁당에 최대 1억 달러 기부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번 X 게시물은 영국 극우에 대한 가장 노골적인 지지를 나타내는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개혁당 대변인은 당내에서 의견이 엇갈리는 인물인 로빈슨을 지지한다고 해서 그의 돈을 받아들이는 당의 의지가 바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머스크는 집권당인 노동당의 지지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조기 총선도 요구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도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도 채 되지 않아 의회를 해산하고 조기 총선을 치르자는 온라인 청원에 250만여 명이 서명했는데 머스크는 이 청원에 대해 “와우(Wow)”라며 호응했다.
이 와우 게시물은 순식간에 14만 6000명의 ‘좋아요’를 받았고 2만7000회 리트윗됐다.
총선 앞둔 독일에서는 극우당 찬양
AfD의 알리체 바이델 대표는 머스크에 감사를 표하는 영상을 게시하고 그녀의 정당이 “독일의 유일한 대안이며 마지막 선택지”라고 호응했다.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독일 의회 해산 및 조기총선을 발표하면서 “최근 루마니아 선거에서 봤듯이, 은밀하든 현재 플랫폼 X에서 집중적으로 행해지듯 노골적이든 외부 간섭은 민주주의에 위험하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달 30일 X에 “슈타인마이어는 반(反)민주적 폭군이다. 부끄러운 줄 알라”고 비난했다.
독일은 올라프 숄츠 총리의 3당 연립 정부 불신임으로 이달 23일 조기 총선을 앞두고 있다. 독일 정가는 머스크의 잇단 발언을 선거 개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머스크는 수많은 팔로워를 가진 기업인이자 미국 차기 행정부에서 정부효율부(DOGE) 수장으로 내정된 영향력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숄츠 총리는 지난달 31일 신년사를 통해 “독일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는 시민 여러분이 결정해야 한다. 소셜미디어 소유주에게 달려 있지 않다”며 머스크를 우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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