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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측근 아들, 美 송환 전 가택연금 중 도주

등록 2023.06.01 10:04:30수정 2023.06.01 10:2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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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측근 인사 아들 군사 기술 유출해 제재 대상

미 요청 따라 체포됐으나 伊 법원 가택 연금 선고

세르비아 범죄단 도움 받아 러시아로 복귀

[서울=뉴시스]미국의 요청으로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으나 느슨한 가택연금 상태에서 도주한 러시아 사업가 아르템 우스. (출처=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밀라노) 2023.6.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미국의 요청으로 이탈리아에서 체포됐으나 느슨한 가택연금 상태에서 도주한 러시아 사업가 아르템 우스. (출처=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밀라노) 2023.6.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강영진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의 측근인 유력 러시아 정치인 아들이 미국의 군사기술 러시아 수출 혐의로 이탈리아에서 체포됐다가 도주했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이 31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도주한 사람은 아르템 우스로 이탈리아에서 가택 연금 상태에 있다가 모스크바로 탈출했다. WSJ는 미 정부가 사전에 도주 우려를 경고했으나 우스는 세르비아 범죄조직 등의 도움을 받아 자동차를 타고 이탈리아 경찰의 추적을 따돌리고 도주했다고 전했다.

WSJ는 이 사건으로 미국과 이탈리아 사이에 갈등이 빚어졌으며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와 맞서는 서방에 이탈리아가 가담하려는 노력에 흠집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WSJ는 특히 러시아에 구금된 에반 게르슈코비치 WSJ 기자 등 억류 미국인과 교환할 수 있는 가치 높은 인물을 확보할 기회가 사라졌다고 강조했다. WSJ는 우스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에 구금된 러시아 인사 가운데 러 정계에 가장 발이 넓은 인사라고 덧붙였다.

도주한 우스의 아버지는 알렉산데르 우스로 최근까지 크라스노야르스크 주지사였다. 그는 아들의 귀환에 대해 “우리 대통령에게 특별한 감사의 뜻을 전한다. 푸틴은 국가 수반인 동시에 도량이 크고 마음이 넓은 사람”이라고 말했다.

우스는 미국에서 제재를 위반해 군사기술과 석유를 수출하고 자금세탁을 한 혐의로 기소돼 최대 30년 형을 받을 수 있었으며 이탈리아 정부가 우스를 미국으로 송환하는데 동의했었다.

이탈리아 주재 미 대사관측은 우스가 도주해 실망스럽다고 밝혔으며 WSJ는 미 당국자들이 이탈리아 정부가 무엇이 잘못돼 도주를 허용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며 화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우스가 도주한 뒤 “분명 잘못됐다. 판사가 추방 결정이 내려진 우스를 가택연금하도록 한 결정이 그중 한 가지”라고 말했다.

WSJ는 우스의 도주로 이탈리아 정부 또는 사법부의 부패, 결탁 또는 친러 입장 때문이라는 의심이 제기된다고 비판하고 이탈리아가 우스가 러시아와 미국에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를 간과해 감시를 게을리 했다는 법전문가의 발언을 인용했다.

미 사법 당국은 지난해 초 우스가 독일의 무역회사를 통해 베네수엘라 석유를 불법 수출하고 탄도미사일, 전투기, 스마트폭탄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 등 미국의 민감한 이중 용도 기술을 러시아에 넘긴 혐의에 대해 수사에 착수했다. 이들 반도체 일부가 우크라이나를 공격한 미사일 등에서 실제 발견됐다.

우스의 아버지는 러시아 국영 석유회사 로스네프트의 이사로 푸틴의 최측근인 이고르 세친 로스네프트 대표와 긴밀한 관계다. 우스 가문은 런던의 부동산부터 말레이시아 우주산업회사, 사르디냐의 호텔 등 전세계 곳곳에서 사업을 벌여왔다. 미 정부는 우스와 아버지를 러시아 정부의 “해로운 해외 활동” 주체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

지난해 10월 17일 아르템 우스가 이탈리아 밀라노 말펜사공항에서 이스탄불 행 비행기를 타려다가 체포됐다. 그의 동업자는 독일에서 체포됐으며 구금상태에서 미국 송환 절차가 진행중이다.

우스는 밀라노 교외의 교도소에 수용됐고 미 법무부는 “도주 우려가 크므로” 계속 수감해야 한다는 서한을 이탈리아 정부와 사건 관할 재판부에 보냈다.

지난해 11월 25일 이탈리아 법원이 우스의 가택 연금 요청을 받아들였고 검찰도 항소하지 않았다.

이에 이탈리아 주재 미 대사관 법무담당관이 요청 서한에는 최근 3년 동안만 가택연금 상태의 피의자 6명이 도주했음을 들어 이탈리아 법무부에 결정 재고를 요청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와 관련 니콜라 카네스트리니 변호사는 이탈리아 법률에 따르면 “우스를 가택 연금하는 것이 당연하다. 자유는 기본 권리이고 정치가 권리를 박탈하면 한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우스는 밀라노 교외의 고급 주택단지에 큰 대문이 달린 저택에서 가택연금에 들어갔으며 휴대폰과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고 손님도 맞을 수 있었다. 카라비니에리 군사경찰이 매일 몇 차례 점검했다. 그러나 이탈리아 정보기관은 재판 절차를 방해하는 불법 간섭을 우려해 우스를 감시하지 않았다.

지난 3월 22일 밀라노 법원이 우스의 미국 추방을 결정한 다음 날 우스가 사라졌다. 건물 와이파이망으로 작동하는 발목 감시 장치의 경보가 오후에 경찰에 울렸고 경찰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감시당하는 이탈리아내 러시아 정보요원들은 우스의 탈출에 직접 개입하지 않았으며 세르비아 범죄단이 그를 해외로 탈출시켰다. 우스는 차를 갈아타면서 세르비아로 도주했고 이곳에서 모스크바로 갔다.

우스는 지난 4월 4일 러시아 국영 리아 노보스티 통신에 “러시아로 돌아왔다. 지난 며칠 동안 믿을 만한 사람들의 도움을 받았다. 공정하다고 믿은 이탈리아 법원이 정치적 편견을 드러냈다. 미 당국의 압력에 굴복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탈리아 법무부는 가택 연금 결정을 내린 밀라노 법원의 판사 3명에 대해 징계절차에 착수했으나 판사 노조가 이에 항의해 파업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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