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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렌스키에 '필승' 대형 주걱 선물한 日…"부적절" 비판 받아

등록 2023.03.24 14:57:51수정 2023.03.24 15: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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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승' 적은 50㎝ 선물…日야당 "전쟁, 선거·스포츠 아냐" 비난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3.03.24.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 악수하고 있다. 2023.03.24.


[서울=뉴시스] 김예진 기자 =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대형 '필승(必勝) 주걱'을 선물한 데 대해 일본 내에서는 부적절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24일 니혼게이자이 신문(닛케이)과 아사히 신문, 후지뉴스네트워크(FNN) 등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참의원(상원) 예산위원회에 출석해, 우크라이나 방문 당시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필승 주걱을 선물한 데 대해 "외교로 현지 특산품을 가져가는 것은 자주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제1야당 입헌민주당의 이시가키 노리코(石垣のり子) 참의원 의원은 "(전쟁은) 선거나 스포츠가 아니다. 일본이 해야 할 일은 어떻게 평화를 행하느냐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우크라이나에서 많은 희생자가 나오고 있는데 "그 전장에 가서 필승이라니 너무나 부적절하다"고 비난했다.

이에 기시다 총리는 "(선물의) 의미를 내가 말씀드리는 것은 삼가겠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조국과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우고 있다. 이런 노력에 경의를 표하고 싶으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즈미 겐타(泉健太) 입헌민주당 대표도 이날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의 선물에 대해 "긴박한 외교 중 위화감을 지울 수 없다. 왜 중요한 회담 때 고향을 어필하느냐"고 비판했다.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2023.03.24.

[키이우=AP/뉴시스] 우크라이나를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왼쪽) 일본 총리가 지난 21일(현지시간) 키이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2023.03.24.



지난 23일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장장관은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시다 총리가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히로시마(広島)현 이쓰쿠시마(宮島)에서 제작된 50㎝ 크기의 필승 주걱, 종이학을 모티브로 만든 램프 등을 선물했다고 밝혔다.

산케이신문이 정부 관계자를 인용한 바 에 따르면 선물한 주걱에는 '필승'이라는 문구와 함께 '기시다 후미오'의 서명이 명기됐다.

필승 주걱이란 기시다 총리의 선거구가 있는 히로시마의 특산품으로, 길조를 비는 물건이다. '밥을 먹다(飯をとる)'와 '(적을) 잡다, 체포하다(召しとる)'는 말의 읽는 법이 비슷하기 때문에, 적을 잡는다는 의미를 가진다. 고등학교 야구, 축구 등 경기에서 히로시마 대표팀이 응원할 때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과거 청일 전쟁과 러일 전쟁 당시 일본 병사들이 승리를 빌며 주걱을 이쓰쿠시마에 바쳐 유명해졌다. 지금은 크기가 큰 주걱에 필승, 장사번성, 부부원만 등을 적은 특산품으로 자리잡았다.

닛칸스포츠는 "러일 전쟁 당시 일본은 러시아에 승리했다. 기시다 총리는 러시아에 의해 불합리한 침공을 계속 받는 우크라이나의 젤렌스키 대통령에게 필승 주걱이 가지는 유래,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던게 아니냐는 견해"가 정계에서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기시다 총리의 히로시마산 주걱 사랑은 이번 뿐만이 아니다. 그는 외무상을 지내던 지난 2015년 3월, 당시 윤병세 외교장관과 회담 시 히로시마산 주걱을 선물했다. 이때에는 행운, 복을 퍼담는다는 의미로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1년 집권 자민당 총재 선거에 출마했을 때에는 언론들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어깨까지 오는 거대한 필승 주걱과 함께 사진 촬영에 응하며 승리에 대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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