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기자수첩]'反푸틴'으로 하나된 전 세계 문화계

등록 2022.03.04 15:19:29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서울=뉴시스] 문화부 이현주 기자. (사진=뉴시스 DB). 2022.03.03.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문화부 이현주 기자. (사진=뉴시스 DB). 2022.03.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이현주 기자 = "푸틴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평화로운 세계에 칼을 찌르는 행동이다. 또한 모든 국경을 넘어 단결하는 예술에 대한 공격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두고 전 세계 문화·예술계가 들끓고 있다. 전쟁을 일으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 대해 너나 할 것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공개적으로 내는가 하면 '친푸틴' 러시아 예술가들에 대해서는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일부 러시아 예술가들조차 '전쟁 반대'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다. 어지간해선 정치적 목소리를 내지 않는 예술계 '거장'들도 이번엔 공개 비난을 서슴치 않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달 24일 세계적인 지휘자 리카르도 무티는 시카고 심포니 오케스트라와의 공연에서 지휘봉 대신 마이크를 잡고 "음악을 하는 무대에서는 정치와 관련한 언급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평화 없이 기쁨은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는 모든 폭력과 증오, 전쟁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베를린필하모닉과 상임지휘자 키릴 페트렌코는 "모든 우크라이나 동료들과 완전히 연대하고 있으며 모든 예술가가 자유와 주권 침략에 맞서 함께 하기를 바란다"며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맹비난했다.

현존하는 최고의 클래식 아티스트로 손꼽히는 피아니스트 겸 지휘자 다니엘 바렌보임도 성명을 통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한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 평화로운 공존의 문화 전체에 대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대표적 '친푸틴' 예술가이자 '세계에서 가장 바쁜 지휘자'로 불리던 러시아 출신 발레리 게르기예프는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퇴출 위기에 내몰렸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는 그에게 독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해고'를 통보했으며, 네덜란드 로테르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그의 이름을 딴 페스티벌을 폐지했다.

게르기예프와 함께 푸틴을 지지해 온 피아니스트 데니스 마추예프가 출연할 예정이었던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카네기홀 공연에는 우리나라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대신 무대에 올라 박수를 받기도 했다. 

전쟁을 일으킨 러시아를 반대하고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는 목소리는 클래식뿐 아니라 발레, 미술, 대중문화 등 문화·예술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오는 7~8월 열릴 계획이었던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의 투어 공연을 취소했다. 유럽 최대 음악 축제인 '유로비전 송 콘테스트' 주최 측인 유럽방송연합은 올해 행사에서 러시아 참가를 제한했다.

러시아 모스크바 스타니슬랍스키 극장의 무용 감독인 프랑스인 로랑 힐레르도 "더이상 차분하게 일할 수 없다"며 지난달 26일 극장에 사표를 제출했다.

프랑스 칸 국제영화제는 '우크라이나 국민이 안전하게 사태가 종료될 때까지' 러시아 대표단을 초청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앞서 스톡홀름 영화제 등 다른 국제 영화제들도 러시아 작품 퇴출을 선언한 바 있다.

워너브라더스, 디즈니 등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들 역시 러시아에는 신작 개봉을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으며, 넷플릭스도 러시아에서 진행 중이던 오리지널 시리즈 제작을 중단하는 등 '러시아 보이콧'에 동참하고 있다. 

러시아 내 '반전' 목소리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미술 축제인 베네치아비엔날레 개막을 한 달여 앞두고 러시아 예술가들은 자국에 대한 항의 표시로 참가 포기를 선언했다. 푸틴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블라디미르 유린 볼쇼이 극장장은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단하라는 탄원서에 서명했다.

한국에서 활동 중인 러시아 피아니스트 일리야 라쉬코프스키는 "전쟁보다 나쁜 것은 없다. 전쟁은 사람들의 자유와 안전을 위태롭게 한다"며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끔찍한 결정에 깊은 충격과 공포를 느낀다. 이런 끔찍한 일들이 멈추고 하루빨리 평화로 바뀌기를 기도한다"고 전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를 향한 러시아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있다. 병원, 학교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포격이 떨어지며 민간인은 공격하지 않는다는 푸틴 대통령의 발언이 무색할 만큼 민간인 희생자는 급증하고 있다. 얼마 전 공개된 피투성이가 된 우크라이나 소녀의 사진은 많은 이들을 공분케 했다.

문화·예술계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이들이 전쟁을 멈출 것을 바라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조속한 평화를 기원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