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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조 필수' vs '30조 슈퍼'…R의 공포에 추경 규모·시기 '갑론을박'

등록 2025.04.08 05:30:00수정 2025.04.08 09: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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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관세 조치 이후 패닉 확산…추경 규모 여전히 논란

"관세 대응, 경기 진작 위해 30조원 이상 규모 편성해야"

"국가 재정 원칙 지켜야…10조원 규모가 적절" 반론도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465.42)보다137.22포인트(5.57%) 내린 2328.20에 장을 마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687.39)보다 36.09포인트(5.25%) 급락한 651.30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34.1원)보다 33.7원 오른 1467.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5.04.07. hwang@newsis.com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코스피가 전 거래일(2465.42)보다137.22포인트(5.57%) 내린 2328.20에 장을 마친 7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687.39)보다 36.09포인트(5.25%) 급락한 651.30에 거래를 종료했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1434.1원)보다 33.7원 오른 1467.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2025.04.07. hwang@newsis.com


[세종=뉴시스] 안호균 박광온 기자 = 미국이 전 세계를 향해 던진 '관세 폭탄'으로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가 증폭되자 정부가 추진 중인 10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놓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R(recession·경기침체)의 공포'가 시장에 충격을 주고 있는 만큼 추경 규모를 확대해 선제적으로 경기를 방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하지만 미국의 관세 인상에 따른 피해 규모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서 무작정 예산을 편성하는 것은 국가 재정 운영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현재 영남권 산불 피해와 미국의 관세 부과 등 통상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10조원 규모의 '필수 추경'을 추진 중이다.

현 시점에서 꼭 재정을 투입할 필요가 있는 분야에 대해서만 예산을 편성하겠다는 의미로 '필수 추경'이라는 명칭을 붙였다. 정부는 산불 피해 복구 등 재난·재해 대응, 미국의 관세 인상 등 통상 리스크 대응,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 영세 소상공인 지원 등에 재원 투입을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가 추경 편성을 위해 산불 피해 지원 규모 등을 추산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라는 변수가 돌출했다.

미국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인 우리나라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하는 등 예상보다 훨씬 강력한 조치를 꺼내들었다. 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로 시장은 패닉에 빠졌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5.57%, 코스닥지수는 5.25% 급락했다. 외국인 투자자는 하루 동안 국내 증시에서 2조원을 순매도했다.

미국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이틀간(3~4일) 미국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는 10.5%나 폭락했다. 2거래일 기준으로는 2차대전 이후 블랙먼데이(-26.4%), 코로나19 팬데믹(13.9%), 2008년 11월 금융위기(-12.4%)에 이어 네번째로 큰 규모의 하락폭이었다.

시장에서는 미국의 관세 조치가 이대로 유지될 경우 경기 침체는 불가피하다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JP모건은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을 40%에서 60%로 올렸다.

한국은행은 미국이 관세 인상 조치를 유지하고 주요국이 보복하는 비관적 시나리오에서 올해와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1.4%에 머물 것으로 예상했다.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3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 했다. 2025.04.03. jtk@newsis.com

[평택=뉴시스] 김종택 기자 = 3일 경기도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 수출 야적장에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한국에서 생산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제품에 25%의 상호관세를 부과한다고 공식 발표 했다. 2025.04.03. jtk@newsis.com


"민생·경제 위기 심각…30조 규모 추경 필요"

이에 따라 정부가 적극적인 정책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내수 경기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 충격과 미국의 관세 등 복합적인 충격이 잇따라 발생한 만큼 더 큰 규모의 경기 진작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금 가장 힘든 게 자영업자와 중소기업, 일반 서민들이다. 이럴 때는 교과서적으로도 재정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경제 주체들이 가지고 있는 불안감을 해소시키기 위해서는 추경의 '마중물' 역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교수는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목적은 외국 기업들을 미국 내로 끌어오는 것이다. 그걸 정부가 막아주지 않으면 기업이 타격을 입고 일자리가 사라진다"며 "경기 진작과 관세 대응 위해 10조원 규모의 추경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야당에서는 30조원 정도를 얘기하는데, 30조원 이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며 "민주당이 말하는 '쿠폰 추경' 같은 것 말고, 정말 민생을 살리고 미국 관세에 대응할 수 있는 추경이 필요하다. 정부가 손을 놓고 있으면 더 추락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당장 10조원 이상 규모의 편성이 어려울 경우 대선 이후 한 차례 추경을 더 추진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규모를 키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정부·여당이 10조원 이상을 편성하지 않겠다고 하면 단계적인 추진을 고려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 교수는 "10조원 규모라도 추경을 편성해 산불 피해 지원 등 긴급한 현안에 대응하고, (대선 이후) 추가로 구조적 요인들에 대해 대응해 나갈 수도 있다"며 "이 경우 미국발 관세 전쟁으로 인한 수출 타격과 국내 정치 불안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 등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적인 추경이 필요할 것"이라고 부연했다.
[서울=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5.04.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경제관계장관간담회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2025.04.0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산불 대응 등 필요한 곳에 10조원 규모가 적절"

하지만 아직 경기 침체나 구체적인 피해를 유발하지 않은 사안에 대해 추경을 편성하는 것은 국가재정 운영의 원칙에 맞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은 원칙이 있어야 한다. 국가재정법에 정해진 원칙이 있다."며 "산불이나 비상계엄 조치 등으로 눈에 보이는 피해가 발생했고, 그걸 현재 재정으로 도저히 해결을 못할 때 추경을 편성하는 것이다. 원칙 없이 추경을 하자는게 바로 나라 경제를 망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신 교수는 "관세 충격이 점점 다가오고 있기 때문에 추경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정부가 미국과 계속 협상해서 관세율을 어떻게든 내리고, 법인세를 깎아서 기업 경영을 도와주는 등의 조치가 먼저"라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를 가지고 지금 추경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못박았다.

오정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을 풀어서 경기를 살리기는 쉽지 않다. 내수 진작용으로 추경을 해도 돈만 사용하는 거지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서 추경은 산불 피해 복구 같은 필수적인 곳에 해야 한다. 10조원 정도를 가지고 산불 피해 등에 재정 지원을 하고 경기 침체에 대응해서는 규제 완화나 법인세 인하 등을 통해 경제가 돌아가도록 하는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지난 정부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면서 너무 빚이 많이 늘었다."며 "국가채무 기준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40%가 마지노선인데 지금 45%가 넘었다. (발생주의 방식의) 국가 부채 기준으로는 130%를 넘어 일본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이미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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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언론 뉴시스 ahk@newsis.com, light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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