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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언의 책과 사람들] ‘지식’이 모두에게 닿기를…‘한국영화인열전’

등록 2022.11.19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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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한국영화인열전 (사진=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 제공) 2022.11.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한국영화인열전 (사진=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 제공) 2022.11.16.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내가 운영하는 천안의 책방 ‘노마만리’에서는 지난 14일부터 19일까지 ‘강좌 한국 미술가 열전’이라는 강연을 진행했다. 동양화가 청강 김영기에서부터 서양화가 김환기(추상화), 이쾌대(서사화), 임군홍(상업미술), 만화가 장진광까지 우리나라 근대 미술의 각 장르를 개척한 중요 미술가들을 소개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인 젊은 미술사가들이 스스로 일군 연구 성과를 공유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예를 들어, 홍성후 선생은 하와이 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나 상하이-광조우-옌안-평양으로 옮겨 가며 미술 활동과 독립운동을 활동을 이어간 장진광에 대해 소개했다. 장진광의 독립운동 행적과 중국인 미술가와의 우정, 북한에서의 활동 등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없을 것 같은 이 이야기는 홍 선생의 최근 연구 결과였다.

장진광은 화북(華北) 팔로군(八路軍) 지역에서 화북조선독립동맹의 중요 인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로만 알려졌을 뿐, 만화가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홍 선생은 아무도 연구하지 않았던 ‘만화가 장진광’에 주목, 연구했다. 이를 지난달 28일 한중수교 30주년 기념 ‘항일전쟁 시기 한중 공동전선의 전개’ 학술대회에서 발표해 큰 주목을 받았다.

한창 강좌를 준비하던 중 책방 3층 서가의 책들을 훑어보다 낯익은 제목의 책 한권을 발견했다. 한때 일제강점기 영화인들에 대한 글을 쓰면서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던 ‘평전 한국 영화인 열전’(영화진흥공사, 1983)이다. 이 책은 영화평론가 이영일 선생님이 영화진흥공사에서 발간하던 ‘영화’지 창간 10주년 기념으로 출간된 책이다.

그러고 보니 ‘강좌 한국 미술가 열전’이라는 강연 제목이 비슷했다. ‘이 책에서 영향을 받았었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평전 한국 영화인 열전’은 한국영화가 시작된 이래, 영화사에 큰 족적을 남긴 영화인 20명의  생애와 그 활동을 소개한 책이다. 윤백남·안종화·나운규·이월화·이경손 등 초창기 한국 영화의 개척자들부터 김승호·이만희 등 우리 영화계에 빼놓을 수 없는 해방 후 영화인들까지 포괄해 소개한다.

영화평론가 이영일은 이 책에 한국영화에 대한 사랑과, 자본·기술의 부족에도 불구하고 힘들게 한국 영화를 꽃 피운 우리 영화인들에 대한 존경을 담았다. 그는 1960년대 말부터 그 당시 생존하고 있던 일제강점기 영화인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토대로 영화사의 빈틈을 메우는 작업을 했다. 이때 이영일이 인터뷰한 자료는 지금도 영화사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참고자료로 활용된다.

이 책을 다시 꺼내 읽다 보니, 내가 미처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을 깨달았다. 이 책이 이영일의 오랜 연구 성과를 쉬운 말로 풀어 대중에게 소개했다는 점이다.

책방 노마만리에서 이번에 연 ‘강좌 한국 미술가 열전’ 역시 미술사가들의 한국미술사 지식을 대중에게 널리 알리기 위한 활동의 연장이었다. 평전 한국 영화인 열전과의 인연을 다시 한 번 느낀다.

▲한상언 영화연구소대표·영화학 박사·영화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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