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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사랑의 열병으로 탄생한 '환상교향곡' 무대 잇따라

등록 2023.03.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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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주의 작곡가 베를리오즈 탄생 220주년

KBS교향악단·경기필서, 4월 공연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VI-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사진=경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VI-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사진=경기아트센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박주연 기자 = "병적일 정도의 감수성과 불같은 상상력을 지닌 젊은 음악가가 정염의 절망이라는 구덩이에 빠져 스스로를 파괴한다."(베를리오즈가 직접 쓴 '환상교향곡' 서문 중)

'환상교향곡'은 프랑스의 낭만주의 작곡가 루이 엑토르 베를리오즈(1903~1869)가 지독한 사랑의 열병을 앓을 때 탄생한 명작이다.

베를리오즈는 1827년 공연을 보러갔다가 인기 절정의 연극배우 해리엇 스미드슨에게 한 눈에 반했다. 짝사랑에 빠진 베를리오즈는 해리엇의 아파트 근처에 숙소를 잡고, 편지를 보내는 등 구애에 나섰다. 상사병에 가까운 수준이었다.

하지만 해리엇은 냉담했고, 베를리오즈는 실연의 아픔을 '환상교향곡'으로 승화시켰다. 음의 구성 자체에 가치를 둔 기존 음악과 달리, '어느 예술가 생애의 에피소드'라는 부제를 붙이고, 마치 한 편의 소설같은 서문을 직접 썼다. 1악장부터 5악장까지 '꿈,정열',  '무도회', '전원의 풍경', '단두대로의 행진', '마녀들의 밤의 꿈'이라는 제목도 붙였다. 4악장부터 무시무시한 제목이 붙은 이유는 해리엇이 다른 남자에게 갔다는 소문을 들었기 때문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음악 자체에 집중하던 당시 분위기 속에서 전통적 작곡 양식을 거부하고 표제성을 강조하는 그의 음악은 논란의 대상이 됐다. 하지만 '환상교향곡'은 대성공을 거뒀고, 베를리오즈는 우여곡절 끝에 자신의 뮤즈였던 해리엇과 1833년 결혼한다.

'환상교향곡'이 유명해지며 음악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해 제목을 달지 않던 '절대음악'에 반대되는 개념인 '표제음악'도 대유행했다. 베를리오즈가 '표제음악의 창시자'로 불리는 이유다.

올해 베를리오즈 탄생 220주년을 맞아 KBS교향악단과 경기필하모닉이 잇달아 '환상교향곡'을 무대에 올린다. 네 명의 팀파니 주자와 각종 특수악기가 동원되는 대곡인 만큼 국내 무대에서 좀처럼 감상하기 힘든 작품이다.

KBS교향악단은 오는 4월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쳐지는 788회 정기연주회에서 음악감독 피에타리 잉키넨의 지휘로 '환상교향곡'을 선보인다. 베를리오즈가 직접 부제를 붙인 5개 악장이 관현악적 색채로 묘사된다.

KBS교향악단이 '환상교향곡'을 무대에 올리는 건 2015년 요엘 레비가 지휘한 690회 정기연주회 이후 약 8년 만이다. KBS교향악단 관계자는 "명확한 줄거리를 가진 표제음악의 특성상 클래식을 더 흥미롭게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했다.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는 4월13일 경기아트센터 대극장, 1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경기필 마스터피스 시리즈 VI-베를리오즈 환상교향곡'을 연주한다. 동양인 최초로 2012년 독일 오페레타상 지휘자상을 수상한 지중배가 지휘봉을 잡는다.

지중배 지휘자는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낭만주의 시대의 포문을 연 작품"이라며 "사랑의 감정과 실패, 환각 속에서 마주하는 죽음의 세계, 즉 인간의 모든 희로애락을 온통 예술에 쏟아부은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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