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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NYT "서방 도움 받아 발전한 중국이 서방을 배척"

등록 2023.03.24 10:21:49수정 2023.03.24 10:5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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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지도자들 도광양회 지침 무시하는 시주석

중국 기술력 과신…전랑 외교로 외국 굴복시켜

"미가 친구가 아닌 중국 안 돕는 건 당연한 일"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의 궁전에서 열린 공식 만찬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배웅하고 있다.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초특급 환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22.

[모스크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왼쪽) 러시아 대통령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의 궁전에서 열린 공식 만찬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배웅하고 있다. 러시아를 국빈 방문한 시진핑 주석은 푸틴 대통령으로부터 초특급 환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3.03.22.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40년 동안 서방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강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이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고 서방과 거리를 두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1978년 12월 공산당 회의에서 덩샤오핑이 정치 투쟁에서 벗어나 경제 발전에 주력할 것이라고 천명한 직후 미국과 수교했다.

이후 중국의 개혁과 개방은 상호보완적으로 진행됐다. 덩샤오핑은 “중국은 세계에서 고립된 채 발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오늘날 중국의 개혁과 개방이 위태로운 상태다.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중국 주석이 중국의 부상을 추동해 온 많은 정책들을 뒤집었다. 시주석은 모스크바를 방문해 지난 40년 동안 중국의 발전을 지원한 나라들을 외면하고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했다.

중국 사람들 사이에 중국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들은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소련 블록에 가담했지만 결국은 소련과 국경 충돌을 일으키며 무너졌던 실수가 재연될 것을 우려한다.

시주석은 러시아 방문을 통해 중국이 어느 편인 지를 분명히 했다. 덕분에 미국은 중국을 억제하는 노력에 동맹국들이 동참하도록 설득하기가 쉬워졌다.

시주석은 최근 연설에서 서방국들이 미국 주도 아래 “중국을 전면적으로 억제하고 포위하고 억압하고 있다”고 비난하면서 “중국의 발전에 전례 없는 심각한 위협”이라고 강조했다.

중국의 수출과 해외 직접 투자 유입이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중국 내 공장을 다른 지역으로 옮기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제로 코로나” 봉쇄 정책에서 보듯 시주석 정부의 경제 정책은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더해 미국의 관세 부과 및 수출 통제로 중국에서 다국적 기업이 활동하기가 힘들어졌다.

중국의 학자들이 “코로나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유럽연합(EU)에서 중국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커졌다. 러시아와의 관계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기도 했다.

중국의 진보 인사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중국이 비난하지 않은 것과 푸틴과 친한 시주석의 관계가 미국의 동맹 체제 강화를 도우면서 중국인들의 삶이 어려워지고 있다고 수근댄다.

중국 기업인들은 서방에서 사업 확장이 어려워졌다. 많은 기업들이 서방 고객을 잃지 않기 위해 중국 부품 사용을 줄이고 있다. 그 결과 중국인들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

특히 중국 기술 기업들이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 미 정부는 틱톡을 매각하도록 압박하고 있고 미국은 물론 캐나다와 영국, EU 회원국들이 정부 내 틱톡 사용을 금지했다.

중국 푸단대 펑유준 교수는 지난 12월 한 연설에서 중국이 러시아 때문에 경제적, 정치적으로 너무 큰 대가를 치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뿐 아니라 미국과도 건설적인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 미국과 관계가 중국의 국제 환경을 규정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시주석은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실력을 기른다’는 도광양회(韬光养晦)를 강조한 전임자들의 지침을 무시하고 서방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중국의 기술력을 과신했다. 또 중국의 막강한 경제력을 무기로 삼아 외교관들을 전사로 만들면서 외국 기업과 정부를 굴복시켜 왔다.

덩샤오핑은 미국과 관계를 중시하는 이유에 대해 “수십 년 동안 미국과 관계가 좋은 나라들이 번성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주석 아래 중국은 미국과 적대적이 됐다. 반면 시주석은 푸틴을 “좋은 친구”라면서 경제 규모가 중국 광둥성 정도에 불과한 러시아와 경제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정치학자 후웨이는 미국이 항상 중국을 억압해왔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도록 했고 중국과 교역을 늘렸으며 기술과 경영 기법을 전수했다는 것이다. 그는 지금 미중 관계 악화의 책임이 있는 쪽이 “미국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이 더 이상 돕지 않는다고 불평을 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친구가 아닌데 도울 이유가 있나. 경쟁 상대를 도와 더 강해지도록 하는 건 바보 아닌가”라고 했다.

그는 외교 정책이 특정 지도자가 원하는 나라가 되도록 하기보다 중국의 현대화와 중국인 삶의 개선을 위한 것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는 최근 글에서 푸틴이 지금 시점에서도 “특별 군사 행동”을 하려 했을지 의문을 제기했다. “역사에서 가정은 의미가 없지만 역사의 실패는 돌이킬 수 없다”면서 “우리 노선만 고집해 실패를 반복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교훈을 배울 수 있을 뿐”이라고 썼다.

그는 “과거의 실수를 기억하지 못하는 나라처럼 비극적인 일은 없다”고 마무리했다. 러시아를 겨냥한 말이지만 중국에 대해서도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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