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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전환 해온 우크라, 풍력발전이 전쟁 동안 '뜻밖의 효자'

등록 2023.05.30 13:5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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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력시설, 러 공격 대상 벗어나…전력 공급 가능

원전 등 발전소 공격 대비 공격 효율성 떨어져

발전량 적어 한계 명확…전쟁 여파로 발전 더뎌

[불레-모젤(프랑스)=AP/뉴시스] 지난해 9월8일 프랑스 동부 불레-모젤의 풍력발전단지 전경. 2023.05.30.

[불레-모젤(프랑스)=AP/뉴시스] 지난해 9월8일 프랑스 동부 불레-모젤의 풍력발전단지 전경. 2023.05.30.


[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우크라이나가 녹색전환의 일환으로 설치한 풍력발전기 덕분에 전쟁 과정에서 전력 공급을 유지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발전소 등을 공격하면서 전력 공급 차단에 만전을 기했지만, 풍력발전기는 그 대상에서 벗어나 있기 때문이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흑해 일대에서 전력을 생산하는 우크라이나의 풍력발전기가 미사일 공격을 거의 입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풍력발전기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으로 러시아군의 효율적 공격 방법 때문이다.

러시아군이 미사일 한 발로 발전소 한 곳을 마비시키는 식의 공격을 한 탓에 풍력발전기는 타격 대상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분산 배치된 풍력발전기 파괴를 위해서는 최소한 풍력발전기 대수에 대응하는 미사일이 필요하다고 우크라이나 관리는 짚었다.

동시에 풍력발전기와 연결된 변압기 변전소나 송전선로를 일시적으로 파괴하더라도 발전소보다 복구하기가 쉽다는 점, 러시아 미사일이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레이더에 탐지되지 않도록 발전기 터빈보다 낮게 비행하는 점도 한몫했다.

[자포리자(우크라이나)=AP/뉴시스] 지난해 5월1일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자포리자 원전 입구를 지키고 있다 2023.05.30.

[자포리자(우크라이나)=AP/뉴시스] 지난해 5월1일 러시아 군인이 우크라이나 남동부의 유럽 최대 원자력 발전소 자포리자 원전 입구를 지키고 있다 2023.05.30.


그 덕분에 새로 건설된 틸리굴스카 풍력발전단지도 최전선인 남부 미콜라이우와 불과 100㎞ 떨어져 있지만 러시아군이 공격 대상으로 삼지는 않는 모양새다.

해당 풍력단지는 터빈 19개로 구성돼 114㎿의 설치 용량을 가지고 있다. 전력을 연간 최대 39만㎾h를 생산해 20만 가구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틸리굴스카 프로젝트는 터빈 85개를 바탕으로 전력 500㎿ 생산을 목표로 한다.

틸리굴스카 발전단지를 세운 막심 팀첸코 DTEK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이것은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대응"이라며 "풍력발전은 가장 수익성이 높고 가장 안전한 형태의 에너지"라고 강조했다.

이러한 배경에는 우크라이나의 녹색전환 정책이 있었다.

우크라이나는 대러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기와 수익성 확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2014년 재생에너지로 전환을 촉진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다만 풍력에너지로 전환도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

[자포리자(우크라이나)=AP/뉴시스] 막사르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지난해 8월29일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에 인접한 건물 지붕이 손상돼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쏜 포탄이 원전 원자로 연료 저장 건물 지붕 위에 떨어져 구멍이 뚫렸다"라고 주장했다. 2023.05.30.

[자포리자(우크라이나)=AP/뉴시스] 막사르 테크놀로지스가 제공한 위성 사진에 지난해 8월29일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에 인접한 건물 지붕이 손상돼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군이 쏜 포탄이 원전 원자로 연료 저장 건물 지붕 위에 떨어져 구멍이 뚫렸다"라고 주장했다. 2023.05.30.


무엇보다 전력 생산량이 적다. 틸리굴스카 프로젝트는 전력생산량이 풍력발전소로는 많은 축에 속하지만, 전쟁 전 국가 발전 용량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0년 기준 우크라이나 전력의 12%가 재생 가능한 자원에서 발생한다. 이는 유럽연합(EU)과 비교해 절반에 그치는 수치다.

아울러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에 과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전쟁마저 발목을 잡아 앞으로의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목표로 삼았던 녹색전환의 상당 부분이 전후 재건이 시작된 뒤, 외국인 투자가 돌아와야 가능하다고 에너지, 경제 분석가는 입을 모았다.

또 전장에서 우크라이나군의 활약에 녹색전환의 성패가 달렸다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우크라이나의 풍력과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개발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빼앗긴 지역을 성공적으로 탈환하는 데 달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지난해 2월 개전 뒤 1년 3개월 동안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력공급 차단을 위해 발전소, 수력 발전 댐, 변전소에 미사일과 폭발 드론을 동원해 폭격하고, 천연가스 공급을 중단했다. 우크라이나는 단일 최대 발전 용량 5700㎿을 가진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가 피해를 보면서 전력난에 시달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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