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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현주 아트클럽]나무에 시간을 담았다···김덕용 '오래된 풍경'

등록 2017.10.11 15:51:01수정 2017.11.14 10:4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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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차경-뒤안 118 x 160cm Mixed media on wood 2017

【서울=뉴시스】차경-뒤안 118 x 160cm Mixed media on wood 2017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나무 위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 김덕용의 ‘오래된 풍경’ 전이 열린다.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는 11일부터 김덕용 신작 회화 25점을 선보인다. 작가의 17번째 개인전이다,

 작가는 작품에 시간의 축적을 담는다.  오래된 나뭇결 위에 옛날 풍경을 담아내 아련한 추억과 따스한 기억을 불러일으킨다.  오래된 가구나 문짝 등의 나무판을 깎고, 다듬어서 그 위에 단청기법으로 그리거나 자개를 이용한 작품은 한국적인 정서가 가득해 해외 컬렉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서울=뉴시스】관해음17-2 100 x 170cm Mixed media on wood 2017

【서울=뉴시스】관해음17-2 100 x 170cm Mixed media on wood 2017


  종이가 아닌 나무에 그림을 그리게 된 것은 '재료의 근본'에 접근하겠다는 의지였다.  동양화를 전공하며 미술사를 공부하면서 수많은 목조 건물을 새롭게 발견했다. 세월의 더께가 쌓인 목조건물에서  포근함과 안락함을 느꼈고, '나무'라는 재료로 관심이 옮아갔다.

 이번 전시에서 김덕용은 전통 건축의 조형을 응용해 차경으로서의 풍경을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그는 "손때가 묻은 오래된 사물들은 시간의 기록이 담겼다"며 "하나의 그림으로 보여지지만 이번 전시는 마치 목수처럼 각 조각을 연결시켜 옛날 그 날, 그 순간을 떠올리고 싶었다"고 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창문은 차경을 위한 프레임일 뿐만 아니라 시간을 넘나들 수 있는 통로다.  매화, 산수유, 백일홍 등은 작가가 어릴 적 살던 집 안방에서 창밖으로 보이던 풍경들이며, 지금도 그가 즐기고 찾아다니는 풍경들이다. 차경을 통해 옛 선인들을 만나고, 그들을 자신의 그림에 불러들인다.

【서울=뉴시스】결-제월당 140.5 x 200cm 나무에 단청기법 2017

【서울=뉴시스】결-제월당 140.5 x 200cm 나무에 단청기법 2017


  '결-자미화(紫微花)'에서는 대청마루에 누워 자신이 좋아하는 배롱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보다 낮잠에 들었을 안평대군을 상상하고, '관해낙조(觀海落照)'에서는 정자에 앉아 책을 읽다 노을빛이 저무는 다도해를 바라보았을 다산 선생의 쓸쓸한 마음에 감정을 이입했다.

 오래된 나무와 반짝이는 자개가 어우러진 작품은 수많은 시간을 담금질한 장인 정신을 전한다. 평화롭고 안정적인 작품속 풍경이 고즈넉하다. 조용하게 사색에 잠길 수 있는 시간을 선사한다. 전시는 31일까지.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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