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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폴리티코 "美 주도로 中디커플링…유럽 동참 확산"

등록 2023.03.29 11: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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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우려해 교역 통한 평화 강조하던

메르켈식 실용주의 노선 유럽서 퇴보

아프리카·남미 등에선 여전히 시큰둥

[워싱턴=AP/뉴시스]라자 쿠마르 미 재무부 금융행위태스크포스팀장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반부패 패널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28.

[워싱턴=AP/뉴시스]라자 쿠마르 미 재무부 금융행위태스크포스팀장이 민주주의 정상회의 반부패 패널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28.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중국과 거리를 두라는 미국의 요청에 동참하는 유럽국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 다른 지역에서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POLITICO)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요약.

미국이 주도해 열리는 민주주의 정상회의에 부제를 단다면 “중국과 러시아에 맞서 전 세계가 단결하자”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미국의 이 같은 행보에 유럽국들은 상당 기간 애매한 입장을 보였다. 독일과 프랑스 등 핵심 국가들이 중국과 관계를 약화하는데 따른 경제적 어려움을 우려했다.

그러나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래 상황이 변하고 있다. 많은 나라들이 독재 국가에 의존하면 위험하다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의 경고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것이다.

유럽국들이 서둘러 반도체 기술의 대중국 수출을 제한하고 정부내 틱톡 사용을 금지하며 보호무역정책을 속속 발표하고 있다. 유럽 최대 경제국으로 중국에 막대한 투자를 해온 독일조차 경제를 우선시하는 사고방식을 재검토하고 있다.

2020년 바이든 대통령이 당선했을 때 유럽국들은 권위주의에 대항해 뭉쳐야 한다는 바이든의 주장을 외면했다. 유럽연합(EU)와 중국 사이의 대표적 무역협정을 깨트리려는 바이든의 시도에 대해 앙겔라 메르켈 당시 독일 총리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강력히 비난했다.

그러나 현재 유럽국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의견이 갈린다. 동맹을 강조하면서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는 미국에 대해 짜증을 내는 분위기가 있지만 말이다.

우르술라 폰 데어 라이옌 EU 집행위원장은 “갈수록 공격적인 중국이 모든 대륙에서 중국에 대한 의존을 심화한다"는 미 정부 주장에 동의했다. 그는 지난해 바이든 대통령과 함께 민주주의 정상회의 의장을 맡기도 했다.

총리직에서 물러날 때까지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선택하기를 거부한 메르켈과는 크게 다른 분위기다.

또 중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지원하려 한다는 정보를 회람하자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중국에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고 조셉 보렐 EU 대외관계위원장은 “금지선”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주요 정당들은 메르켈 총리 시절의 교역을 통한 평화 달성이라는 실용주의 노선을 폐기하려고 준비하고 있다.

이처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와 관계를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유럽인들의 시선이 변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유럽인들이 중국과 관계 축소, 특히 교역 축소를 꺼린다. 사빈 웨이안드 EU 집행위원회 통상총국장은 “서방이 나머지 세상과 맞서는 건 통하지 않는다. 자유민주주의 나라가 너무 적다”고 말했다.

또 유럽은 중국이 러시아와 거리를 두도록 회유하고 있다. 마크롱, 폰 데어 라이옌,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연달아 중국을 방문해 중러밀착을 견제할 예정이다.

한편 미국의 압박이 유럽 이외 지역에선 잘 먹히지 않는다.

솔로몬제도가 2021년 중국과 안보조약을 체결한 것이나 중국의 일대일로 투자를 받고 있는 일부 아프리카 국가들이 그렇다. 아프리카 국가들은 지난해 3월 러시아 침공 비난 결의안에 27개국이 가담했으나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16개국이 기권하거나 반대했다. 남미국가 가운데 미국 주도 대러 경제 제재에 적극 참여하는 나라는 코스타리카 뿐이다. 메르코수르 무역그룹은 지난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연설을 거절하기도 했다.

중국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러시아와 관계를 다지고 우크라이나 중재안을 제시하고 시민들이 지도자를 직접 선출하지 않더라도 민주주의가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전 세계 100여개 나라 300여명의 유력인사를 초청해 민주주의 국제포럼을 개최하고 일원적이고 패권적인 주장을 배격하는 다양한 민주주의론을 폈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달초 “우리는 다원주의를 지지하며 다극적 세계와 민주주의적 국제관계를 위해 노력하고 국제적 가버넌스가 보다 공정하고 평등하도록 만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발언은 중국이 과거 정치체제에 대한 외부의 비판에 우회적으로 반박하는 것에서 벗어나 민주주의와 인권을 다시 정의하려고 시도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주미 중국대사관의 류펑유 대변인은 미국이 “자의적으로 세상을 ‘민주주의’와 ‘비민주주의’ 진영으로 나눠 공공연히 분열과 대결을 일으킨다”고 비판했다.

또 유럽국들이 교역에서 대중국 강경입장이 강해지는데 따라 중국도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2021년 대만과 수교한 리투아니아를 제재한 데 이어 최근에는 네덜란드가 반도체 기술 수출에서 미국 편에 서는 것에 대해 경고했다.

그밖에 중국 인권 비판에도 강경 대응하고 있다. 유럽 지도자들이 위구르족 인권 문제와 홍콩 민주화 시위 탄압을 거론하자 시진핑 주석이 “유럽은 유대인 탄압이나 인종차별 등 자체 문제에 신경 쓰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이 보이는 자신감은 미국은 물론 다른 민주주의 국가들도 중국의 경제력 때문에 현실적으로 중국을 멀리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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