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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아트클럽]'설경' 김종학화백 "죽는 순간까지 그림 그릴거다"

등록 2016.01.05 11:08:01수정 2017.11.14 11: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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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설경,2015,Oil on canvas,162.1 x 259.1 cm. 조현화랑

【서울=뉴시스】설경,2015,Oil on canvas,162.1 x 259.1 cm. 조현화랑

【서울=뉴시스】박현주 미술전문기자= 겨울이 실종된 시대다. 눈이 펑펑쏟아지지도 않고, 추위도 예전만 못하다.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 '엄동설한'이라는 말도 '진짜 옛말'이 되고 있다.

 이제 겨울도 그림에서나 볼수 있는 계절이 되는 걸까.

 하지만 '설경'그림도 많지않다. 미술시장에서는 생명의 환희를 노래하는 화려한 꽃그림이나 초록의 짙푸른 봄 여름풍경과 달리 '겨울 그림'은 인기가 없다. 인생의 끝자락처럼 보이는 '겨울 그림'은 생동감보다는 우울함과 스산함을 전하기때문이다.

 풍경화로 국내 미술시장 블루칩작가는 단연 김종학 화백(80)이다. 40여년전 설악산으로 들어가 담아내온 '설악풍경'은 미술시장을 흔들었다. 2007년엔 없어서 못팔 정도였고, 경매시장에서는 작품값이 억대로 치솟으며 낙찰이 무섭게 이어졌다. 모두 자연이 화폭에서도 미칠듯 꿈틀거리는 '봄 여름' 풍경이었다.

 당시에도 '설경'은 '설악풍경'에 비해 주가를 높이지 못했다.

설경 김종학 화백

설경 김종학 화백

하지만 병신년 새해, 여든이 된 김 화백이 다시 보여주는 '설경'은 느낌이 다르다. 설악의 요동치는 내면을 하얀눈으로 덮어버린 풍경은 설경은 '숭고한 자연의 골격'을 보여준다.

 "자연은 시시각각으로 변한다. 같은 계절의 같은 장소에서 만난 자연일지라도 지금과 나중의 모습이 또 다르다. 마흔에 보았던 설악과 여든을 앞둔 지금의 설악은 다르게 보인다. 사람들이 모두 다르게 생겼듯이 같은 종의 꽃도 열심히 쳐다보면 다 다르다. 그래서 자연의 품에 안겨 가까이에서 잘 들여다 보아야 한다.

 사십대 이후부터 계속 그려운 설악은 김 화백의 영감의 원천이다. "설악에서는 문만 열어도 천지가 그림의 소재이고 영감의 원천이었다. 겨울의 내리는 눈은 정말 아름다웠고 눈 내린 풍경은 고하고 적막했다. 그렇게 겨울이 나에게 다가왔고 겨울이 오면 겨울을 그리고 있다.”

 김 화백은 "“자연이 잉태해 주어야 화가는 새 생명인 작품을 만든다”며 "겨울은 가장 아름다운 절기"라고 극찬했다.

【서울=뉴시스】설경, 2015,Oil on canvas,181.8 x 290.9 cm. 조현화랑

【서울=뉴시스】설경, 2015,Oil on canvas,181.8 x 290.9 cm. 조현화랑

김 화백이 50년의 화업중 처음으로 '설경'만을 모아 부산 조현화랑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 지난 2011년 국립 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연 회고전 이후 4년만에 펼친 전시다.

 설경은 작가의 인생의 시기와 비슷하게 비춰진다. 감정 기복에 영향을 받지않고 담담하게 그려나가는 필력은 젊은 시절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춤을 추듯 그려나간 이전 필력 보다 천천히 눈위를 걸어가는 듯 떨리는 필력은 더 농후하고 짙다.

  설악의 바위산이 장엄하게 표현된 두터운 마티에르는 붓으로 그려나간 흔적조차 보이지 않는다. 직접 모래를 안료와 섞어 무심하게 바른 행위는 물감으로 표현될수 없는 질감에 대한 작가의 끊임없는 도전이 엿보인다.

 "난 나이를 느끼지 않고 50대 정도로 내 나이를 착각하며 지낸다. 하루가 너무 빨리 지나간다. 일요일 하루만 쉬고 매일 5시간 이상 꾸준히 그림을 그린다."

【서울=뉴시스】김종학 화백

【서울=뉴시스】김종학 화백

  김 화백은 "대작을 그리는 것이 재미있다"며 "붓을 휘두르고 싶다"고 했다. "휘두르는 만큼 그 만한 감동을 준다. 예전처럼 10m를 늘여놓고 그림을 그리고 싶은데, 나는 그럴수 있다고 믿고 있다. 죽는 순간까지 그림을 그릴거다. 그렇게 죽는게 화가로서는 최고의 죽음이라 생각한다. 다시 태어나도 난 화가가 될 것이다."

 1964년부터 해마다 이어온 이번 개인전에는 가로  2m가 넘는 대형작품부터 소반에 그려진 소품까지 각 작품마다 특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다양한 겨울풍경이 40여점이 전시됐다.

 자연의 선들을 과감하게 생략하고 펼쳐나간 뽀족한 산맥과 아무도 밟지 않은 산골짜기가 흰눈에 덮여 ‘순수(純粹)의 예술’세계를 보여준다.

 겨울은 끝이 아니라 다음에 돌아올 봄을 준비하고 다시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하는 계절이다. 김종학 화백의 '설경'전은 2월14일까지 이어진다. 051-747-8853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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