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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터뷰]엘리자 수아 뒤사팽 "속초, 산과 바다의 경계 마치 두 문화 경계 같더라"

등록 2023.03.17 11:13:53수정 2023.03.18 09:5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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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초에서의 겨울' 촬영 현장 방문차 내한

[서울=뉴시스] 엘리자 수아 뒤사팽 작가가 최근 영화 촬영이 진행 중인 속초해수욕장을 찾았다. (사진=북레시피 제공) 2023.03.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엘리자 수아 뒤사팽 작가가 최근 영화 촬영이 진행 중인 속초해수욕장을 찾았다. (사진=북레시피 제공) 2023.03.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신재우 기자 = "그사이 아주 많이 달라졌을 속초라는 도시를 다시 찾는 게 두려웠어요."

한국계 프랑스 작가 엘리자 수아 뒤사팽(31)이 6년 만에 한국을 찾았다. 지난 2017년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이 출간된 후 홍보차 방문한 데 이어 이번엔 소설이 영화 제작 작업에 돌입하자 내한해 촬영 현장을 돌아봤다.
 
뒤사팽 작가의 데뷔작 '속초에서의 겨울'은 지난 2016년 프랑스에서 출간된 후 스위스 로베르트 발저상, 프랑스 문필가협회 신인상을 받았고 30개국에서 번역 출간됐다. 미국 최고 권위의 전미도서상까지 휩쓸며 책은 큰 화제가 됐다.

소설의 주요 무대이자 제목에도 포함된 '속초'에서 영화 촬영까지 하게 됐다. "혹한으로 모든 것이 느려지는" 속초를 배경으로 한 소설을 집필한 뒤사팽 작가는 "그사이 속초는 많이 변했고 그렇기에 영화로 만드는 지금은 새로운 각색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전했다.

최근 속초에 머물고 있는 뒤사팽 작가를 서면으로 만났다.

[서울=뉴시스] 속초에서의 겨울 (사진=북레시피 제공) 2023.03.1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속초에서의 겨울 (사진=북레시피 제공) 2023.03.1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속초에서의 겨울'…'경계'에 주목한 엘리자 수아 뒤사팽

"결국, 글쓰기는 내가 현실에서 찾아내지 못한 거처를 창조해내는 방법이었던 것 같다. 모든 경계 너머에서 모든 공간이 동일할 수 있고 모든 상상이 가능한 그런 거처 말이다" (본문 6쪽 중)

소설 '속초에서의 겨울'이 주목한 것은 "경계"다.  유럽에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혼혈의 젊은 여인 '나'와 노르망디에서 영감을 찾아 속초로 온 중년의 만화가 '얀 케랑'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두 인물이 만나 미묘한 관계를 형성하는 무대로 속초가 꼽혔다.

작가에게 속초는 경계라는 정서를 담은 지역이다. 그는 속초를 "국경의 개념, 여름과 겨울의 이색적인 분위기, 북한과의 경계, 산과 바다의 경계를 드러내 주는 곳"이라며 "이러한 요소들을 통해 곧 화자의 정체성을 허무는 경계, 주인공과 케랑의 만남에서 빚어지는 두 문화 사이의 경계를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처음에는 이 소설을 부산에서 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소설의 화자가 누구인지 알아갈수록 부산이 인물의 심리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됐죠. 더 작고 내적으로 친밀감을 느낄 수 있는 도시가 필요했고, 그런 면에서 속초가 마음에 들어왔어요."

작가 자신도 오랜 기간 경계인으로 살았다. 프랑스인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프랑스 중부 코레즈에서 태어나 파리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이후 서울과 스위스, 포렌트루이를 오가며 자랐다. 프랑스에서 나고 자랐지만 그는 첫 소설을 통해 "한국에서 태어나 자랐을 젊은 여성의 입장이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보려 했던 것 같다"며 이는 "마치 거울 속의 자신을 보는 것 같았다"고 표현했다.

최근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와 '인센디어리스'의 권오경 작가 등 세계에서 주목받는 한국계 작가들에 대해서는 "서술 능력"을 큰 장점으로 꼽았다.

그는 "한국문학과 영화에서 높이 평가하는 것은 서술 능력"이라며 "거기엔 폭력성과 동시에 고유의 섬세함이 깃들어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서술 능력은 그의 소설에도 담겼다.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쓴 소설은 아니지만 '속초에서의 겨울' 역시 "머릿속에서 그 장면을 본다는 생각"으로 "얼마든지 영화 속 장면을 그려볼 수 있었다"고 뒤사팽은 전했다.

뒤사팽가 오는 8월 프랑스에서 출간하는 네 번째 소설은 자신이 태어난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이야기다. 첫 소설 이후 두 번째 소설 '파친코 구슬'부터 세 번째 소설 '블라디보스토크 서커스'까지 계속해서 경계의 이야기를 그린 그가 유럽을 무대로 한 첫 소설이다. 그는 "그간 세 편의 소설을 모두 극동아시아를 배경으로 써왔던 만큼 이번 작품은 아주 큰 차이를 보여줄 것"이라며 그는 한국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도 예고했다.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소설은, 모르긴 해도, 아마 십중팔구 다시 쓰게 되겠죠. 한국은 저의 일부이기도 하니까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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