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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주인 찾은 파산 은행들…미국發 은행 위기 잦아들까

등록 2023.03.27 18:31:02수정 2023.03.27 19: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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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시그니처·CS 파산 이후 매각 절차 진행중

美 지방은행·글로벌은행 위기설 등 우려 여전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있는 SVB 로고. 2023.03.13.

[샌프란시스코=AP/뉴시스] 미국 샌프란시스코 거리에 있는 SVB 로고. 2023.03.13.


[서울=뉴시스] 이종희 기자 = 미국 은행 위기를 촉발시켰던 실리콘밸리뱅크(SVB)가 새 주인을 찾으면서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미 지방은행과 글로벌 은행으로 번진 부실 우려가 아직 진화되지 않아 시장의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CNBC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이날 성명을 통해 퍼스트시티즌스 은행이 SVB의 모든 대출과 예금, 지점을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퍼스트시티즌스는 SVB가 보유한 720억달러(약 93조6000억원)의 자산을 165억달러(약 21조4000억원)의 금액으로 인수한다. SVB가 보유한 900억달러(약 117조원) 규모의 증권은 법정관리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지난 10일 미 캘리포니아주 금융보호혁신국은 지급 불능에 빠진 SVB를 폐쇄하고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파산 관재인으로 임명했다. FDIC는 ‘샌타클래라 예금보험국립은행’이라는 법인을 세워 SVB의 자산을 이전했다.

SVB의 파산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붕괴됐던 워싱턴뮤추얼에 이어 미 역사상 2번째로 큰 규모다.

FDIC는 지난 11일 SVB 자산에 대한 경매 절차를 시작했지만 성과 없이 끝났다. 대형은행은 입찰에 나서지 않았으며, 한 곳이 인수 의사를 밝혔지만 FDIC가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진행된 매각 절차에서 퍼스트시티즌스가 인수자로 결정됐다. 지난 24일 마감된 매각 입찰에 퍼스트시티즌스와 밸리내셔널뱅코프 2곳이 참여해 퍼스트시티즌스가 승리했다.

퍼스트시티즌스는 노스캐롤라이나주 롤리에 본사를 둔 중소은행이다. 지난 2022년 기준 총자산이 1093억 달러(약 142조원)로 미국 내 30위 수준의 상업은행이다. 이날 SVB를 인수함에 따라 자산 기준 상위 25위 안에 들게 됐다.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 (사진=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 (사진=퍼스트 시티즌스 뱅크셰어스 홈페이지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파산을 선언한 은행들이 속속 새 주인을 찾으면서 미국에서 시작된 글로벌 은행 위기가 진정될 것이란 기대가 나오고 있다.

앞서 SVB 파산 여파로 무너졌던 시그니처 은행도 예금과 일부 대출 자산은 뉴욕 커뮤니티뱅코프(NYCB)의 자회사 플래그스타은행에 매각됐다.

위기설에 휩싸였던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CS) 역시 경쟁사인 UBS와 합병 절차를 진행 중이다. UBS는 CS를 30억스위스프랑(약 32억 달러, 4조2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시장이 아직 진정되지 않고 있다는 징후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WSJ는 분석했다.

우선 미 지방은행으로 광범위하게 퍼진 위기설이 쉽게 잦아들고 있지 않고 있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은 미국 대형은행들이 유동성 공급에 나섰지만 주가가 90% 넘게 폭락하는 등 파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미 지방은행에 대한 고객들의 신뢰가 회복되지 않으면서 예금 인출도 이어지고 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발표한 통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 15일까지 한주간 소규모 은행 예금은 1190억달러(약 154조원) 감소한 5조4600억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주보다 2배 감소한 수치며 2007년 3월16일 주간 이후 감소폭이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은행의 위기설도 연이어 터지면서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주 대형은행인 독일 도이치방크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CS 다음 차례로 무너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기도 했다.

도이치방크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고려하면 파산까지 이어질 수 없다고 WSJ는 분석했다. 위기설이 나돈 것은 공포에 떨고 있는 시장 심리의 영향 때문이라는 진단이다.

각국 금융당국은 은행 부실이 번지지 않도록 유동성 공급 등 지원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은행 위기가 경기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고 경고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크리스티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선진국들의 조치가 시장의 긴장을 완화했지만, 부채 수준이 높아지면서 금융 안정성의 위험은 커졌다"고 말했다.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도 이날 CBS '페이스더네이션' 프로그램에 출연해 은행권 위기가 경제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확실히 (침체에) 더 가까워졌다"고 말했다.

카시카리 총재는 "은행 위기가 얼마나 광범위한 신용 위기로 이어지고 있는지는 불확실하다"며 "신용 경색이 경제를 둔화시킬지 밀접하게 관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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