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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 전차부대 서방 전차 지원 학수고대"

등록 2023.03.24 11:33:23수정 2023.03.24 12: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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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동부 바흐무트에서 싸우는 전차중대 르포

50대 중대장·부중대장 "러군 궤멸시킬 것" 자신

[바흐무트=AP/뉴시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 전차가 전선으로 향하고 있다. 2023.03.07.

[바흐무트=AP/뉴시스] 6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주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 전차가 전선으로 향하고 있다. 2023.03.07.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가장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는 우크라이나 동부 바흐무트에서 우크라이나군 전차부대가 서방의 전차가 지원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숲에서 진흙길을 따라 구 소련제 낡은 전차가 굉음을 내며 이동하고 있다. 겨울이 끝나가는 즈음의 이른 새벽이었다. 전차를 모는 우크라이나군 장교 2명이 눈 속에서 적을 찾느라 온통 신경을 곤두세웠다.

전차 중대장 폴토바는 러시아 정찰 드론이 자주 나타난다면서 “눈 때문에 우리가 안 보일 것”이라며 “발각되지만 않으면 적을 보내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폴토바는 51살이며 부중대장 챈슬러는 57살이다. 30년도 더 전에 하르키우 탱크연구소에서 구소련제 탱크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다. 러시아가 침공한 직후 자원해 전차중대를 이끌며 전투를 벌여왔다.

두 사람이 받은 훈련 덕분에 부대가 지금까지 몇 달 째 생존할 수 있었다. 포탄 공급이 부족한 상태에서 하르키우에서 노획한 러시아군의 T-72 전차의 포탄을 써가며 버텨왔다. 그들은 서방 전차가 보급되면 러시아군을 궤멸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챈슬러가 “서방 전차가 있으면 야간 작전도 할 수 있다. 통신과 광학 장비도 훨씬 좋다. 소련 전차는 너무 낡았다”고 했다. 

챈슬러는 1988년에, 폴토바는 1992년에 전차학교를 졸업했다. 동유럽 공산국가들과 소련이 붕괴하는 혼란기였다.

폴토바는 젊은 장교 시절 러시아군 용병으로 조지아에 파견됐을 때가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압하지아 지역을 합병하려 파견된 러시아 군 소속 장교인 자신에게 조지아의 한 노인이 꾸짖었다고 했다. 노인이 정색을 하고 “어느 나라에서 왔냐”고 물어 우크라이나 출신이라고 답했더니 여기는 조지아라면서 얼굴에 침을 뱉었다는 것이다.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했다.

그는 러시아가 체첸을 침공할 당시 발진 기지였던 북오세티아 코카서스 공화국의 모즈독에 배치되면서 속았다는 생각이 들어 승진시켜준다는 제안을 거부하고 우크라이나로 돌아왔다고 했다.

러시아군과 전투를 하면서 소련 군사대학에서 배운 것들 가운데 많은 것들이 거짓임을 깨달았다고 했다. 예컨대 소련제 전차가 미제 에이브럼스 전차보다 우수하다는 내용이다.

그는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가 우리의 적이라고 교육을 받았지만 정반대였다. 우리의 친구라고 배운 러시아가 등에 칼을 꽂았다”고 했다.

반면 챈슬러는 소련의 선전을 믿은 적이 없다고 했다. 스탈린 시대 부모 모두가 박해를 받았고 1939년 할아버지가 처형됐으며 어머니 일가족이 1945년 폴란드에서 납치됐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루한스크에서 살아온 부모가 2014년 러시아군 지원을 받는 반군들에게 집을 빼앗겼다고도 했다.

그는 “러시아가 우리 가족을 또 파괴하려 한다”고 했다. 러시아가 침공했을 때 독일로 피난해 자녀 넷을 안전하게 도피시킨 뒤 군에 자원했다고 했다. 자신과 함께 있는 병사들 대부분이 사연이 비슷하다고도 했다.

두 사람은 서방이 지원하기로 약속한 최신 전차가 있으면 숫적으로 압도적인 러시아군을 이길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챈슬러는 “아침에 눈뜰 때마다 전장에 있다는 걸 깨닫고 에이브럼즈를 주지 않을 거면 날 빼달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며칠 전 두 사람의 부대가 포격을 당했다. 폴토바는 간신히 부상을 면했다고 했다. “탱크 바로 뒤에서 폭탄이 터져 강아지 마냥 두 시간 반 동안 굴속에 처박혀 있었다”고 했다.

챈슬러는 우크라이나는 서방이 지원하지 않더라도 싸울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돌맹이로라도 맞서서 싸우겠다. 오래 걸릴 것이다. 몽둥이로라도 때려잡을 것”이라고 했다.

폴토바는 “여긴 우리 땅이다. 누구도 무장한테 오도록 초청한 적이 없다”고 했다.

몇날며칠을 싸운 탓에 찌들은 모습인 중대원들이 불을 피웠다. 전차에서 내려 담배를 피우면서 웃고 떠들었다.

폴토바 중대장은 “전투를 벌이면서 말소리를 내며 웃는 놈들이다. 사기가 충천해 있다. 모두 지쳤지만 유머 감각을 잃지 않고 있다”고 했다.

전차 부대는 대부분 숨어서 기다렸다가 러시아 군대를 기습하는 전투를 벌인다. 이를 두고 전차장인 스뱌토샤(38)가 씩 웃으며 “사냥꾼을 사냥하는 거지요”라고 했다. “먹여주고 입혀주고 비싼 탱크도 주고 연료도 주고 탄약도 주면서 돈은 받지 않는다”며 “비할 데 없는 정말 좋은 일자리”라고 농담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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