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에르도안 재집권한 튀르키예, 대외 정책 타협적일 것"

등록 2023.05.30 10:16:56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튀르키예 정권 교체 은근히 기대하던 서방 언론들

스웨덴 나토 가입 반대 철회 등 기대 섞인 전망

[이스탄불=AP/뉴시스] 미 언론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재선한 튀르키예의 대외정책이 경제난 때문에 타협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이스탄불 도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나는 지지자들. 2023.05.30

[이스탄불=AP/뉴시스] 미 언론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이 재선한 튀르키예의 대외정책이 경제난 때문에 타협적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사진은 이스탄불 도심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의 재선을 축하나는 지지자들. 2023.05.30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지난 주말 튀르키예 대선 재투표를 앞두고 미국 등 일부 서방 언론들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패배하기를 내심 바라는 분위기였다.

지난 20년 집권 동안 야당 지도자들을 투옥하고 언론과 사법기관을 탄압하는 등으로 독재 권력을 강화해 온 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회원국이면서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서방의 제재에 동참하길 거부한 채 러시아와 거래를 통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는 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나토 가입을 신청한 핀란드와 스웨덴의 가입을 방해하는 점, 러시아제 S400 대공 미사일을 구매해 미국을 자극한 점 등이 서방이 튀르키예 정권 교체를 기대한 배경이다.

에르도안 재집권에 서방 곤두선 촉각

그러나 에르도안이 압도적 승리는 아닐지라도 확고한 승리로 재집권함으로써 최소 앞으로 5년~10년 이상 더 튀르키예를 이끌게 됐다. 이에 따라 서방 언론들은 재집권한 에르도안의 행보, 특히 대외 정책의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29일(현지시간) “승리한 에르도안 스웨덴 나토 가입 반대 약화시킬까?”라는 제목으로 기대감 섞인 전망을 내놓았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에르도안의 다음 관심은 튀르키예의 국제 위상 강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국제 열강으로의 도약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NYT는 재집권한 에르도안이 나토의 핵심 회원국으로서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 모두 좋을 관계를 유지하는 강력한 중재자로 처신해온 기존 입장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나토 회원국으로서의 혜택과 러시아에 대한 경제 의존 사이에 균형을 취하는 한편으로 국내적으로 권력 강화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대외정책 노선 달라지지 않을 듯

NYT는 그러나 선거에서 승리한 에르도안이 국내 입지가 강화됨에 따라 악화된 대미 관계를 개선할 여지가 커졌으며 스웨덴의 나토 가입 반대를 철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스웨덴 나토가입 반대 완화로 에르도안이 미국의 F-16 전투기 구매 금지를 푸는 반대 급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다.

WSJ는 최근 몇 년 동안 과거 오스만 투르크 제국의 위상을 자주 언급해온 에르도안이 대선 결선투표가 있던 지난 28일에도 강조했다면서 그가 강력한 이슬람 지도자로서 사우디 아라비아, 이란 등과 전 세계 이슬람권을 상대로 영향력을 강화하는 경쟁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에르도안은 28일 승리 축하 연설에서 29일이 오스만 투르크가 1453년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날이라며 “내일 우리는 이스탄불(옛 콘스탄티노플의 현재 이름) 정복을 다시 한 번 기념한다. 당시의 사령관과 병사들이 얼마나 위대한가. 그들은 여러분 모두의 조상”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난으로 신중한 대외 정책 불가피

WSJ는 그러나 에르도안이 튀르키예를 국제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는 야망이 악화하는 경제난 때문에 쉽지 않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높은 물가를 잡기 위한 금리 인상을 막고 경제 성장과 고용 촉진을 자극할 수 있도록 오히려 금리를 내리도록 한 에르도안의 경제 정책 탓에 리라화의 가치가 지난 5년 새 80% 하락한 상태다.

이에 따라 튀르키예는 심각한 외화 부족에 처해 언제든 디폴트에 빠질 위험에 처한 상태다. 에르도안은 러시아와 중동 각국에 의존해 금융 위기를 넘겨왔다.

러시아는 지난해 150억 달러 규모의 원전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수십 억 달러의 천연가스 대금 지불을 유예하는 등 튀르키예의 외화 부족 해소에 큰 기여를 해왔다.

에르도안은 또 2011년 아랍의 봄을 지지하면서 소원해진 아랍국들과 관계 개선 노력을 펴온 끝에 이달 초 에르도안은 걸프국가들이 튀르키예에 금융 안정 자금을 지원한 것에 감사를 표시할 수 있었다.

WSJ는 그러나 연간 경제 규모가 9000억 달러에 달하는 세계 19위의 경제 국가 튀르키예가 러시아와 걸프 국가들의 현금 지원 만으로 디폴트 위기를 넘기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스웨덴 나토 가입 반대 철회 가능성

NYT와 WSJ는 이처럼 튀르키예가 겪고 있는 극심한 경제난이 에르도안이 신중한 대외 정책을 펴게 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컨설팅펌 유라시아그룹의 튀르키예 전문가 엠레 페케르는 NYT와 인터뷰에서 “튀르키예와 미국, 유럽연합(EU)와 관계가 기존처럼 업무적이고 긴장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에르도안이 서방의 대러 제재 영향을 받는 것을 피하기 위해 러시아와 대규모 경제 교역을 자제하는 한편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동의함으로써 미국의 F-16 전투기 판매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