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궁중문화축전 가보니...우와~'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 환상
10일부터 4대궁과 종묘 일대서 11월8일까지 열려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등 인기
'공중 라이브' 신비...상설공연화 했으면" 감탄
[서울=뉴시스]'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2020.10.1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남정현 기자 = "물 위에 펼쳐지다보니 무엇보다 색다른 경험이었다. 심청전의 배경이 물이지 않나, 이걸 경회루 연못에서 보니 너무나 실감이 났다. 특히 마지막에(대형 크레인을 통해)거북이가 물 위에서 떠 오를 때는 정말 신비한 경험이었다. 몰입감이 너무 좋았다. 상설공연화해 좀 더 따뜻한 여름밤에 보여준다면 너무 환상적일 것 같다."(박선옥, 49세)
14일 찾아본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공연은 요즘말로 무대를 '찢어 버렸다.' 관람객들은 그야말로 감탄에 감탄을 하며 오랜만에 야외 공연에 만족감을 보였다.
개최 6년 만에 처음으로 봄이 아닌 가을에 열린 '궁중문화축전'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경복궁, 창덕궁, 덕수궁, 창경궁 등 4대궁과 종묘에서 펼치고 있다.
특히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와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은 남녀노소 모두에 큰 인기를 얻고 있다.
"공연 너무 좋았다. 아이디어도 연기도 너무 좋았다.(크레인을 통해)고공으로 올라가는 게 너무 놀라웠다. 날씨도 춥고 바람도 많이 불어 걱정도 됐지만 정말 놀라웠다."(김모씨, 74세 )
"좀 추웠지만 공연이 너무 재밌었다. 맨 마지막(거북선)장면이 가장 재밌었다.(워터스크린은)화면이 어디에서 나오는 건지 정말 궁금했다.(1시간이)지루하지 않았다."(이연우, 8세)
취재진의 반응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연 담당 기자들은 수많은 종류의 공연을 봐왔던 터라 대부분 큰 기대 없이 공연장에 들어섰다. 하지만 어느 순간 메모를 위해 잡고 있던 펜대를 내려 놓고 공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정신을 차리고 펜대를 다시 잡았을 때는 이미 공연이 중반부를 지나고 있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14일 오후 9시 열린 공연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2020.10.15 nam_jh@newsis.com
경회루의 빼어난 건축미에 밤이라는 시간적 특성과 야외라는 장소적 특성을 극대화한 빼어난 공연이었다.
신기술들이 집약이라고 할 수 있을 기술들이 쏟아졌다. 분수를 활용한 '워터 스크린'은 신기함에 관객들은 '아~"하는 탄성을 자신도 모르게 내뱉었다. 조명을 모두 내린 채 발광의상을 입고 춤을 추는 무용수들의 모습은 색색의 전등이 살아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고, 관객의 우뢰와 같은 박수를 자아냈다.
[서울=뉴시스]남정현 기자=14일 오후 9시 열린 공연 '경회루 판타지-궁중연화' 2020.10.15 nam_jh@newsis.com
공연의 시작부터 몰아 터지는 볼거리의 향연에 관객들은 눈을 뗄 수 없다. 연못 위에서 움직이는 '무빙스테이지' 등도 공연에 풍성함을 더했지만 무엇보다도 장관은 심청이 빠져 죽은 인당수에서 지상으로 올라올 때를 표현하기 위해 대형 크레인에 매달려 하늘로 떠오르는 심청의 '고공 라이브'였다.
이와 비슷한 장면은 달을 형상화한 모습이 떠오를 때와 마지막에 거북을 탄 심청이 하늘로 떠오를 때 다시 연출됐는데, 사람들은 영상 8도 정도로 기온이 낮고 바람도 거센 밤에 상공 35m까지 오르는 무용수들의 춤 사위와 노랫가락을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지켜봤다. 이를 위해 275톤, 팔길이 70m의 대형 크레인이 동원됐다.
축전 관계자는 "안전장치를 모두 갖췄으며 고공 연기가 가능한 전문 연기자들"이라고 귀띔했다.
이외에도 연못이라는 배경을 응용한 '수상 퍼포먼스', 나무 등에 조명 비춰 입체서을 부여해 새롭게 보이도록 하는 '3D 맵핑 기술' 등이 관객들이 공연에서 눈을 떼지 못 하게 했다. '여친이 생긴다면 꼭 한 번 다시 와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였다.
산책길도 미디어아트로 화려하다. 총 '시간의 문', '숲의 이야기', '속삭이는 숲', '속삭이는 빛', '빛의 길', '빛무리', '빛의 연못'이라는 7가지 테마로 연결됐다. 300m의 산책길을 완성하는 데만 홀로그램, 음향 등 각 기술 분야의 9개 회사가 협업했다. 그만큼 짧은 길이지만 축전 관계자들의 기술력과 노고가 집약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축제를 총괄한 주재연 예술감독은 "영상을 받을 수 있는 그물 형태의 물질로 '홀로네트'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십장생의 모습이 공중에 걸려있는 듯 볼 수 있는 효과를 냈다"고 설명했다.
주 감독은 "산책길을 걸으면 우리의 가락 등이 퍼져 나오는데 모두 산책길의 테마에 맞게 편곡된 곡들이며, 3D맵핑 기술과 나무를 보며 음악을 들으면 숲의 정령이 움직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며 "코로나19로 어려운 시기, 치유받는 느낌을 꼭 받아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아무리 빼어난 기술이 있다한들 배우들의 호연이 없었다면 '앙꼬' 빠진 찐빵에 불과했을 것이다. 공연에 참여한 소리꾼 김나니(심청), 김봉영(심학규), 류가양(뺑덕), 곽씨부인(정상희) 등은 쌀쌀한 가을밤의 경회루를 청아하고 맑은 음성으로 가득 채웠다.
주최 측은 경회루 하단부에 자막을 띄워 관객의 이해를 돕기도 했다.
이날 공연은 1m 이상 띄어앉기가 엄격하게 지켜져 미리 예약한 관객 70여 명만 입장이 허용됐다. 주최 측은 본래 계단형 의자를 준비해 600여 석의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관객의 수를 현저히 줄일 수밖에 없어 큰 아쉬움을 남겼다.
현재 이 공연의 오프라인 티켓은 모두 매진된 상태며, 16일(녹화중계)과 17일(생중계) 양일간 오후 8시부터 궁중문화축전 유튜브 채널에서 볼 수 있다. 이후 26일부터 31일까지 5일간 다시 공개된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 춘당지에서 열린 제6회 궁중문화축전 전시 중 하나인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에서 미디어 아트가 펼쳐지고 있다. 2020.10.14. radiohead@newsis.com
특히 코로나19 감염 방지를 위해 오프라인 주간은 18일까지 단 9일로 한정, 이에 따라 일부 현장 행사는 18일에 막을 내린다. 현재 현장 행사로는 상시 행사인 수문장 교대의식을 비롯해 궁사진전 '궁을 걷다, 멋을 입다', '경복궁 생과방'(이상 경복궁), '궁궐 속 치유, 창덕궁 약방 체험', '창덕궁 달빛기행'(창덕궁), '혼례, 힙하고 합하다', '고궁 명인전'(덕수궁),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 등이 진행되고 있다.
2020년 제6회 궁중문화축전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문화재청, 한국문화재재단, 궁중문화축전에서 확인할 수 있다.
[서울=뉴시스] 이윤청 기자 = 14일 서울 종로구 창경궁 춘당지에서 열린 제6회 궁중문화축전 전시 중 하나인 '창경궁, 빛이 그리는 시간'에서 미디어 아트가 펼쳐지고 있다. 2020.10.14. radiohea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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