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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YT "우크라 국제 여단에 사기꾼·무자격자 많다"

등록 2023.03.27 11:45:42수정 2023.03.27 11:5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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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속이고 자원 뒤 전투 회피

기부금 모아 횡령하거나 낭비 등

러에 망명해 정보 제공하는 반역도

[서울=뉴시스]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지난해 3월 초 국제 여단 자원자가 1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크라이나군 진지.(출처=자유유럽방송 홈페이지). 2023.3.26.

[서울=뉴시스]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지난해 3월 초 국제 여단 자원자가 1000명이 넘는다고 밝혔다. 사진은 우크라이나군 진지.(출처=자유유럽방송 홈페이지). 2023.3.26.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침공당한 직후 미국을 비롯한 각지에서 몰려 온 수천 명의 참전 자원 병력이 1년이 지나면서 오히려 전쟁을 방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 요약.

미 수사 당국은 버지니아 거주 예비역 중령이 군사 기술을 불법적으로 수출했다는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로 갔던 예비역 육군 병사는 러시아로 망명해 반역자가 됐다. 자신의 군 경력을 속이고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온라인에 업데이트해 온 코네티컷 출신 남자가 미제 무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자랑했다. 한 건설 노동자는 위조 여권으로 탈레반 출신 전투원을 파키스탄과 이란 여권을 위조해 우크라이나로 데려온다는 계획을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러시아가 침공하자 “우리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지킬 모든 친구들이여 오라. 우리가 무기를 주겠다”고 호소했다.

전 세계에서 수천 명이 응했고 이들 중 일부가 국제 여단으로 편성돼 우크라이나군과 함께 싸웠다. 모금 등을 주도해온 사람도 많다.

그러나 키이우가 위협 받는 속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자원자들을 일일이 점검할 여유는 없었다. 이로 인해 가짜 군 경력을 가진 사람들이 국제 여단에 다수 포함됐고 다른 지원 단체들에도 마찬가지였다.

우크라이나군도 이 문제와 관련해 러시아가 자원자 단체에 침투하려 시도하고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코네티컷주에 사는 제임스 바스케스라는 주택 수리업자가 전쟁 직후 참전한다고 발표하자 지역 신문이 미 육군 하사 출신이 일자리와 가족을 떠나 소총을 잡고 최전선으로 달려갔다고 크게 보도했다.

그 때부터 그는 동영상을 온라인에 띄워 자신이 있는 장소를 정확히 알리는 내용을 최소 한차례 이상 밝혔다. “사막의 폭풍” 전쟁 때 쿠웨이트에 있었으며 9.11 사태 뒤에는 이라크에 있었다는 자신의 경력을 앞세우면서 모금을 호소했다.

그러나 바스케스는 쿠웨이트는 물론 이라크나 어느 곳에도 파병된 적이 없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또 연료보급과 전기 수리 담당이었으며 하사로 제대한 것이 아니라 일병으로 불명예 제대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바스케스는 미군 소총 등을 쉽게 구했다면서 “어디서 왔는지 모르지만 새 소총들이 엄청 많다”는 문자를 올렸다. 심지어 자신은 국제 교전 규칙을 준수하지 않아도 된다고 트윗하기도 했다. 

영국 더 타임스가 그의 경력에 문제를 제기한 지난주까지 우크라이나 극우 부대인 다빈치의 늑대 부대와 함께 지내던 그가 급하게 트위터 계정을 폐쇄하면서 우크라이나를 떠나야할 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시급히 국제여단을 구성하면서 배경과 경력을 확인하는데 한 사람 당 10분도 채 안 썼다고 한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에서 불법 무기 소지로 투옥됐던 폴란드 사람이 선봉부대 지휘관이 된 일도 있었다. 현지 언론 키이우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그는 보급물자를 횡령하고 성희롱을 하고 부하들을 협박했다.

우크라이나는 국제 여단 응모자가 2만 여 명에 달한다고 자랑했으나 실제 투입된 인원은 그보다 크게 못 미치며 현재는 1500여 명 정도로 구성돼 있다.

육군 일병 출신인 존 매킨타이어는 품행불량으로 국제여단에서 쫓겨난 뒤 러시아로 망명했으며 러시아 국영TV에 출연해 자신이 러시아 군 정보국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제여단의 내부 문서에도 여단이 자원자가 각종 문제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나타난다. 해군 암호전문가 출신으로 MSNBC 방송 평론가이던 맬컴 낸스가 국제 여단의 군기를 세우기 위해 우크라이나에 갔다가 낭패를 봤다는 내용이다.

강력한 우크라이나 지지 목소리를 내던 그가 국제 여단 규정을 만들고 사비로 돈을 대 장비를 지원했지만 지금은 주변 사람들을 욕하는 트윗을 종종 내고 있다. 그는 특정 모금단체가 사기라면서 그들을 제거하기 위한 “반탐” 보고서를 썼다. 보고서에서 여단 장교인 이미스 애비게일 파익이 호주 리얼리티 TV 프로그램에서 여단을 위해 모금한 돈으로 집을 사려했다고 폭로하면서 그가 러시아 첩자일 가능성이 있다고도 했다. 증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였다.

낸스는 현재 우크라이나를 떠났지만 여단에 함께 있던 벤 래키라는 사람과 함께 모금활동을 하고 있다. 래키는 자신이 해병으로 예편했고 롱혼 스테이크하우스의 부매니저라고 밝혔으나 국방부는 그가 군에 입대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노스캐롤라이나주 그린스보로에서 건설업자로 일하던 라이언 루스는 여단 지원자가 정체하자 탈레반에서 탈출한 아프가니스탄 군인들을 받아들이려 하고 있다. 이들을 불법적으로라도 파키스탄과 이란을 통해 빼낼 것이라고 밝혔고 관심을 보인 사람이 수십 명이라고 했다.

군 경력이 전혀 없고 2019년 히로뽕 사용으로 기소된 적이 있는 그래디 윌리엄스(65)는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산타 바바라 목장 관광가이드로 일하다가 국제 여단에 자원했다. 13살부터 총을 쐈다는 그는 폴란드로 가 자동차를 얻어 타고 우크라이나에 들어가 키이우에서 훈련을 받았다고 했다.

소총을 지급받고 최전방에 배치됐다는 그는 며칠 뒤 부차 전투에서 거의 목숨을 잃을 뻔했다고 밝혔으나 전투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키이우로 송환됐다. 이곳에서 그는 조지아 자원병을 위한 모금활동에 투입됐다. 그는 전기모터사이클이 필요하다면서 1만6000달러를 받았다. 그러나 그가 다른 자원병과 다투면서 조지아 출신 자원병들이 그를 내쫓았다. 그는 모금한 1만6000달러 중 6900달러를 전기모터사이클 계약금으로 냈고 나머지는 자신의 여행비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최근 다른 단체와 연결된 그는 자신이 전기모터사이클을 살 돈을 모으면 부대장을 시켜준다는 제안을 받았다면서 이번 달 오데사로 옮겼으며 그곳에서 곧 모터사이클 1대를 기부할 것이라고 밝혔다.

선의를 가진 사람들이 기부금을 낭비하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 현역 육군 중령이 이끄는 음리야 에이드라는 단체는 기부금으로 첨단 미제 야시경을 사느라 10만 달러를 지출했으나 그들이 받은 장비는 중국제 저질 장비였다.

올해 초 2명의 해병 예비역들이 만든 모차르트 그룹은 두 사람이 서로에 대해 횡령과 성희롱으로 소송을 걸면서 해산했다.

지난해 봄에는 리플리의 영웅들이라는 단체가 6만3000달러를 들여 야시경과 열상장비를 구매했다고 밝혔다. 이들 장비는 미국의 수출 제한 품목이다. 이들은 이 장비를 적법한 서류도 없이 우크라이나에 전달했고 연방정부가 수출과정 수사에 착수했다.

이 단체 설립자 예비역 해병 중령 헌터 리플리 롤링 4세가 거래 명세서를 제시했지만 이 서류에도 미 국무부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있다.

리플리는 앞의 바스케스와 함께 100만 달러를 모금했다고 밝혔다. 리플리는 지난해 원격조종 정찰차량 구입에 25만 달러를 지불했지만 이 장비가 우크라이나에 전달된 기록은 제시하지 못했다. 리플리는 폴란드 당국이 장비를 압류했다고 밝혔다. 또 지금도 모금을 계속하고 있지만 지출 내역을 공개하길 거부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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