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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과 뮤지컬 사이 류정한 누아르...'맥베스 레퀴엠'[강진아의 이 공연Pick]

등록 2022.12.12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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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맥베스 레퀴엠'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맥베스 레퀴엠'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진아 기자 = 스코틀랜드 국경에 위치한 어느 재즈바. 전쟁을 마치고 돌아온 맥베스가 친구 뱅쿠오와 함께 술을 마시던 중 자신이 코더의 영주가 되고, 왕이 될 것이란 예언을 듣는다. 이후 맥베스의 마음 깊숙한 곳에 감춰져 있던 욕망의 씨앗이 피어난다.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 중인 '맥베스 레퀴엠'은 뮤지컬 배우 류정한이 선택한 작품이다. 정동극장이 매년 한 명의 배우에 주목해 기획부터 제작까지 함께하는 연극시리즈로, 두 번째 주자로 선정됐다.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맥베스'를 1920년대 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의 현대적 배경으로 바꾸고 누아르 느낌을 더했다.

20여년 만에 연극 무대에 오른 류정한은 한 인간의 욕심과 나약함의 얼굴을 동시에 그려낸다. 25년차 뮤지컬 배우다운 성량을 뽐내며 깊숙이 감정을 끌어낸다. 그는 자신의 맥베스에겐 "결핍이 있다"고 했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작은 돌멩이가 파장을 일으키듯, 형체를 알 수 없는 몇 마디 말이 맥베스를 잠식한다.

극 초반 청년 같은 순수한 얼굴은 점점 변해간다. 예언이라는 허울에 사로잡혀 왕위를 탐내고 어둠 속으로 타락하는 존재가 되어간다. 야망에 지배당하며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결국 공허함과 허탈감만 남는다. 충신 맥더프에게 최후를 맞는 맥베스가 아닌, 이를 재해석한 마지막 순간은 인상적이다.
[서울=뉴시스]'맥베스 레퀴엠'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맥베스 레퀴엠'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작품은 연극과 뮤지컬, 그 중간의 경계선에 있다. 10곡이 넘는 음악이 쓰여 연극보다는 음악극 같은 인상이 짙다. '레퀴엠'을 제외한 곡들을 새롭게 작곡했고, 재즈바라는 공간을 반영해 재즈가 적극적으로 쓰였다. 새로운 시도로 볼 수 있는 동시에, 대사에 집중하는 연극을 기대한다면 조금은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노래는 맥베스의 숨겨진 내면을 표현해주는 수단이기도 하다. 마녀들이 주로 부르는데, 이들은 예언자이면서 맥베스의 또다른 자아다. 왕이 될 거라는 말에 따라 던컨왕을 살해한다고 자기합리화하지만, 실은 처음부터 맥베스 자신의 소리였을지 모른다. 탐욕과 죄책감, 불안 등이 뒤섞인 감정들을 속삭인다. 맥베스와 아내를 제외한 배우들은 성별과 역할에 관계없이 모두 마녀들로 분하는 점이 눈에 띈다. 류정한이 노래를 직접 부르진 않는다.

뾰족한 창살처럼 구현된 무대 세트도 상징적이다. 위로 올라가려는 인간의 욕망을 수직선에 담았다. 그 안에 놓여있는 맥베스는 욕망이라는 감옥 속에 갇힌 것처럼 표현된다. 아내인 올리비아는 원작에선 레이디 맥베스로 표현되나 여기선 이름을 부여하며 동등하게 재설정했다. 차가운 질감으로 이뤄지는 공연에서 긴장감이 다소 약한 건 아쉬운 지점이다. 31일까지 공연한다.
[서울=뉴시스]'맥베스 레퀴엠'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맥베스 레퀴엠'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맥베스 레퀴엠'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12.11.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맥베스 레퀴엠'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제공) 2022.12.11.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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