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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씻는다는 것의 역사' 이인혜 "상식-비상식 갈리는 지점이 몸"[문화人터뷰]

등록 2025.03.15 09:00:00수정 2025.03.15 09: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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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로 8년간 근무

"애당초 옷 벗고 탕에 들어가는걸 이해 못해"

"사람들 상식에서 첨예하게 대립하는 게 '몸'"

"공영목욕탕이나 사설 목욕탕 지원도 필요"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인혜 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2025.03.15. tide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인혜 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2025.03.15. tide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조수원 기자 = "목욕을 좋아하고 애정이 넘쳐서 책을 썼겠구나 싶겠지만 원래는 목욕을 좋아하지 않아요. 애당초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는 걸 이해 못하는 사람이에요."

책 '씻는다는 것의 역사'를 펴낸 이인혜(40) 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사는 목욕을 즐기냐는 질문에 의외의 답을 내놨다.



책은 인더스 문명의 목욕탕 유적부터 오늘날 한국의 동네 목욕탕까지 다양한 목욕 문화를 소개한다. 서울대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석사 학위와 박사 과정을 수료한 이인혜가 2015년부터 약 8년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근무할 당시 전국 각지의 목욕탕을 돌아보며 경험하고 관찰한 내용이 담겼다.

서울 동작구 한 카페에서 만난 이인혜는 "'샤워가 어떻게 매일하는 습관이 됐을까'라는 궁금점에서 (연구를) 시작했을 뿐, 목욕을 애호하지도 않고 목욕은 일상과 습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했다.

그가 목욕 문화를 연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이인혜는 "상식과 비상식이 가장 갈리는 지점이 어디일까에서 시작했다"며 "상식에 있어서 사람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지점이 몸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는 "사람들을 보면 몸에 민감하다"며 "어떤 약이 건강에 좋다고 TV에서 소개되면 매진되는 것처럼 목욕을 매일 하는 게 상식이라 여기는 지점부터 갈리지 않을까 싶어 주제로 다뤘다"고 했다.

그는 유명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저서 '문화의 패턴'을 인용하며 "어느 시대에서 상식이었던 게 다른 곳에서는 아니고 우리에게 상식인 게 어느 문화에서는 아닌 것처럼 문화 포용력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매일 씻는 것도 다른 곳에서는 아니고 또 어디서는 모래로도 씻는다"며 "같은 시대 속 다른 문화에서, 같은 문화라도 다른 시대라면 몸에 대한 관념은 달라진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인혜 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2025.03.15. tide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수원 기자 = 지난 13일 서울 동작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인혜 전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2025.03.15. tide1@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 강서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현재까지도 살고 있다는 그는 자신의 어렸을 적 목욕 경험과 함께 목욕 문화를 연구했던 과정을 전했다

그는 "아홉살까지는 1~2주에 한 번 목욕탕에 갔다. 집에 보일러가 없어 뜨거운 물이 나오지 않았다"며 "(목욕탕을 가지 않으면) 부엌에 아궁이에 양동이를 놓아 물을 데워 화장실로 가져가 씻었다. 보일러가 깔린 집으로 이사를 가서 그 이후로는 목욕탕에 가지 않았다"고 했다.

이어 "그때도 왜 많은 사람들이 옷을 벗고 탕에 들어가야 하나 궁금했었다"며 "그로테스크라는 단어를 몰랐지만 칸막이를 쳐서 보이지 않고도 씻을 수 있는데 왜 탕에 들어가야는 질문을 하다 혼이 났었다"며 웃었다.

목욕을 즐기지는 않지만 연구를 위해 200곳이 넘는 목욕탕을 찾아 발품을 팔았단다.

그는 "발도장 찍은 곳을 따지면 200곳이 넘지만 사실상 문을 닫았던 목욕탕도 많았고 손님이 없어 여탕만 하거나 남탕만 하는 곳도 있었다"고 했다.

이어 "현지조사에서 항상 공격을 받는 부분이 경험과 분석의 객관성"이라며 "방법론에 회의감을 갖는 사람이 많아 최대한 많이 가고 시간을 쏟을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4박5일 제주도 출장 때는 하루 세 차례 때를 밀기도 했단다. 그 이후 지금도 뜨거운 물에 들어가면 피부가 아프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체득한 연구 결과를 책 속에 녹여내면서 목욕탕과 목욕 문화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도 제시했다.

그는 "도시는 사람들이 몰려 살기에 나만 깨끗하다고 해서 깨끗하게 살 수 없다"며 "도시라는 공간을 유지하기 위해선 목욕탕이 필수로 있어야 한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1971년 문을 연 서울 홍제동 '마을탕'은 코로나 시기인 2021년 12월 폐업했다.(사진=이인혜 제공) 2025.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1971년 문을 연 서울 홍제동 '마을탕'은 코로나 시기인 2021년 12월 폐업했다.(사진=이인혜 제공) 2025.03.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또 줄어드는 공중목욕탕과 미국과 영국의 공영목욕탕을 언급하면서 "수지타산에 따라 사설 목욕탕이 없어지고 공영목욕탕 형태로 남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복지 차원에서라도 사설 목욕탕을 시에서 지원해 주는 방식도 있다"고 했다.

그에게 어떤 스타일의 목욕을 추구하는지 묻자 명쾌한 답이 돌아왔다.

"아침에 일어나서 10분 안에 끝내는 샤워가 좋아요. 최대한 물을 아껴 쓰기 위해서요. 물이 없으면 씻지 못하잖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tide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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