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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듬으면 '옷핀'으로 '푹'…성희롱 대비 나선 인도 여성들

등록 2023.03.30 18:18:20수정 2023.03.30 18: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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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여성 56% "대중교통에서 성희롱 당한 적 있다"

관련 의식 매우 낮아…정책 추진·사회적 논의 필요

[서울=뉴시스]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 교통에서 일상적인 성희롱에 노출된 인도 여성들이 '옷핀' 등을 동원해 대항하고 있다 2023.03.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버스, 지하철 등의 대중 교통에서 일상적인 성희롱에 노출된 인도 여성들이 '옷핀' 등을 동원해 대항하고 있다 2023.03.30.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정희준 인턴 기자 = 버스·지하철 등의 대중교통시설에서 일상적인 성희롱에 시달리고 있는 인도 여성들이 옷핀 등의 '도구'까지 동원해 맞서고 있다.

영국 BBC는 20일(이하 현지시간)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서 '성희롱범을 응징하기 위해 옷핀을 들고 다닌다'는 인도 여성들의 증언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20대 시절 '회색 정장을 입은 40대 중반 남성'으로부터 반복적인 성희롱을 당했다는 디피카 셰르길은 해당 남성이 자신과 마주칠 때마다 몸을 의도적으로 밀착했으며, 운전사가 브레이크를 밟을 때마다 신체 접촉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남성은 수개월 동안 동일한 행동을 반복했다.

셰르길이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자, 남성은 심지어 그녀의 등 뒤에서 수음(手淫) 행위를 하기도 했다. 그날 밤 평소보다 오랜 시간 샤워를 한 셰르길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라고 생각했다.

이튿날, 복수를 다짐한 셰르길은 하이힐을 신고 손에 옷핀을 든 채 통근 버스에 올랐다. 셰르길은 자신에게 접근하는 중년 남성의 발을 하이힐로 짓밟고 옷핀으로 팔뚝을 찔렀다. 이후 중년 남성은 셰르파의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실시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인도 여성의 56%가 대중교통에서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경찰에 신고했다는 비율은 2%에 불과했다. 대다수는 상황을 무시하거나 자리를 피한다고 밝혔다.

'직접 대응한다'라고 응답한 이들은 우산·손톱·옷핀·하이힐 등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성희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취업 기회를 거절했다는 응답 역시 52%가 넘었다. 몇몇 글로벌 설문조사기관의 '공공장소 성희롱 부문'에서 인도는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여성에게 더 안전한 공공장소를 만들기 위해 활동하고 있는 '세이프티핀'의 설립자 칼파나 비스와나트는 인도의 성희롱에 대한 낮은 시민의식이 '여성을 괴롭히는 건 남성이 여성을 좋아하기 때문'이라는 인도식 고정관념과 '낮은 신고율' 때문이라고 밝혔다.

비스와나트는 더 많은 폐쇄회로텔레비전(CCTV)과 패닉 버튼 설치, 여성 운전사 비율 증가 등의 정책을 추진하는 것뿐 아니라 '인도 사회 전체'가 해당 성희롱 문제에 더 많이 논의하고 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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