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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지주 단골손님 카카오뱅크…왜?

등록 2021.07.28 09: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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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이터, 대환대출플랫폼 출범 등

금융 분야도 제조, 판매 분리될 전망

비대면상품 가입자수, 해마다 증가세

불가능하다던 주담대도 비대면 추진

금융지주 단골손님 카카오뱅크…왜?

[서울=뉴시스] 박은비 기자 =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들이 상반기 역대 최대 실적을 알리기 위해 실시한 컨퍼런스콜에서 일제히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비교 대상이 됐다. 규모나 업력 면에서 견줄 바 못 되지만, 비대면 채널 중심으로 재편되는 분위기 가운데 시장에서 체감하는 카카오뱅크의 존재감이 남다르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1일부터 전날까지 열린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컨퍼런스콜에서 공통으로 인터넷전문은행이 언급됐다. 이 과정에서 각 지주는 자사 디지털전략, 플랫폼기술 경쟁력을 설명하는 데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가장 먼저 실적을 발표한 우리금융은 "인터넷은행과 핀테크사들의 진출이 대단히 활발하다"며 "일부에서는 이런 현상을 두고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하고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고 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황원철 우리금융 디지털추진단 전무는 "마이데이터를 비롯해 하반기 대환대출 플랫폼 등 굉장히 많은 변화가 있다"며 "금융 분야에서도 제조와 판매가 분리되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디지털 채널과 플랫폼도 수세적이고 방어적으로 할 게 아니라 개방적, 공격적으로 대응하자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며 "비대면 채널 기능 측면 등에서 개선하기 위해 최고경영자(CEO) 별도 조직을 만들어 1년 동안 추진해와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고, 비대면 영업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표로 봐도 비대면 비중이 눈에 띄게 늘어났다. 상반기 기준 우리은행의 비대면상품 가입고객수는 167억8000명으로 1년 전보다 12억7000명 늘었다. 적립식예금과 펀드, 신용대출 중 비대면 비중은 각 89.2%, 83.8%, 67.3%에 이른다.

하나은행 모바일 플랫폼 하나원큐 총 누적 가입자수는 지난달 말 기준 1238억8000명으로 집계됐다. 비대면 가입 비중은 펀드 92.5%, 신용대출 88.3%, 예·적금 67.7% 등이다. 신한은행도 수신상품 중 68.9%, 여신상품은 62.2% 판매가 디지털채널에서 이뤄졌다. 은행마다 경쟁력을 드러내려면 비대면 채널을 무시할 수 없게 된 상황인 셈이다.

각종 규제와 기술적인 문제로 전면 비대면이 어렵다고 했던 주택담보대출 역시 비대면화되는 추세다. 우리은행은 얼마 전 영업점 방문 없이 가능한 100% 무방문 주담대를 출시했다. 자금 용도 구분 없이 모바일에서 대출 신청부터 실행까지 전 과정이 가능하다.

신한은행은 다음달 전후로 비대면 담보대출을 론칭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이뿐 아니라 은행 리테일상품은 궁극적으로 비대면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성용 신한금융 디지털부문장(CDO)은 "기술적으로 (비대면) 담보대출은 어려운 게 아니다. 소유권이전등기 등 법적 문제가 있어서 법무대리인으로 하려고 한다"며 "해결되면 비대면 채널이 열리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융지주 단골손님 카카오뱅크…왜?

방동권 신한금융 상무(CRO)는 "빅테크업체들의 중금리대출 확대와 대안평가모형 개발이 이뤄지고 있는데, 저희 그룹 또한 제휴사 데이터 등을 활용해 세그멘트별로 만들고 다음달부터 순차 이행할 것"이라며 "이렇게 하다 보면 카카오뱅크나 빅테크와의 중금리대출 경쟁력은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하나은행은 컨퍼런스콜에서 "카카오뱅크는 중금리대출에 집중해서 고객 기반을 확대할 것"이라며 "중금리시장은 시중은행이랑 직접 경쟁 관계가 아니라서 당행은 전세대출 리테일 핵심상품의 모바일화 추진 중 모빌리티, 부동산 등 생활금융 플랫폼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토스뱅크가 지난해 1월 준비법인을 설립했는데 투자에 참여해 시너지를 내서 (협업)하려고 하는 중"이라고 덧붙였다.

KB금융도 고객들이 비대면으로 옮겨가는 흐름을 거스를 수 없다고 보고 있다. 정문철 국민은행 전무(CFO)는 금융위원회 주도로 준비 중인 대환대출 플랫폼에 대해 "과도한 갈아타기로 금리 경쟁이 심화되면서 은행 수익성이 약화될 수 있다는 부분과 고객들의 점점이 은행에서 빅테크나 핀테크로 (전환되는 게) 가속화되고 (상대적으로) 은행 접점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도 일부 우려된다"고 설명했다.

정 전무는 "대환대출 대응도 중요하고 대출 비즈니스 경쟁력도 제고할 필요가 있어 비대면 대출 프로세스 개선작업 중"이라며 "저희 장점인 대면과 비대면 연결 프로세스를 좀 더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조만간 완성될 것 같다"고 부연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먼저 시도해서 소비자 반응이 좋은 건 금방 따라가면 된다. 이건 어렵지 않다"면서도 "문제는 이러다 진짜 은행 영업점이 없어질 것 같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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