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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中 2% 성장' 발언 경제학자에 징계…"경기 침체 우려 틀어막기"

등록 2025.01.08 17:30:54수정 2025.01.08 17:4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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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오산원 "中 경제성장률 2% 불과한데 공식 발표는 5%"

[베이징=신화/뉴시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일 제20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5.01.07. *재판매 및 DB 금지

[베이징=신화/뉴시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일 제20기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는 모습. .2025.01.07.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중국이 지난해 경제성장률 목표 '5% 안팎' 달성에 실패했을 것이라고 주장한 자국 저명 경제학자에게 징계를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8일(현지시각) 해당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시 주석이 최근 수사 당국에 가오산원 중국개발투자집단유한공사(SDIC) 수석 경제학자에 대한 조사를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중국 당국은 시 주석의 명령에 따라 가오산원에 대해 징계 조처했다.

소식통은 가오산원이 지난달 워싱턴에서 열린 미국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와 중국 싱크탱크 공동 주최 포럼에서 중국 당국의 경제성장률 발표와 관련해 비판적 발언을 한 것이 시 주석의 분노를 자아냈다고 전했다.

중국 민간 경제 전문가로 꼽히는 가오산원은 당시 "중국의 실제 성장률 수치가 정확히 몇 퍼센트인지 알 수 없으나 제 추측으로는 지난 2~3년 동안 실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평균 약 2%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공식적으로 발표되는 수치는 약 5%에 가깝다"면서 "내 추측이 맞다면, 앞으로 3~5년 동안 3~4%의 성장률을 기대하는 게 더 합리적일 것 같다. 하지만 공식 수치는 항상 5% 정도일 거라는 걸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중국 당국이 저조한 경제성장률을 숨기기 위해 실제보다 부풀려 발표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은 것이다.

또 가오산원은 중국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는 "경제를 자극하려는 그들의 노력은 매우 기회주의적일 것"이라며 "결국 그들이 약속한 것을 자신 있게 이행할 수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전했다.

소식통은 시 주석이 이 같은 발언 사실을 알고 격노했으며, 가오산원의 입을 막기 위해 징계를 내렸다고 전했다. 징계를 받은 가오산원은 현재 공개 발언이 금지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진다.

가오산원의 비판에 대한 시 주석의 반응은 그의 집권 기간 동안 심화된 경제 문제에 대해 중국이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준다고 WSJ는 진단했다.

중국은 자국이 장기적 경기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 중이다.

현재 중국은 부동산 시장 붕괴로 18조 달러(약 2경6229조원)에 달하는 가계 자산이 소실됐고, 부채는 GDP의 300%에 달할 정도로 늘어났으며, 심각한 산업 과잉 생산으로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상황이 자국의 강력함을 과시하고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위협 등에 정면 대응하려는 노력에 장애물을 가져다줄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고 WSJ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최근 몇 달 동안 자국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 소문을 없애려고 노력해 왔다.

실제 WSJ는 지난해 중국 최고 싱크탱크 중 한 곳의 수석 경제학자인 주헝펑이 비공개 채팅 그룹에서 시 주석의 경제 관리 능력을 비판한 혐의로 구금됐다고 그해 9월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주헝펑은 채팅 중 시 주석의 사망에 대해 간접적으로 언급한 것으로 전해진다.

아울러 중국 당국은 지도부에 의문을 제기했거나 권력층 눈 밖에 난 기업 거물, 은행가, 학자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에 대해서도 강도 높은 조사와 체포·구금 등의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WSJ는 "가오산원이 워싱턴에서 한 발언은 중국 내외의 많은 경제학자와 분석가들에게 비공개적으로 공유됐다"면서 "가오산원과 같은 직설적인 경제학자들에 대한 처벌은 점점 불투명해지는 중국 시장의 실제 상황을 파악하려는 투자자들에게 큰 타격이다"고 평가했다.

한편 중국 당국은 자국 경제 관련 특정 데이터에 대한 접근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몇 년 동안 중국 통계의 신뢰성에 대한 의심이 커지고 있다고 WSJ는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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