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기들은 우리 사회 선하신 좋은 분, 어른들 덕분에 살아갑니다"[이수지의 종교in]
성가정입양원 원장 윤미숙 수녀
[서울=뉴시스] 성가정 입양원 원장 윤미숙 수녀 (사진=성가정 입양원 제공) 2025.01.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아이들에게 부모는 세상 전부입니다."
성탄절 분위기가 아직 남아 있는 서울 성북구 성북동 성가정입양원에 3살 미만 아기들이 밥을 먹다가 윤미숙 수녀를 보자 환하게 웃었다. 윤 수녀는 "아기들 너무 예쁘죠?"라고 말하면서 아기들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연신 인사를 나눴다.
"저는 아기들과 새해 첫날을 맞이하고 있어요. 이 아기들은 우리 사회의 선하신 좋은 분, 어른들 덕분에 살아갑니다. 우리 아기들을 사랑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살아가고 있답니다."
서울대교구 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성가정입양원은 고(故) 김수한 추기경이 세계성체대회 기념사업으로 '우리 아기 우리 손으로'라는 신념 아래 친권이 포기된 아동들이 새로운 가정에서 행복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1989년 설립된 최초 국내입양 전문기관이다.
성가정입양원은 설립 후 지금까지 아기 3100여 명이 머물다 부모를 만나 떠났다.
입양원 원장을 맡고 있는 윤 수녀는 국내 입양에 대해 "같은 문화, 같은 언어, 태어난 나라…굳이 말하지 않아도 소통되고 알아지는 것, 아기들이 부모님을 찾고 만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라며 "아이들이 말하지 않아도 알아들을 수 있고 느끼고 나눌 수 있는 공간에서 태어난 국가에서 사는 것은 소중하다"고 강조했다.
"우리의 아이는 우리가, 우리 사회가, 우리교회가, 우리국가가 책임지고 키워야한다"며 "아동의 건강한 정체성형성을 통해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같은 언어, 같은 문화에서 자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성가정 입양원에서 아기들 돌잔치를 축하하는 원장 윤미숙 수녀(왼쪽) (사진=성가정 입양원 제공) 2025.01.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특히 입양원에 온 아이들에게 국내입양은 더 중요하고 소중하다. 매년 1월 1일 자정이면 병원에서 태어난 아기들은 전 국민의 관심과 함께 환영을 받지만 입양원에는 생부모가 키울 수 없어 친권이 포기되어 자기 생년월일조차 알 수 없는 아기들도 있다.
"아기들은 어른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가장 약한 존재예요. 여러 가지 이유로 본원에 입소되는 아기들은 우리 사회의 맨 끝자리에 있는 아동이 아닐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기 입소와 양부모와의 상담부터 입양까지 매우 복잡하고 까다로운 과정이 진행된다. 아이 건강검진, 생부모의 입양배경, 입양특례법에 의한 양부모 자격확인 , 교육, 아이와 양부모 결연회의, 아동적응을 위한 면회, 가정방문, 양육코칭, 입양을 전제로 한 위탁, 법원 가사 조사, 양부모 심리검사, 법원 최종 면담, 입적, 입적 후 사후방문까지 2년이 넘는 시간이 걸린다.
입양을 전제로 한 아기들이 양부모 집으로 가면 윤 수녀는 가정방문을 통해 아기와 부모 간 적응, 아동의 건강한 발달, 양부모의 적응, 상호작용을 확인하고, 법원으로부터 인용이 되고 나서 입적 후 1년간 사후방문을 통해 아기와 부모 간 애착을 확인하면서 보람을 느낀다.
운 수녀는 "법과 제도로 인해 아기들이 가장 예쁠 때 집으로 가지 못하고 기관에서 부모를 기다리는 시기가 길어진다"며 "이 사랑스럽고 예쁜 아기들 성장을 양부모가 보고 느껴야 하는데 기관 직원들과 저희 수녀들이 그 모습을 볼 때 마음이 바빠지기도 한다"고 털어놓았다.
"아기들이 부모를 만나 집으로 가서 부모와 상호작용을 하고 애착을 만들어나가는 것을 보면 감동스럽고 감사함이 저절로 생긴다"고도 했다.
윤 수녀가 말하는 애착은 믿음이다. 아기는 부모를 통해 세상과 관계 맺는 법과 세상을 살아가는 것을 배우고, 아기는 부모의 세상만큼 보고 듣고 걷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가 맺는 관계 안에서 필요한 것은 믿음인데 아기가 부모님과 건강한 애착을 이룬다면 그 기반 위에 아주 많은 가능성, 희망을 성장시킬 수 있어요. 우리 사회에 건강한 애착을 이룬 사람이 많아질수록 우리 삶의 건강, 행복은 커질 거예요."
[서울=뉴시스] 성가정 입양원 원장 윤미숙 수녀 (사진=성가정 입양원 제공) 2025.01.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국내에서 공개 입양 사례가 많아졌지만 아직 입양에 대한 인식은 부족하다. 윤 수녀는 한 해외 주재원 가족 입양 사례를 들며 "입양은 특별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 가족은 해외에 살고 있는데 친자가 있었고 가족 합의를 통해 한국에서 아기를 입양했다. 입양 후, 이웃들은 마당에서 놀고 있던 아기를 보자 '안 보이던 아기가 있는 이유'에 대해 물어서 가족은 입양 이야기를 해줬다.
며칠 후 동네 이웃들은 '너희 가정에 새로운 가족이 늘어났는데 매우 축하할 일이지 않으냐'며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몇 개월 후 이 가족은 휴가 차 국내로 들어왔는데 친자와 입양아를 만난 지인들로부터 '참 좋은 일했다'는 칭찬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윤 수녀는 "입양은 가족이 되는 방법이고 축하할 일이지, 좋은 일을 한 것이 아니다"라며 "우리 사회가 입양을 가족이 되는 또 하나의 길이란 생각을 하는 문화가 만들어지고 성장할 때 아기들이 집으로 가는 길이 좀 더 환하고 많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리 아기들이 집으로 가서 부모와 애착을 만들고 상호작용을 통해 세상과 건강한 관계를 맺게 될 때 우리 사회의 건강한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성가정 입양원 원장 윤미숙 수녀 (사진=성가정 입양원 제공) 2025.01.0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윤 수녀는 입양을 하거나 고민하는 부모들에게 응원을 보냈다.
"아기는 반드시 독립적 인격으로 성장하게 해주셔요. 부모들은 아기가 어른이 되어 스스로 삶을 살아나가고 삶의 주인이 된다면 기뻐할 일이고 마땅히 이뤄야 할 과업을 이뤘기 때문에 뿌듯해야 합니다. 아기들에게 부모가 되어 주세요. 부모가 되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이 있다면 한 걸음 내딛기만 하면 됩니다. 그 길을 잘 걷고 도착할 수 있도록 저희가 함께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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