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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에딘버러축제·리우카니발이 부러운 이유

등록 2023.02.03 09:50:37수정 2023.02.03 13:4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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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에딘버러축제·리우카니발이 부러운 이유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신촌에서 오랫동안 진행됐던 축제들이 올해 서대문구를 떠나 성동구 등 다른 구로 가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말이 있어요. 구청장이 바뀌면 축제 운영업체들은 늘 살얼음판이죠."

얼마 전 만난 관광업계 관계자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통해 지자체장이 바뀐 후 축제와 문화 행사를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 처한 곳들이 많다는 우려다.

실제 많은 축제들이 지방선거 후 변화를 겪었다. 중단되거나 이름이 바뀌거나 운영 주체가 바뀌기도 했다. 섬유도시 대구를 상징하는 이름을 가졌던 '대구컬러풀페스티벌'은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지사가 당선된 후 '파워풀대구페스티벌'로 이름을 바꿨다. 홍준표 지사의 슬로건 '자유와 활력이 넘치는 파워풀 대구'에 맞춘 변화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대폭 물갈이가 이뤄진 서울지역 축제들은 특히 부침이 심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이후 3년만에 다시 열릴 예정이던 신촌물총축제는 사전 예매 물량 7000장이 매진돼 기대를 모았지만 끝내 취소됐다. 코로나19 확산 우려가 취소의 이유였지만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구청장이 바뀐 게 이유가 되지 않았겠느냐는 뒷말이 나왔다.

올해도 개최가 불투명하다. 서대문구가 8년간 운영돼온 연세로 '차 없는 거리'를 최근 해제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진행됐던 길거리 공연과 각종 축제 등 문화 행사들이 갈 곳을 잃었다. 9월까지 이어지는 시범 해제 기간 중에도 버스킹이나 중급 규모 이하의 축제는 사전 예고를 거쳐 교통을 통제하고 허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실효성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영국 에딘버러 축제, 브라질 리우카니발 같은 세계적인 축제는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에딘버러축제는 1947년부터, 리우카니발은 1723년부터 열렸다. 오랜기간 역사와 전통, 경험을 쌓으며 세계인들의 축제로 성장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축제가 개최된다. 하지만 세계에 이름을 알릴 정도로 성장한 축제는 몇 없다. 지자체장의 결단으로 열리는 선심성·지원성 축제가 대부분이고, 지자체장이 바뀌거나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 원점으로 돌아가는 일이 허다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로 멈춰섰던 축제의 시계가 다시 돌고, K-콘텐츠의 활약으로 세계인의 시선이 한국으로 모이고 있다.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가진 경쟁력 있는 축제를 골라 세계적 규모의 축제로 육성할 때다. 이젠 우리도 한국판 에딘버러축제를 갖고 싶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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