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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북핵수석대표, 北미사일 논의…'대화 필요성' 재확인(종합2보)

등록 2021.10.20 04: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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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정세 안정적 유지 대단히 중요…긴밀한 공조 유지"

성김, 北 미사일 발사 규탄 강조…한미일 협의서 우려 공유

"北미사일, 대화 재개 노력에 일정한 영향 미칠 수 있어"

[워싱턴=뉴시스]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워싱턴 공동기자단) 2021.10.19.

[워싱턴=뉴시스]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워싱턴 공동기자단) 2021.10.19.

[워싱턴=뉴시스]김난영 특파원 = 한국과 미국, 일본 북핵 수석대표들이 19일(현지시간) 대북 대화 재개 방안 및 한반도 정세를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DC에서 머리를 맞댔다. 이 자리에서는 북한의 최근 미사일 도발에 관한 우려와 함께 대화를 통한 관여 필요성이 함께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이날 워싱턴DC에서 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마친 뒤 특파원 간담회를 통해 "(협의에서) 한미일 각 측이 이번 발사를 포함해 최근 한반도 상황에 대한 평가를 공유했다"라고 밝혔다.

노 본부장은 "한반도 정세 안정적 유지가 대단히 중요하다는 데 (삼국이) 의견을 같이했다"라며 "앞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조기 재가동을 위한 긴밀한 공조를 유지하기로 했다"라고 전했다.

미 국무부도 성명을 통해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장, 노 본부장이 북한 문제에 관한 한미일 협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국무부는 성명에서 "(삼국이) 한반도 현 정세를 구체적으로 논의했다"라고 전했다.

이날 협의에서 성김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지역 안정 유지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미 정부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고위 관계자는 "삼국 간에 미사일 발사에 관한 여러 우려에 관해 공유했다"라고 전했다.

국무부 역시 성명에서 "김 대표는 북한의 19일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한 미국의 규탄을 강조했다"라며 이번 발사를 "복수의 유엔 안보리 결의안 위반"이라고 재차 규정했다. 아울러 "(김 대표는) 북한에 추가 도발을 삼가고 일관되고 실질적인 대화에 관여하기를 촉구했다"라고 전했다.

김 대표는 동맹으로서 한국과 일본을 향한 미국의 철통같은(ironclad) 방위 약속도 거듭 확인했다고 한다.

협의에서는 이번 발사가 최근 잦아진 대북 대화 재개 논의에 미칠 영향도 거론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 고위 관계자는 "북한을 어떻게 대화로 끌어낼지 여러 관여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는데 이런 미사일 발사가 계속되는 상황은 그런 노력에 일정하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었다"라고 전했다.

다만 이번 미사일 발사가 역으로 북한을 조속히 대화의 장에 끌어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는 의견도 있었다고 한다. 관계자는 "결국 대화와 외교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는 그런 기본 입장"이라며 "그런 노력을 빨리 가속해야겠다는 의견 교환도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자꾸 북한이 이런 식의 안보리 결의 위반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것은 상황을 계속 끌고 나가는 데 어려움을 줄 수 있다"라고 재차 강조하면서도 "대화와 외교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해야 된다는 그런 공감대가 있는 상황"이라며 "그쪽으로 노력은 계속해 나가는 것으로 계속 이야기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한국 관계자는 또 북한 도발을 대하는 각국 분위기에 관해서는 "이 문제가 큰 틀을 바꾸는 그런 사건은 아닐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라며 "이런 상황이 자꾸 발생하면 어려움은 발생하지만, 대화와 관여를 통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는 큰 틀에는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느꼈다)"라고 했다.

이날 협의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도발 외에도 문재인 대통령이 제안한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간 종전 선언에 관해 논의가 오갔다. 한국 관계자는 "종전 선언은 신뢰 구축 조치 중에서는 상당히 의미가 있는 조치"라며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는 입구로서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조치"라고 강조했다.

이어 "(종전 선언) 채택됐을 때 어떤 영향이 있느냐에 대한 검토, 이런 것들이 상당히 필요하다고 미국 측은 보는 상황"이라며 "그런 문제에 대해 내부적 검토를 상당히 심도 있게 하고 있다"라고 했다. 또 "미국의 입장이 뭐라고 확정적으로 말하기에는 시기가 빠르다"라면서도 "공감대는 점점 넓어지고 있다"라고 했다.

다만 이날 국무부 논평에는 여전히 종전 선언에 관한 언급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미 행정부에서는 종전 선언을 채택했을 때 그 안에 담긴 표현 등이 초래할 예상하지 못한 효과를 최대한 줄인다는 인식하에 내부적으로 세밀한 검토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에서는 이 외에도 꾸준히 거론돼 온 대북 인도적 협력에 관한 논의가 오갔다. 앞서 노 본부장은 지난 16일 워싱턴DC 덜레스 공항으로 입국하며 "북한과의 인도적 분야에서의 협력 사업도 한미가 공동으로 하는 것으로 거의 준비가 마무리돼 가고 있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무부는 이와 관련, 성명에서 "김 대표는 가장 취약한 북한 주민을 위한 인도주의 지원에 지지를 표했다"라고 전했다. 한국 관계자는 이날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은 한미 공동 사업으로 지난 수개월 동안 협의가 됐다"라며 "보건, 방역, 식수, 위생 이런 분야에서의 인도적 협력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떻게 이 사업을 추진해 나갈지에 대한 방식, 이런 것들은 한미 간 상당히 공유가 됐다"라고 전했다. 다만 "인도적 협력 사업이란 상대가 있는, 북한의 동의가 필요한 사업"이라며 "어느 시점에 이를 추진하는 게 상황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끌고 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냐에 대해서는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대북 인도적 협력 프로젝트에 대해 이미 북한에 제안을 했다거나 그런 건 없다"라며 "적절한 시점에 이것이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그런 시각에서) 그렇게 지금 보고 있다"라고 했다.

협의에서는 아울러 일본 정부가 중시하는 납치 문제도 거론됐다. 국무부는 "김 대표는 납치 문제의 즉각적 해결에 대한 미국의 의지를 확인했다"라고 했다.

한편 성김 대표는 이번 한미일 협의에 이어 오는 주말 한국을 찾아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을 비롯해 대북 인도적 협력 사업 등에 관해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노 본부장은 "우리 정부는 앞으로도 빈틈없는 한미 간 공조를 통해 평화 프로세스 조기 재가동을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라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문 대통령의 종전 선언 제안 이후 미국을 상대로 외교전에 총력을 다해 왔다. 노 본부장은 지난달 말에도 자카르타에서 김 대표와 협의했다. 지난 5일에는 정의용 외교장관이 파리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했으며, 12일에는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방미해 한미 안보실장 협의를 가졌다.

아울러 미국 쪽에서는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지난 15일 한국을 찾아 문 대통령과 한반도 정세를 논의했으며, 미 정보당국 수장인 애브릴 헤인스 국가정보국(DNI) 국장 역시 한국을 찾아 한미 및 한미일 정보 수장 회의를 진행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 4월 말 대북 정책 재검토를 마친 뒤 '조정되고 실용적인 접근법'이라는 기조를 내놓은 상황이다. 그러나 그외 뚜렷한 움직임은 보이지 않다가, 문 대통령이 종전 선언을 제안한 직후인 이달 초 북한에 구체적 제안을 했다고 밝혔었다. 일각에서는 이를 인도적 지원 등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한국 관계자는 다만 "미국은 그동안 여러 차례 북한에 대화 제의를 해 왔다"라며 "그 내용 가운데 언제건 어디서건 전제 조건 없이 만나자는 메시지가 갔다"라고 했다. 조건 없는 만남 자체가 미 정부가 표현하는 구체적 제안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우리가 생각하는 굉장히 구체적인 뭔가가 있는 정도는 아닌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제재 완화 또는 해제가 구체적 제안에 포함될지에 관해서도 "모든 관심 사안에 대해 북한과 협의할 수 있다 정도"라며 구체적으로 제재 완화 등 표현이 오가는 건 아니라고 짚었다.

대화 재개 노력에 대한 북한의 반응을 두고는 이 관계자는 "미국의 대화 제의에 북한은 아직은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종전 선언이 북한과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계기로서 상당히 유용하다는 데에는 한미 간 공감대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적대 정책 철회'와 '조건 없는 대화' 요구를 반복하는 북한과 미국 양측 기류에 관해서는 "공은 서로 상대방의 코트에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라며 "(북미가) 자신들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그에 대해 뭔가 상대방이 반응을 보이기를 기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측은 언제건 어디서건 전제 조건 없이 모든 상호 관심사에 대해 토의하자고 계속 대화 제의를 하는 상황"이라며 "북한 측이 아직 호응을 안 하고 있는데, 그건 좀 더 시간을 두고 노력해 나가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미국 측의 '조건 없는 대화' 요구를 두고는 "대화를 시작하기 전 무언가를 정해 놓고 상대방에게 제안하는 것에는 조금 부담이 있는 것 같다"라며 "조건 없는 대화를 시작하면 뭐든지 다 협의할 수 있다는 게 기본 입장인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북핵수석대표 협의차 방미한 노 본부장은 이날 커트 캠벨 미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과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노 본부장은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 재가동에 관해 설명했으며, 캠벨 조정관 역시 다양한 질문을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관계자는 "아주 좋은 분위기에서 대화가 마무리됐다"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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