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출범으로 '기후정책 양극화' 심화…韓, 다각적 전략 필요"
한국환경연구원, '트럼프 2기 정부 기후·환경 정책 전망' 보고서
바이든 기후·환경정책 대부분 폐기할 듯…파리협정도 재탈퇴
"트럼프 2기 출범 시 온실가스 배출량, 목표치보다 더 늘어나"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1.10.](https://img1.newsis.com/2025/01/10/NISI20250110_0000018529_web.jpg?rnd=20250110144134)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9일(현지시각)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에서 열린 공화당 주지사들과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5.01.10.
17일 한국환경연구원이 발간한 '미 트럼프 2기 정부의 기후·환경 정책의 전망과 시사점'에는 이런 내용이 실렸다.
연구원은 트럼프 1기의 기후·환경 정책의 주요 기조는 '오바마 정책만 아니면 된다(Anything But Obama·ABO)'는 식의 전임 정부 정책과 기후변화에 대한 부정으로 요약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1기 정부는 오바마 정부에서 석탄 화력발전소 조기 폐쇄를 위해 추진한 청정전력계획(CPP)을 백지화하고, 화석연료와 전기차 연비 규제를 완화하는 한편 파리협정의 탈퇴도 주도했다.
'파리협정'은 지구 표면의 평균 온도를 산업화 이전보다 2도 이상 오르지 않도록 억제하고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이 되도록 각국이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한 협약으로, 트럼프는 집권 직후인 2017년 파리협정 탈퇴를 선언해 2020년 이를 실현시켰다.
트럼프 1기 정부는 특히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면서 미국 내 화석연료 생산과 수출을 확대하고 석유, 가스, 석탄 등 에너지 분야 전반의 규제를 완화하는 '에너지 우위 전략'을 펴왔다.
트럼프 1기 정부에서 이런 식으로 완전히 폐지한 기후·환경 정책·제도만 98개에 이른다.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비슷한 변화가 예상된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지난해 미국 대선 캠프에서 트럼프가 발표한 의제(Agenda) 47은 1기 때와 비슷하게 '바이든만 아니면 된다(Anything But Biden·ABB)'의 특징을 지니는데, 이 공약집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추진할 기후·에너지 정책의 추진 방향이 드러나있다.
트럼프는 세계에서 가장 에너지 비용이 낮은 국가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하면서 바이든 정부의 화석연료 생산 규제를 폐지하고, 화력발전소 규제 철폐와 전기차 판매율 의무화 규정을 폐지하겠다고 했다.
특히 파리협정의 재탈퇴도 예고했다.
트럼프는 지난해 6월 CNN이 주최하는 대선 토론회에서 "파리협정은 미국에게 1조 달러의 비용을 부과하지만 중국과 러시아, 인도는 비용을 내지 않기 때문에 이는 미국을 강탈하는 것"이라며 파리협정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다시 드러냈다.
이에 대해 연구원은 "현재 트럼프에게 가장 중요한 기후 이슈는 인간 활동에 의한 기후변화의 가속화가 아니라, 기후위기에 전지구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파리협정의 구조가 미국 경제에 상대적으로 더 큰 부담을 주고, 미국의 경쟁국들이 비용 부담 없이 혜택만 받도록 설계됐다는 인식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파리협정에서 미국이 또한번 탈퇴하게 되면 5년 단위로 국제사회에 제출해야 하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수립도 불필요해진다. 기존에 수립된 NDC 역시도 폐기될 가능성이 높다.
바이든 정부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감축하겠다는 2030 NDC를 세운 데 이어, 2035년까지 61~66% 감축하겠다는 2035 NDC를 수립한 바 있다.
전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이 성공하려면 미국의 참여와 리더십 발휘가 필수적인데, 트럼프 2기 출범 이후 이런 공약들이 현실화하면 국제사회의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 의지도 크게 약화될 것이라는 게 연구원의 분석이다.
그 외에 트럼프 2기에서는 공공 토지·영해에서의 석유·천연가스 신규 시추 재개, 화석연료 생산 세액공제, 전기차·재생에너지 설비 세액공제 중지 등의 변화도 예상된다.
영국의 기후 정보 웹사이트인 카본 브리프(Carbon Brief)는 트럼프 2기 정부가 바이든의 기후정책 대부분을 폐기하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이 2005년 대비 28% 감소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추정했다. 이는 미국의 당초 목표치보다 배출량이 40억t 더 늘어나는 결과다.
아울러 미국이 국제사회에서 기후 리더십을 포기하는 반면 유럽연합(EU)은 기후 관련 규제를 강화하고 있어, 기후 정책의 양극화도 예상된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은 탄소중립기본법상 중장기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기반으로 일관되게 정책과 전략을 이행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제안했다.
연구원은 "미국이 기후 리더십 부재 속에서 한국이 다자주의적 협력을 강화해 조정자 역할을 수행하고, 기술개발과 녹색금유 지원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대응과 경제성장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모델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양극화 된 기후정책의 상황 속에서 다각적인 녹색시장 접근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연구원은 분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oy@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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